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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균형 ㅣ 아시아 문학선 3
로힌턴 미스트리 지음, 손석주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균형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ㅡ. 균형 (均衡, balance) ㅡ. 사전적 의미로는 ‘어느 한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아니하고 고른 상태’를 말한다. 그것이 곧 가장 안정적인 상태라고 생각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론적으로 따지자면 말이다. 과연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완벽한 균형이란 것이 있을까?! 부(富)가 상하 고르게 분포되어있는 세상, 권력이 상하 구분 없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는 세상을 본적이 있는가?! 항상 세상은 균형보다는 그 반대에 가까웠다. 균형이 깨지고 또 다시 균형을 찾기 위한 과정에서 세상의 모든 것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어 가는 것이기에 -어쩌면- 균형이라는 것의 실체를 잡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균형’이라는 말 앞에 ‘적절한’이라는 또 다른 말을 넣은 것은 보다 현실적인 세상을 보여주기에는 더없이 적절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그런 현실 속에서 여전히 균형이라는 이상을 찾아서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닌지 ㅡ.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79595186503374.jpg)
『적절한 균형』은 책의 첫 인상부터가 아주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800페이지가 훨씬 넘는 책의 두께가 주는 압박감도 물론 강렬했지만 그것은 책을 읽기 전의 생각일 뿐이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내가 어떤 이야기를 주절주절 하는 것보다, 책을 직접 읽는다면 더 확실하고도 쉽게 이해하리라 생각된다. 상당히 두꺼운 이 한 권의 책이 주는 무게는 이 책에서 느껴지는 삶의 무게에 결코 비할 것이 못 된다는 사실도 함께 말이다. 그 무엇보다도 이 책의 표지가 참 인상적이었다. 한 사람의 손가락 하나 위에 장대가 있고, 그 위에 한 아이가 서 있다. 손은 하늘 저 너머를 향한 채 ㅡ. 그 손이 가리키는 곳은 어딜까?! 균형을 잡고 서 있는 아이는 어떤 의미일까?! 여기서 나의 표현력의 부족에 안타까움을 느끼지만.. 그 역시도 이 책을 읽는다면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가슴 속의 먹먹함과 큰 울림으로 말이다 ㅡ.
이 작품의 주인공 중의 한 명인 마넥이 기차 안에서 이시바 다르지와 그의 조카인 옴프라카시 다르지를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우연하게도 똑같은 다나의 하숙집이다. 미망인 다나, 그녀 친구의 아들이며 하숙생이 될 마넥, 그리고 재봉사인 이시바와 옴 ㅡ. 그 네 명을 이야기를 중심으로 『적절한 균형』은 진행되어간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관계 속에서, 그들을 둘러싼-어떻게 하지못하는- 잔인한 세상을 이야기 한다. (책 속의 한 구절을 살짝 빌려서 표현하자면..) 불행이 손으로 만져질 것 같은 느낌이 이 글을 지배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ㅡ.
짧은 여행이었지만 직접 경험해본 인도라는 나라를 다시 이렇게 책을 통해서 만나는 것은 분명 흥미로운 일이다. 내가 직접 가본 곳이 실제 이야기 속의 무대가 되기도 하니 더 생생히 상상할 수 있고, 내가 직접 본 그들의 거리, 그 위에서 만났던 다양한 사람들을 모습에 이야기 속 주인공들의 모습을 비춰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 된다. 이런 가슴 아픈 이야기를 접하면서 즐거움을 이야기 하려니 모순적이기도 하지만, 그러한 그림들이 내 머리 속에 있었기에 그들의 이야기가 무엇보다 더 가슴 깊숙하게 파고든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그런 경험이 없다고 그런 느낌을 못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79595186503375.jpg)
그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그들의 고통과 삶의 무게가 결코 우리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아니 우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가 그러할 것이다. 가진 자들은 권력이나 부를 조금이라도 더 가지기 위해 발버둥치고, 그 반대의 삶에 놓여있는 사람들은 단지 그들의 존재를 위해 살아가는.. 균형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세상 ㅡ. 그런 세상속에서도 저자는 당당하게 『적절한 균형』라는 말을 통해, 결국은 그 균형 같지 않은 균형 속에서의 희망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표현하는 것이리라 생각된다 ㅡ. 하지만, 그 희망은 과연 누구를 위한 희망일까?! 그런 희망이 있기나 한 것일까?! 라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다. 끝까지 떠나지 않는 먹먹함을 담은 의문들과 끝까지 떠나지 않을 깊은 감동이 함께 남겨지는 작품이다. 올해가 가기 전 다시 한 번 읽고, 그 감동을 오래도록 남겨두고 싶은 생각이드는 멋진 작품, 『적절한 균형』이었다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