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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배케이션
김경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은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1819~1901)이 고위 신하들에게 3년에 한 번 꼴로 한 달 남짓의 유급 독서휴가를 주고, 그 휴가 동안 셰익스피어 작품 중 5편을 정독한 뒤 독후감을 제출하도록 했다는데서 생겨난 말이라고 한다 ㅡ. 현실에 치여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이런 멋진 휴가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이 앞선다 ㅡ. 하루 종일 정신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겨우 의자에 앉아 편히 쉴 수 있는 순간이 다가오면 ‘내가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의구심이 들기 마련이다. 그런 치열한 날들이 하루하루 반복되다보면, 핸드폰을 손에 쥐고 순간순간을 팍팍하게 살아갈 필요가 없는 곳이 그리워진다. ㅡ. 여기만 아니라면,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만 아니라면 어디든지 향해도 좋다는 그런 그리움은 어느새 간절함으로 바뀌어간다. 그런 간절함의 끝에 현실이 발목 잡을 때 아주 작은 틈을 내서, 집에서 아주 편하게 모든 것을 벗어던진 나 자신과 함께 책으로의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비록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처럼 긴 휴가가 안 될지는 몰라도 말이다 ㅡ.
전체적으로 매우 근사한 느낌을 준다. 우아함이 깃든 ㅡ. 그래서 처음에는 조금 다가가기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실제로 만나본 『셰익스피어 배케이션』과 그 저자, 김경은 의외로 솔직하게, 털털하게 다가온다. 그러면서도 그녀가 돌아본 도시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아낸다 ㅡ. 결합되기 힘들 것 같지만 모두 담아내고 있다. 어쩌면 솔직함이 빛을 발해 더 아름답게 다가오는 것인지 모르겠다 ㅡ.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은 전체 3부로 되어있다. 1부 ‘누군가는 여행을 하고 누군가는 책을 읽는다’, 2부 ‘나는 모든 사람들의 길 위에 서 있고 그들은 내게 부딪친다’, 3부 ‘기억은 내게 새로운 꿈을 갖게 한다’ 라는 제목을 가진다. 작은 제목 하나하나가 감각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ㅡ. 그 각각의 이야기들 속에 더 감각적인 그녀의 여행이야기를 담는다. 「셰익스피어 배케이션」같은 장기 휴가를 받아 오랜 시간동안 세계를 누비고 다닌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ㅡ. 그러면 나는 음악을 틀어놓고, 따뜻한 바닥에 배를 깔고 책을 보면 되는 것이다 ㅡ.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postfile/1/2009/12/08/02/bunnywj_5464893962.jpg)
이 책에서 표지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참 인상적이다 ㅡ. 빨간색의 원 안에는 라마가 놀란 표정으로 담겨져 있다. 빨간색의 표지를 한 겹 벗겨보면 라마가 차를 타고 고개를 내밀고 있는 모습의 사진이 보인다. 라마가 1957년 뉴욕 타임스퀘어에 나타났다가 도시의 무언가에 화들짝 놀란 나머지 황급히 택시를 타고 제 고향 안데스의 고산지대로 귀향하고 있는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보면 참 재미있으면서도 씁쓸하다는 생각을 지을 수 없다. 그러고 보면, 삶의 무언가에 화들짝 놀라 안데스의 고산지대의 역할을 해줄 생을 위한 도피처를 찾아 떠나야 할-혹은 소망하는- 많은 이들의 꿈을 사진으로-표지로-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게 된다 ㅡ.
자신의 방에서 책을 통해 떠나는 짧은 배케이션 ㅡ. 『셰익스피어 배케이션』과 같은 멋진 책이라면 그 어떤 배케이션보다도 빛나지 않을까?! “I think here is paradise”, “Welcome to paradise” ㅡ.
더하기 ㅡ.
여기에서는 《몰타의 매》, 《행복의 정복》, 《밤은 부 《인간의 굴레》, 《열정》, 《마티스와 함께한 1년》, 《탕헤르의 여인, 지나》, 《디 엔드 오브 게임》, 《어린왕자》 등등 김경, 그녀가 여행을 하면서 함께한 책들도 많이 소개된다 ㅡ. 뭔가를 읽고 싶은 때, 하지만 어떤 책을 선택해야할지 모르겠다면 이 중에 한 권을 선택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녀가 소개한 도시와 책의 어우러짐을 함께 느낄 수 있어서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