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 - 그리고 책과 함께 만난 그림들……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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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재미있다는 영화나 책을 보고 실망한 기억이 한 번 쯤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혹은 그 반대로 나는 정말 재미있게 봤던 영화나 책들을 타인에게 추천했다가 실망했다는 대답을 받은 기억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최근에 본 어떤 영화에서 난 그랬다. 대부분이 재미있다고 강력하게 추천을 하는데, 내가 본 그 영화는 그냥 그저 그랬다. 이렇듯 사람들의 취향이 모두 같을 수는 없다. 같은 영화, 같은 책을 보더라도 그에 대한 생각들은 모두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그와 관련된 기억의 매개체도 모두 다르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영화를 본 날의 날씨로 그 영화를 기억할 수도 있을 것이고, 또 어떤 사람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질겅질겅 오징어를 씹어대는 옆 사람에 대한 짜증으로 그 영화를 기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읽는 내내 키득키득 거리면서 본 책은 그 웃음으로 기억될 것이고, 사이코패스가 등장하는 어떤 책은 붉은 피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어느 멋진 그림과 정말 멋진 작품의 글들로 기억되는 책이 바로 『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이다 ㅡ. 



 『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는 모두 4개의 장으로 나뉜다. 우리 작품을 바탕으로 우리의 정서에서 시작해, 사랑을 이야기 하고, 예술과 인간을 이야기하고, 추억과 상상을 이야기 한다. 하나의 작품을 이야기하고 그 작품을 기억하는 또 하나의 그림을 내민다. 그렇게 그녀는 글로 그림으로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치 내가 그 책을 읽은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 책의 한 부분이 그림이 되어 나에게 다가온다. 정말 생생하게 ㅡ. 특히,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을 이야기 할 때, 함께 내민 그림인 프란츠 아이블의 「책 읽는 소녀」를 봤을 때는 나조차도 숨을 쉴 수 없는 만큼의 생생함을 느꼈다 ㅡ.

『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의 저자 「곽아람」은 책을 그림으로 마음 속 깊은 곳에 담아둔다고 한다. 그리고 때로는 그 그림을 꺼내보면서 삶을 견딘다고 한다. 그게 그녀만의 독서 습관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습관을 펼쳐 내보인다. 그녀만의 마음 속 기억을 누구나 볼 수 있는 글과 그림으로 ㅡ. 깊은 곳에서 나온 글과 그림이라서 그런지 뭔가 차분하면서도 정리된 느낌이다. 그렇다고 절대 딱딱한 느낌은 아니다. 오히려 따뜻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 따뜻함으로 책을 읽고, 그림을 보고, 사람을 만난다 ㅡ.

 

 책을 받아들이는 다양한 방식이 있듯이, 책을 기억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ㅡ. 그리고 그만큼 많은 독서 습관이 있다. 그리고 기억에도 습관이 있다. 나에게도 기억 습관이 있는 것인가?! 나만의 기억 습관을 찾아서.. 나 역시도 모든 기다림의 순간, 그리고 살아 숨 쉬며 생을 확인하는 매순간 책을 읽을 것이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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