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고백에는 반드시..?!

고백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고백이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먼저 드는가?! 오랜 시간을 바라만 보던 사람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혹은, 누군가에게 지난 날 잘못했던 일을 사과하는 의미의 고백을 한다?! 그 어떤 고백이 되었든, 그 내용은 가장 깊은 곳에서 아주 은밀하게 숨겨 놓았던 것임에 틀림없다. 그 은밀함을 들춰내는 것이 고백이고 그 고백에는 반드시 후회와 반성이 뒤따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말이다. 「미나토 가나에」의『고백』에도 은밀함은 예외일 수 없다. 물론 조금 더 충격적이긴 하다 ㅡ. 그리고 그 속의 인물들도 과연 보통의 사람들일까?! 

 소년 범죄의 심각함이 점차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나이가 어리면 형사적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악용하는 아이들도 늘고 있다. 실제 그런 아이들을 경험도 해봤고 말이다. 어떻게 봐라봐야 할까?! 『고백』은 중학교 여교사가 학생들 앞에서 “내 딸을 죽인 사람은 우리 반에 있습니다!”라는 고백으로 시작된다. 어린 학생이 더 어린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살인이 있고, 또 다른 복수와 용서-사실은 직접 확인하시길-가 있으며,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과 증오, 선생과 제자의 관계, 친구와의 우정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다양한 시점을 통해 풀어놓는다 ㅡ. 그렇게 각기 다른 인물들의 고백 형식을 취한다 ㅡ. 독특하다, 그리고 매력적이다 ㅡ. 정말 푹~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이야기들이다. 한동안 이 책을 봐도 저 책을 봐도 진도가 나가지 않던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던 책이었기에 더더욱 놀랍고 멋진 책이라고 할 수 밖에 ㅡ. 그 이야기들의 주제가 비록 무거울지라도 말이다. 그 무거움을 이렇게 흥미진진하게 가슴 아프게, 그리고 아쉽게 그려내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고백』은 성직자(聖職者), 순교자(殉敎者), 자애자(慈愛者), 구도자(求道者), 신봉자(信奉者), 전도자(傳道者) 라는 소제목으로 각기 다른 사람들의 고백을 담고 있다. 죽은 아이의 엄마이자 선생으로서의 갈등을 보여주는 유코의 고백을 담은「성직자(聖職者)」, 한 반의 반장이자 살인자들과 같은 반 학생인 미즈키가 유코를 향한 고백을 담은 「순교자(殉敎者)」,  살인자 중의 한 명인 나오키의 누나가 엄마가 쓴 일기를 통해 이야기하는 또 다른 고백을 담은 「자애자(慈愛者)」, 나오키의 심리적 방황과 실패를 담은「구도자(求道者)」, 또 다른 살인자인 슈야의 가정환경, 그리고 사랑의 고백을 담은 「신봉자(信奉者)」, 다시 마지막에 등장하는 유코의 복수를 담은「전도자(傳道者)」ㅡ. 

 어리석은 사람들은 가장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벌할 권리가 없다는 사실을 ···.  - P 78 

 각기 다른 시선을 통해 말하는 고백을 통해, 같은 한 사건을 바라보는 모두 다른 생각을 볼 수 있다. 한 가지 공통적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모두가 자신의 입장만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집단 광기 같은 것들에서는 심지어 자신의 위치나 입장까지도 고려하지 않은 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엿볼 수도 있었다. 이런 각기 다른 생각으로 결국은 모두가 파국으로 치닫는다. 그리고 마지막에 던져주는 결론은 시원하다는 약간의 생각과 아쉬움, 그리고 또 다른 문제 인식을 안겨준다 ㅡ. 

 바보일수록 변명을 좋아하는 법입니다.  - P263 

 다시 생각해 보자 ㅡ. 고백에는 보통 후회와 반성이 뒤따른다는 생각을 한다고 앞에서도 말했다. 하지만, 「미나토 가나에」의『고백』에서는 어떤가?! 의도하건 하지 않았건 큰 사건이 가져다준 충격이 보통의 사람들을 보통이지 않은 사람으로 만든 것일까?! 그렇다면 그 큰 사건의 시작은 어디인가?! 아쉽게도 『고백』에서는 그 시작은 보려고도 하지 않은 채 남 탓만 하는 사람들과, 반성이 없는 후회-적어도 후회를 하기나 한다면-와 변명이 담긴 고백만이 남아있다. 

 결국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마음에 담겨야 할 것은 이해와 배려가 아닐까?! 아니, 어쩌면 이해보다는 인정이라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세상 모든 이들에게 그래야 하듯,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보다 넓은 마음으로 다가서야 하지 않을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기 보다는 그들의 마음을 인정하고 보듬을 수 있는 더 큰 마음으로 말이다. 그것이 어른으로서의 당연함이 아닐까?! 어른과 아이, 똑같이 변명을 좋아하는 바보로 세상을 살아갈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래, 그런 바보는 필요 없는 세상이었으면.. 아니, 이런 것들을 생각조차 해보지 않아도 되는  그런 세상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ㅡ. 진짜 소설 속의 이야기 같은 바람이겠지만 말이다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