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나라에서
히샴 마타르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남자들의 나라에서』라는 제목을 보고 드는 많은 생각들 ㅡ. ‘남자들의 나라’는 가부장적, 폭력적 이데올로기에 지배당하는 리비아에 대한 비유적 표현이라고 한다. 하지만 비단 먼 나라의 이야기를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은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멀지 않은 과거에 -혹은 지금도 여전히- 찾을 수 있는 것들이다. 유교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면서 나라 앞에 ‘남자들의’이라는 용어를 추가시켜 살아온 세월들 ㅡ. 물론, 아직도 완전히 그 영향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슬람이라는 종교로 인해 ‘남자들의’이라는 용어를 추가시킨 또 다른 많은 나라들 ㅡ. 다르면서도 같은 이 현상을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당연히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나 역시도 그렇고 말이다. 그렇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나 자신이 이미 그런 사회에 길들여진 것은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생각을 해본다 ㅡ. 

 『남자들의 나라에서』는 스물네 살 청년 술레이만이 아홉 살의 술레이만으로 돌아가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당연히 그 시점은 아홉 살짜리 소년의 눈이다. 그 소년의 눈에 비친 리비아라는 나라. 카다피 독재 정권이라는 정치 상황과 폭력에 놓인 그 나라에서 자신의 가족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이 그려진다. 남자와 데이트를 했다는 이유로 열다섯의 나이에 강제로 결혼을 당했다는 마마. 원치 않는 결혼을 피하기 위해 약도 먹었지만 결혼도 하고 아이-그 아이가 술레이만이다-도 놓게 된다. 그리고 결국은 알코올 중독에 빠진 그녀. 그리고 반정부 활동으로 언제나 바쁜 그의 바바. 바바의 부재로 자신이 마마를 지켜야 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아홉 살 소년. 소년이 마마를 향한 마음은 미움과 연인의 어색한 공존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의 가족과 주변사람들의 앞에 닥친 시련. 그 시련을 통해 겪게 되는 이야기들이 어린 소년의 눈으로 순수하게 비춰진다. 그리고 때로는 그 어린 시선으로 인해 어색하리만큼 그 상황들이 정화되어있다는 느낌도 든다. 나의 시점으로 보면 정화이지만, 그 만큼 소년의 눈이 순수하다는 이야기일 수 있을 것이다. 

 리비아의 냉혹한 현실이, 그리고 세상의 잔인함이 어린 소년의 눈을 통해 또 다른 세상으로 나타난다 ㅡ. 또 다른 세상이라기보다는 보다 정확하게 바라보는 세상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누구나 어른이 되어가면서 어릴 적의 순수함을 잊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더 현실에 깊이 순응해 간다. 그만큼 다시 우리는 어릴 적의 순수함을 그리워한다. 그러고는 끝이다. 그리움에서 ㅡ. 흔하게 드라마를 봐도 소설이나 영화를 봐도 사람들은 항상 용서와 화해, 사랑으로 끝을 맺는다. 항상 끝에서만 그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일까?! 단순히 그리워만 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어린 시절을 순수를 찾아서 용서와 화해, 그리고 사랑으로 자신을 무장해 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리비아」라는 나라 ㅡ. 그 존재와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그리고 이렇게 소설을 통해 조금 더 가까이에서 만났지만 여전히 낯선 나라이다 ㅡ. 이 소설 덕분에 리비아에 대해 조금 알아보기도 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4번째로 넓은 국가이며, 나라의 정식 명칭은 리비아사회주의인민아랍국이다. 엄격한 이슬람 국가이며 따라서 당연히 술과 돼지고기도 금지되어 있는 나라. 또한 그들의 관습(?!)에 따라 여성들의 생활이 자유스럽지 만은 않은 나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리비아 여성들은 사회생활에 매우 적극적이어서 직업을 가진 여성들을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이제는 리비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포함한 모든 나라가 ‘남자들의 나라’가 아닌 -그렇다고 ‘여자들의 나라’도 아닌- 그냥 “사람들의 나라”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남자든 여자든 그냥 사람들의 나라, 정말 사람다운 사람들이 세상의 중심이 되는 나라 말이다 ㅡ. 주객이 전도되어 원래의 정치를 벗어난 정치, 그 어떤 이유에라도 용납 될 수 없는 폭력에서 자유로운 나라, 용서와 사랑이 그 의미를 잃지 않고 존재하는 나라 말이다 ㅡ. 그래! 그런 나라를 꿈꿔본다. “사람들의 나라”를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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