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
라우라 레스트레포 지음, 유혜경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모두가 ‘YES’라고 할 때, ‘NO’라고 할 수 있는 용기를 말하던 CF가 문득 생각난다. 용기?! 분명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진짜 현실에서 ‘YES’라고 외치는 집단에서 속의 나-혹은 당신-는 ‘NO’라는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그래 용기 있게  ‘NO’라고 외쳤다고 치자 ㅡ. 그 분위기는 과연 어떨까?! 정말 정말 멋진 집단이라서 “그래! 소수의 의견도 무시할 수는 없지!”라는 멋진 대답을 이끌어 낸다면 정말 다행스럽고도 감사한 일이지만, 우리가 놓인 현실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 과연 그런 멋진 곳일까?!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을 축소시킨 집단에서 ‘NO’라고 외쳤다면, 아마도 집단 광기로 죽을 듯이 나에게 달려들지도 모를 일이다 ㅡ. 시작이 전혀 공감할 수 없고, 너무 극단적인 예를 든 것인가?! 혼자라면 그렇지 않는 것이 -물론 개인적인 광기도 누군가에게는 문제가 되지만- 함께라면 더 심각한 상황을 낳는다 ㅡ.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어디서부터 생각을 해야 할까?! 

 이야기의 중심에는 아구스티나」가 있다. 누구라도 반할 매력을 가진 「아구스티나」이지만 그녀는 병을 앓고 있다. 정신병, 미쳤다는 거지 ㅡ. 그런 그녀의 곁에서 충실한 사랑을 펼치는 남자, 「아길라르」ㅡ.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많은 사람들 ㅡ. 그들과 이리저리 얽히고설키며 일어나는 일들, 그리고 많은 생각들 ㅡ. 『광기』는 《눈먼 자들의 도시》로 유명한 「주제 사라마구」가 ‘좀처럼 만나기 힘든 위대한 작품’이라고 극찬하면서 「라우라 레스트레포」라는 작가에게 〈알파구아라 문학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ㅡ. 「주제 사라마구」가 극찬을 했기 때문인지, 그녀가 존경하는 인물이 그이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비슷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실제로도 이 책에는 대화체를 따로 표지하지 않는다. 「주제 사라마구」가 그렇듯이 ㅡ. 그러다보니 대화인지 독백인지 구분이 모호할 때가 많고 다른 사소한 정리조차 되지 않은 모습으로 인해 원치 않는 혼란까지 안겨준다 ㅡ. 그럼에도 치밀하게 구성되어있는 이야기들이다 ㅡ. 

 

 소설가이면서 인권운동가이기도 하다는 저자의 정치적 활동까지 조금이나마 -옮긴이의 말에 따라- 알게 되면서 이 책에 담긴 그녀의 생각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어디일까를 생각해 본다 ㅡ. 진실만큼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없다고 했던가?! 그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나타낸 진실들 ㅡ. 비록 소설 속에서 나타나는 것이지만, 진실이상의 진실이 들어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ㅡ. 

 

 이 글의 시작에서 들었던 예를 좀 더 극단적으로 몰고 가서, 모두가 ‘YES’라고 할 때, ‘NO’라고 하면 결국 나만 이상한 사람.. 아니, 이상한 놈(!)이 된다. 다시 말해, 세상 모두가 미쳤는데 나만 미치지 않았다면, 결국 그들에게는 나만 미친 것이 되는 것이다. 개인의 광기가 세상을 미치게 만드는 것일까?! 세상의 광기가 개인을 미치게 만드는 것일까?! 이 미친 세상에 우리는 계속 미친 채로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다시 시작을 돌아가는 용기를 보여야 할까?! “이 미친 세상에서 미치지 않은 자, 과연 누구인가?”ㅡ. 이 한마디가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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