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슨의 미궁
기시 유스케 지음, 김미영 옮김 / 창해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화성의 미궁에 온 것을 환영한다’  


낯선 곳에서 깨어났다. 전혀 어디인지 모를 곳에서 ㅡ. 머리가 아프고,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도대체 여기는 어디인가?! 난 왜 이곳에 있는 것인가?! 순간 어디선가 들어본 ‘전향성 기억상실증(Anterograde Amnesia)’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이름과 신분 등의 기본적인 사항은 기억하고 있지만, 어떤 사고 이후의 일들은 기억나지 않는 상태 ㅡ. 전향성 기억상실증을 의심하며 하나하나 기억을 떠올려본다 ㅡ. 이름은 후지키 요시히코 ㅡ. 40세. 회사가 도산하고 실업자와 노숙자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깨어보니 크림슨 빛(심홍색, 핏빛)이 감도는 황무지, 일본과는 완전히 반대의 환경을 가진 호주의 벙글벙글 국립공원-물론 조금은 더 시간이 흐른 뒤에 알게 되지만-이다. 조금씩 정신을 차렸을 때쯤에는 자신이 많은 체크 포인트를 돌아다니며 생존과의 싸움을 해야 하는 제로섬(Zero-Sum)게임, 서바이벌 게임의 깊은 곳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선택해야 한다. 아니 선택의 여지는 없다. 게임과 죽음은 함께 놓여있다 ㅡ. 작은 게임기에서 지시하는 대로 따라 게임을 진행해가야 한다. 우연하게 후키지는 아이라는 여자와 파트너가 되게 되고, 모두 아홉 명의 사람들과 함께 서바이벌 게임을 시작하게 된다. 처음에는 모두 협조하자는데 합의를 하고, 그들이 각자 구해온 물품도 나눠가지는데.. 과연 그들은 언제쯤 서로를 죽여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까?! 이 게임을 진행하는 자가 그들에게 원하는 것을 도대체 무엇일까?!

역시 추리. 스릴러 혹은 공포. 호러와 같은 장르 소설은 그 속에서 감추어진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데 그 매력과 장점이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극한 상황이라면 더더욱 잘 드러나는 인간의 사악한 본성 ㅡ. 하지만, 그 본성이 반드시 사악하다고만 할 수 있을까?!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적어도 『크림슨의 미궁』에 만큼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의 죽음이 눈앞에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희생이라는 모습이 자주 보였으니 말이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보면 이 사회도 그렇게 한 가지 면만을 부각해서 너무 좋거나, 너무 나쁘게만 봐라봐서도 안 된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만드는 사회자체에서 그 문제가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아무런 이유도 모르는 사람들을 서로를 죽고 죽여야 하는 서바이벌 게임 속으로 밀어넣어버리는 세상 ㅡ. 그 속에 떨어진 사람들의 직업으로 보아 그들이 이 사회에서 없어도 되는 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과연 그런 판단은 누가하는 것일까?! 인간이 인간을 판단할 수 있는 것인가?!
책을 읽고 나서부터 이런저런 생각은 시작된다 ㅡ. 





어쨌든!! 지금 당장은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이런저런 생각은 일단 제쳐두고, 책 읽기를 멈출 수가 없었다는 말로 이 책의 재미를 표현하면 될까?! 정말 순식간에 책을 읽어나갔다. 그 끝이 궁금해서, 그들의 앞에 펼쳐질 세상이 궁금해서 ㅡ. 역시 기시 유스케의 매력을 여지없이 드러나게 하는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철저한 자료 조사와 탄탄한 짜임, 구성에 사회를 향해 던지는 메시지까지 더해져서 탄생한 그만의 이름이 더 빛을 발하는 멋진 작품 말이다 ㅡ. 아직 보지 못한 그의 지난 몇 몇 작품들이 더 궁금해진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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