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정론 - 세기를 뛰어넘는 위대한 이인자론
발데사르 카스틸리오네 지음, 신승미 옮김 / 북스토리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갑자기 이 대통령 생각이 납니다.
이 대통령은 교회 장로입니다.
이 대통령은 대표적인 친미주의자입니다.
이 대통령은 친일파와 손잡았습니다.
이 대통령은 정적을 정치적 타살했다는 비난을 듣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을 자극해 결국 도발하도록 조장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사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야당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정치는 날마다 꼬였습니다.
이 대통령은 주변에는 아첨꾼들로 들끓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니까 경찰을 앞세워서 가혹하게 탄압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그러다가 권좌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이 대통령은 해외로 망명하더니 그곳에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됩니다.
이 대통령은 결국 국민들의 외면으로 국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쓸쓸하게 세상사 작별하게 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이 대통령은, 이승만 대통령입니다.
현재까지는...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진행자가 했던 오프닝 멘트이다 ㅡ. 저 멘트가 주는 뉘앙스는 누구나 금방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내용에 찬성을 하든 반대를 하든, 정치적으로나 이념적 성향이 어떻든 상관없이 말이다. 저기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한 이 대통령을 봐도 그렇고, 지금의 누군가를 봐도 그렇고, 간혹 어떤 문제에 있어서는 최고의 자리에 있는 당사자 자신의 능력보다는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관리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평소에 많이 했었다. 정말 바보가 아니라면 사람들이 저렇게까지 이야기하는데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은 그들의 눈과 귀가 주변의 누군가로 인해 막혀있었던(혹은 지금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기에 더더욱 말이다. 적어도 내가 본 입장에서는 그렇다 ㅡ. 그런 그들에게는 마케아벨리의 《군주론》보다는 발데사르 카스틸리오네의 『궁정론』을 더 가까이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쌍벽을 이루고 르네상스 최고의 정치 교양서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는 『궁정론』이기에 더더욱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군주론》이 군주의 통치 기술을 이야기한다면, 『궁정론』은 이상적인 궁정 신하의 덕목과 처세를 이야기 한다. 좀 더 들어가 보면, 마케아벨리의 《군주론》이 현실적이면서도 어떻게 보면 야비하게 보일 수 있을 만큼의 잔인함을 담고 있는 반면에, 발데사르 카스틸리오네의 『궁정론』은 정말 평범하기 그지없는 어떤 교본의 정석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코 평범해서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평소 우리가 생각하던 최고의 인물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만능인인데 착한 만능인을 꿈꾼다고 해야 할까?!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군주론》과는 반대로 이상에 좀 더 접근해 있다고 해야 할까?!

르네상스의 외교관이었던 「발데사르 카스틸리오네」는 그 경험을 살려 1507년 3월의 나흘 저녁 동안 우르비노 궁정에서 신사와 귀부인들이 모여 ’완벽한 궁정 신하의 모습을 묘사하는 것’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문답 형식을 빌려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간다. 『궁정론』모두 4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1권과 2권에서는 궁정 신하의 기본적인 임무와 그가 갖춰야 할 조건과 자질, 그리고 그 이상의 것들이 이야기되어진다. 3권에서는 이상적인 궁정 숙녀의 모습을 그리고, 다시 4권에서는 궁정 신하와 군주와의 관계, 그리고 궁정인의 기본적인 존재 이유라고 할 수 있는 군주의 교육 등의 내용이 언급된다. 결코 간단히 정리될 수만은 없는 이야기들이지만, 정말 단편적으로 정리를 하자면 최고의 궁정인을 이야기 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결론적으로는 단순히 최고의 궁정인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 최고의 인간을 추구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궁정론』은 유럽의 엘리트 교양 계층이나 정치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문득, 오늘날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의 교양 계층(그런 계층이 있기나 하다면..)이나 정치인들의 사고에는 과연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본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까지의 미덕을 바라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것은 지키면서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더 크게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우리 시대의 진정한 궁정인 ㅡ. 과연 찾을 수 있을까?! 아니, 존재하긴 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