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여대생 뉴 무브먼트 문학선 2
정수인 지음 / 새움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탈북 여대생』은 두 가지의 이야기를 안겨준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탈북 여대생」 「여우」ㅡ. 두 이야기의 화자는 남자이지만, 그들의 상대이자 이야기의 중심적인 인물은 아주 매력적인 두 여성이다. 북조선 여대생 「설화」와, 갑자기 다가온 여자 「수연」의 이야기 ㅡ. 과연 그녀들은 어떤 이야기의 중심에 있을까?! 

 Ⅰ. 「탈북 여대생」 

연변에서 소설을 준비 중인 정 선생 ㅡ. 그는 북한의 실상을 보다 잘 알기위해 북조선 여대생 설화를 만나게 되고, 그녀를 통해서 -혹은 직접 돌아다니면서- 북한의 아픈 현실을 듣고 보게 된다. 

 이 작품을 보기 전까지도 나는 “오늘 저녁에는 뭘 먹을까?!” 라는 고민으로 인터넷으로 맛집을 찾아다녔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음..그래 여기 좋은데?! 근데 좀 비싸네.. 뭐 맛있다는데 가격이 중요해?!”라는 생각을 했다. 「탈북 여대생」을 다 읽은 지금은, 그랬던 나 자신에게 부끄러움을 느낀다 ㅡ. 솔직히 북한의 어려운 사정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고, 꽃제비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그들의 굶주림을 모르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접하고 나서야 더 깊이 생각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솔직히, 혼란스럽다 ㅡ. 그들의 가난과 굶주림을 많은 이들이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고,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들에 대한 도움의 손길을 뻗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어떻게?! 나의 혼란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정부에 계속적인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그동안 그들에게 퍼준 쌀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정부차원의 공식적인 루트로도 그들을 도울 수 없다면, 일개 개인인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그냥 머리로만 알고, 도와야 한다고 말로만 외치는 나의 행동이 다시 한 번 부끄러워짐과 동시에, 딱히 어떻게 행동하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 더 큰 부끄러움을 느낀다 ㅡ. 

 Ⅱ. 「여우」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내던 옆집 누나, 그리고 누나의 딸 수연 ㅡ. 언젠가부터 수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지만 불가능한 현실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면서 또 다른 여자들과 관계가 생겨나고, 사라지면서 옆집 누나의 딸, 수연과 똑같이 생긴 또 다른 수연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결국 그녀와 사랑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 ㅡ. 

 여우」는 「탈북 여대생」과 같은 복잡한(?!) 혼란은 아니지만 호기심을 발동하는 또 다른 혼란을 안겨준다. 수연을 닮았던 또 다른 수연이 갑자기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그녀는 과연 누구일까?! 수연의 모습으로 나타나 또 다른 삶의 생기를 불어 넣어준 여우는 아니었을까?! 어쩌면 우린 여우같은 삶의 의미이자 힘이 되어줄 뭔가를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탈북 여대생」과 「여우」를 통해 만난 두 여성 ㅡ. 아픈 우리의 현실을 바라보게 하는 설화와 삶의 의미이자 희망이 되어주는 수연 ㅡ. 한 권의 책에서 저자는 병과 약을 동시에 준다고 표현한다면 내가 너무 단순한 것일까?! 북한의 아픈 현실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들고, 동포애와 언어의 문제가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쓰인 「탈북 여대생」의 무게감 ㅡ. 그리고 현실이지만 현실이 아닌 듯, 꿈이었지만 또 꿈만은 아닌 듯 한 세계에서 한 동안 가졌던 사랑. 그 선명함과 흐릿함의 경계에 놓여 그 순간들이 여우의 선물로 느껴지는 「여우」의 또 다른 희망 ㅡ. 조금씩 나를 짓누르던 무게를 희망 -혹은 꿈-으로 해소시키는 매력적인 이야기의 결합, 『탈북 여대생』ㅡ. 우리의 삶이 그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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