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 브로드 2
팻 콘로이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지금까지 길지도 짧지도 않은 삶을 살면서 인생이 정말 내 뜻대로 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순간순간 많이 깨닫고는 한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쭈~욱 그런 것을 생각해 왔던 것은 아니고 이제야 조금씩 그런 사실을 깨닫게 된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지도 모르겠다. 혹은 지금까지는 알아도 아는 체 하기가 싫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 뜻과 반대되는 순간들과 마주하는 순간을 경험하면서도 인정하기 싫었고, 그 이후에도 인정이라기보다는 단지 ‘짐작과는 다른 일들’ 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상대했다. 하지만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인생에서는 어떤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점점 깨닫게 될 뿐이다 ㅡ.



 
  “《뉴욕타임즈》베스트셀러 1위!”, “《퍼블리셔스 위클리》《워싱턴 포스트》 《로스엔젤리스 타임스》 등 각종 언론과 리뷰전문지가 주목한 팻 콘로이의 2009년 최고의 소설!”, “이만큼 훌륭하게, 이토록 아름답게 쓰는 작가는 없다” ㅡ. 이상은 『사우스 브로드』라는 이 소설과 「팻 콘로이」라는 작가에 붙어있는 수많은 찬사들 몇몇이다 ㅡ. 이쯤이면 항상 드는 생각이 있다. ‘얼마나 대단한 작품이기에?!’, ‘과연 이 찬사가 단순한 광고 차원에서 나온 것은 아니겠지?!’ 등등의 생각으로 직접 확인해 보고야 마는 ㅡ. 그래서 내가 직접 만나본 『사우스 브로드』는?!

『사우스 브로드』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그 어떤 일도 우연히 일어나지는 않는다”〈P19 (1권)〉는 말로 시작된다. 1969년 6월 16일, 서로 관련이 없는 일련의 사건 -하지만 그 무엇보다 큰 관련이 있는 사건-들이 일어나게 된다. 이삿짐 트럭 한 대가 찰스턴 단독주택의 진입로에 들어서고, 성 유다 고아원 정문 앞에 두 명의 고아가 도착하고, 이스트베이 가에 있는 러틀레지-베닛 저택에서 마약단속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인 「레오폴드 블룸 킹」은 그의 어머니가 한때 천주교 예수성심회 수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날이기도 하다. 그날을 시작으로 알지 못하는 운명에 놓여있는 -혹은 인생 그 본연의 모습위에 놓여있는- 레오와 그의 친구들을 만나 볼 수 있다. 그 속에 우정이 있고, 가족이 있고, 사랑, 슬픔과 아픔, 상처 등등의 이야기가 함께 하고 있다. 때로는 가슴 먹먹함의 감동과 때로는 싱거운 웃음으로 끝날 수도 있는 유머와 재치를 더해가며 말이다.
  

생각이 떠오르는 바로 그 찰나에
의도하는 바를 말로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 P70(1권)

 나는 작품성이라는 의미를 두고 어떤 작품을 바라보는 일에는 익숙하지 못하다. 한 작가의 문체나 그만의 특징적인 것들을 알아채는 것도 나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그 글을 읽으면서 느끼는 많은 것들을 표현하기란 더더욱 어렵게만 느껴지는 일이다. (책이 내용과는 조금 상관없는 구절을 인용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그 많은 생각과 미묘한 느낌들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전문적인 지식과 상관없이 나에게 다가오는 『사우스 브로드』에서 느낀 많은 생각들을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다른이들은 알 수 있을까?! 『사우스 브로드』를 읽으면서 어떤 고전 작품(딱히 ‘어떤 것이다’라고 말 못하는 이유는 나의 문학적 소양이 얕기 때문일 것이다ㅡ.)을 읽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그냥 몸이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았다는 사실처럼 말이다 ㅡ.

솔직히 말해서, 이 작품은 무슨 스릴러처럼 읽는 내내 긴장감을 안겨주지는 않는다. 대신,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을 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 밀고 당기고, 쥐었다 폈다 하는.. 쉬어야 할 곳에서 쉬어주고, 뛰어야 할 곳에서는 정말 열심히 달리는.. 그로인해 어떤 본연에 충실하게 다가선다는 느낌을 안겨준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아름답다는 표현을 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 그래, 그거였어. 어떤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 그것이다.
- P462(2권)

 『사우스 브로드』는 ‘남겨진 사람들’ 의 ‘남겨진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ㅡ. 우리 삶에서 사라지는 많은 것들과 남겨지는 또 다른 많은 것들. 혹은 많은 것들을 남겨두고 사라지는 것들 ㅡ. 그 사라짐이 새로움을 남겨놓고 간다. 그것이 사랑이든 아픔이 깃든 상처든 말이다 ㅡ. 그렇게 인생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듯이 말이다 ㅡ. 인생, 그 혼란함 ㅡ. 그리고 그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 『사우스 브로드』이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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