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루프의 사랑 무한카논
시마다 마사히코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우리는 보통 자신이 한 일을 타인의 그것보다 더 거창하게 그리고 때로는 사실보다 더 아름답게 말하고는 한다. 가령 남자들의 군대이야기-대부분 자신이 군 생활을 했던 부대가 최고로 힘든 부대이며 자신의 보직이 최고로 힘든 보직이 된다. 설령 총 한 번 제대로 쏠 기회도 없는 행정병으로 근무했더라도..-같이 말이다. 하지만, 사랑에 있어서만은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어쩌면 그렇게 매번 가슴 아픈 사랑을 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사랑이 더 위대해 보일 때가 많게만 느껴지는지... 다르게 말해, 정말 평생 동안 잊지 못할 뜨거운 사랑을 하고 싶지만 목숨을 걸 만큼의 사랑을 직접 해보지는 못했기에, 그리고 그런 사랑을 그리워만 하고 있기에 더더욱 그런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ㅡ. 

 

 『이투루프의 사랑』은 북스토리 출판사의 창립 10주년 특별기획 작품으로 나온 「시마다 마사히코」의 《무한카논》시리즈 3부작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이다 ㅡ. 그만큼 자신 있게 내놓았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 자신감과 함께 처음에는 우리의 《토지》에 비견될 만큼 멋진 작품이라는 말에 상당히 끌렸다 ㅡ. 하지만, 무한카논 시리즈가 3부작이라는 말에는 살짝 망설이기도 했다. 1부, 2부 없이 어떻게 3부에서 시작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 ㅡ. 하지만 이 시리즈의 또 다른 특징이자 매력이 순서에 상관없이 마음 내키는 대로 읽어도 좋다는 것이다. 나 역시 그렇게 3부작 중 그 마지막으로 시작을 했다. 



 이곳에 상처 입은 마음을 치유해줄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힘들고 괴로워도 살아가야 한다는 오기를 부추기는 공기가 있습니다. - P 122 

 

 제목에 나와 있는 「이투루프」는 섬의 이름이다. 이투루프 섬은 참 신비(?!)하면서도 미묘한 느낌이 있는 곳이다 ㅡ. 산 자들에게는 절망과 욕심으로 가득찬 멜랑콜리한 곳이 되고, 반대로 죽은 자 들에게는 천국의 섬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다 ㅡ. 그 낯선 이투루프 섬에서 「가오루」는 사랑을 하고, 또 사랑을 기억하고, 아파한다. 그런 가오루의 아프고 슬픈 사랑을 따라가면서 나 역시도 그 사랑이 그리워지게 된다. 

 

 「가오루」라는 남자가 품고 있는 그늘이 궁금했다 ㅡ. 아니 그 그늘이 궁금했다기 보다는 그 그늘을 생기게끔 한 이유들이 궁금했다. 다른 이들이 그를 보며, 이투루프에 가는 이유를 죽음으로 향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말이다. 그 섬 자체가 그런 의미를 던져주기도 하겠지만, 그가 그렇게 보인다면 분명 무슨 이유가 있을 텐데.. 단지 사랑을 잃었다는 이유 때문에?! 그 사랑을 다시 찾아야 겠다는 이유 때문에?! 글쎄 ㅡ. 

 

 이 역사 저 역사의 경계에 있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여있는 이투루프에서 현실과 사랑이라는 환상의 경계에 놓여있는 남자와의 만남, 그리고 공존이 펼쳐진다. 거대하게 말했지만 사실은 가오루라는 남자의 아프고 혼란스러운 마음속에 우리가 놓여있다는 느낌이 더 크게 다가온다. 어쩌면, 우리가 말하는 위대함의 시작은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하는 큰마음에 달려있는 것은 아닐까?! 사랑 그리고 아픔이라는 이름으로 ㅡ. 영원한 사랑이라는 이름을 꿈꾸면서 말이다 ㅡ. 

 

 작가는 사랑에 끝이 없듯이, 소설에도 끝이 없다고 한다. 비단 그것이 사랑과 소설에만 그런 것일까?! 우리의 삶에 끝은 있더라도 그 삶의 이야기에는 끝이 없다. 그 끝이 없는 삶의 이야기에 우리는 무엇을 만들어 갈까?! 사랑 ㅡ. 무모하리만큼 가슴 아픈 사랑 ㅡ. 그 끝없음에 또 다른 뭔가를 그려본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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