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나에겐, 로맨틱 - 나를 찾아 떠나는 300일간의 인디아 표류기
하정아 지음 / 라이카미(부즈펌)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내가 좋아하는 글귀 중 하나가 류시화 님의 책 속에서 봤었던 “어디에 가든 그곳에 있으라”이다 ㅡ.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지만, 류시화 님의 그 책이 인도를 이야기 하고 있었고, 지금 난 인도 여행기를 담은 이 책을 이야기하면서 이 글귀를 언급하게 된다 ㅡ. 평소에 항상 나를 다독이는 글귀이기도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조금 더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 “어디에 가든 그곳에 있으라”ㅡ. 지금 나는, 내 몸뚱이가 있는 이곳에 있는 것일까?! 

 “인도”라는 두 글자에 나는 왜 항상 가슴이 떨릴까?! 내 기억 속의 그 아련함 때문일까?! 아니면 일상에서도 이렇게 계속 만나게 되는, 그리고 나를 놓아주지 않는, 많은 이들의 인도 여행기 때문일까?! 크게 다를 것 없는 인도이고, 크게 다를 것 없는 그저 그런 여행기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 똑같은 것은 없다. 내가 항상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면서 함께 외치는 그 이유가 남들과 똑같지 않고, 실제 내가 인도를 향해 떠났던 이유와 이 책의 저자인 「하정아」라는 인물이 인도를 향하게 된 이유가 다르듯이, 내가 보고 경험했던 인도와 그녀가 보고 경험했던 인도는 다르다. 

 『그래도 나에겐, 로맨틱』의 하정아 ㅡ. 그녀는 참 뜬금없다. 갠지스 강에서 이태리타올을 손에 끼고 있는 자신을 상상하다니 정말 갑작스럽고도 엉뚱하지 않은가?! 그만큼-혹은 그 이상으로- 그녀의 글은 재미있다. 하지만 단순한 재미가 아니라 거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간다. 인도나 인도인이 궁금한 게 아니라, 그곳에 있을 자신이 궁금해서 떠났다니 말이다. 나는 왜 항상 내가 서 있는 공간과 나를 따로따로 분리해서 생각했었을까?! 어디를 가든 난 그곳에 있지 않았던 것일까?! 

 인도란 그런 곳이 아닐까?! 내가 알고 있던 모든 가치관이 반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끔 하는 이며, 삶은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지금 행복 하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끔 하는 곳 ㅡ. 물론 이런 것들을 꼭 낯선 나라에 가야지만 깨우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그 낯선 곳이 인도일 필요는 더더욱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낯선 곳-또 다른 일상-이었기에 다시 한 번 자신을 돌아보고, 세상을 돌아보고, 알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중요한 것은 어디를 가든지 그곳에 있는 것이다 ㅡ. 지금에 충실하고 집중하면서 지금을 살아가는 것 ㅡ. 그렇게 나를 키워가는 것 ㅡ. 

 우리 주위에 흔하게 있는 아주 사소한 것들에서 -나도 봤었지만 크게 다르게 보지 못했던 것들에서- 찾아내는 소중함들 ㅡ. 하정아, 그녀가 그런 소중함들을 찾아내는 순간들이 나에게는 다시 한 번 내 사고의 한계점을 알아가는 따끔따끔한 순간들이었다 ㅡ. 결국 그렇게, 『그래도 나에겐, 로맨틱』은 나에게 열정적으로 살라고 말한다 ㅡ. 비슷한 나이 대에 같은 곳의 여행 경험 때문일까?! 하정아, 그녀가 느끼는 삶의 무게가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그 비슷함을 가지고, 그녀에게 한참 뒤쳐지는 나를 돌아보며 다시 더 열정적으로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리고 나 스스로를 다독인다. “어디에 가든 그곳에 있으라”고 ㅡ. 그래, 그거면 충분할 것이라고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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