『유정천 가족』-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유정천 가족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4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11월

표지가 정말 매력적이다 ㅡ. 너구리가 기차(열차?! 전철?! 뭐든..)가 되어 밤하늘을 나르는 듯한 모습 ㅡ. 그리고 거기에 올라탄 많은 사람(?!)들 ㅡ. 뭔가 재미있을 것 같으면서도 묘한 느낌을 준다. 책의 제목은 『유정천 가족』이다 ㅡ. 유정천이 뭐지?! “유정천(有頂天)은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구천 가운데 맨 위에 있는 하늘, 유(Bhava=존재)의 꼭대기에 있는 하늘이란 뜻이다. 풀어 설명하면 형체가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라는 설명이 책의 시작에 앞서 일러두기에 나와 있다.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거기에 가족을 붙여서, 유정천 가족이라.. 책의 앞면, 뒷면을 훑어봐도 글쎄.. 뭘까?! 도대체 무슨 이야기가 펼쳐질까?! 

『유정천 가족』의 이야기는 교토를 배경으로 한다. 제목에 나타나다시피 가족이야기이다. 근데 그냥 가족이야기가 아니다. 표지에서 봤던 너구리가 주인공이다, 그것도 둔갑술을 하는 ㅡ. 그 너구리에 가족이 결합되어, 너구리 가족의 이야기이다. 너구리의 우두머리이자, 너구리 가족의 가장인 아버지가 금요구락부라는 모임에 의해서 너구리 냄비요리가 된다. 그리고 남겨진 어머니와 개성만점(?!)의 4형제, 그들과 대결구도를 나타내는 작은 아버지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ㅡ. 일단 개성만점의 4형제를 들여다보자면, 아버지의 명성에는 따라가려고 하지만 그에 미치지 못하는 장남, 개구리로 둔갑해 우물 밑바닥에 처박혀버리는, 말 그대로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버리는, 차남, 재미가 최고라는 셋째, 나, 그리고 어설픈 둔갑술을 가지고 있는 막내가 있다. 그들의 어머니, 그리고 텐구, 악녀 벤텐 등등의 다양한 인물들이 함께한다 ㅡ.

그동안 내가 만나봤던 일본 애니메이션의 재미있고 기발한 상상력을 그대로 책으로 옮겨놓은 것 같다고 해야 할까?! 현실과 또 다른 세계를 섞어놓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한 작품을 보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개성 넘치는 다양한 캐릭터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그 맛을 알아갈 수 있는 치밀한 구성력을 바탕으로 유쾌, 엉뚱, 발랄함을 섞어놓았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무엇보다 판타지를 가족의 의미를 보다 잘 나타내는, 그래서 현실을 보다 제대로 볼 수 있는 장치로 사용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ㅡ.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라는 작품으로 유명하다는 「모리미 토미히코」의 새로운 소설(우리가 만나는 시점이 그렇다는 것이다. 실제 이 작품은 2005년부터 2007년 까지 연재되었던 소설이라고 한다.)이라는데, 솔직히 지금까지는 이런 작가가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유정천 가족』에서 만난 이 다양한 즐거움이라면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라는 작품도 기꺼이 만나봐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나를 감싼다 ㅡ. 또한, 이 작품이 ‘너구리 시리즈’3부작 중 첫 작품이라고 하니 그 이후에 이어질 또 다른 작품들은 어떤 즐거움을 안겨줄지 기대된다 ㅡ. 그냥 기대만 된다고 하면 뭔가 조금 부족한 것일까?! 앞으로 만나게 될 작품들은 뭔가 부족한 그 부분마저 완벽하게 채워줬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덧붙여본다 ㅡ.

앞에서 빼먹었는데.. 유정천이라는 말이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상태’를 가리키기도 한다고 하니, 『유정천 가족』에서 그 상태를 맛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 맛은 직접 만나보시길 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