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포스 Olympos
댄 시먼스 지음, 김수연 옮김 / 베가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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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뭐, 꼭 어린 시절이 아니더라도- 많은 이들이 그리스 로마 신화로 즐거움을 누렸을 것이다. 미리 말하지만, 난 그리스 로마 신화를 통해 받을 수 있는 즐거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가끔씩 누군가가 어떤 신을 이야기 하고, 그 신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때면 그 누군가에 대한 약간의 동경과 함께 상당히 많은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다. 그 호기심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 책을 사기도 했고, 시도도 했었다. 그것도 많이 ㅡ. 하지만 신화라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복잡하고 어렵게만 다가왔다. 그리스 로마 신화 속의 세계를 이해하기도 힘들었고, 그를 바라보는 고대 그리스인이 인식하고 있던 세계를 이해하기도 힘들었으며,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부터 이어진 문학 작품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나오는 탓에 그런 문학 작품까지도 덩달아 이해하기가 더더욱 힘들었다. 그리고 단순하지만 가장 결정적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가 친해지기 힘들었던 이유는, 신화에 등장하는 그 이름들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제우스, 헤라, 아폴론, 에로스, 프로메테우스 정도라면 알겠다. 하지만 어디서 들어본 듯 아닌 듯, 그게 그 이름 같은 온갖 다양한 이름들은 날 충분히 혼란에 빠져들게 했고, 그 이름들을 하나하나 확인 한다고 책의 앞뒤를 왔다 갔다 하다보면 신화 그 자체에 대한 흥미는 금방 떨어지고 말았다 ㅡ. 

   

『올림포스』라는 책의 서평을 쓰면서 무슨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부터 시작 하냐고?! 그럼 결론부터 말해야겠다. -그리스 로마 신화라면 어려움에 발버둥 치는- 이런 나도 이 책, 『올림포스』는 신나게 봤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신화에 대해 알든 모르든 이 이야기에 빠져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뭔가를 조금이라도 더 안다면 훨씬 쉽고 빠르게 그 즐거움에 동참할 수 있겠지만, 필수는 아니라는 사실 ㅡ. 


 

 이 책을 보기 전 걱정했던 것이 세 가지 있었다. 하나는 나는 그리스 로마 신화 같은 것은 하나도 모른다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올림포스』의 전작인 《일리움》을 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이 책의 상당한 두께가 가져다주는 압박감이었다. 이미 첫 번째 것은 말했고 ㅡ. 두 번째 걱정도 첫 번 째의 그것과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ㅡ. 물론 내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도전할 때처럼, 처음은 약간 생소하게 다가온다. 《일리움》을 못 봤기에 더 생소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다. 계속되는 호기심과 점점 커져만 가는 상상력은 주체할 수 없는 즐거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것도 이미 말했는지 모르겠다. 즐거움이란 단어를 벌써 등장시킨 것을 보면 말이다. 즐겁다면 책의 두께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쩌면 그 많던 페이지가 조금씩 줄어든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더 들지도 모르겠다 ㅡ. 

 

 보통 이런 글을 쓰다보면 대략적인 줄거리도 살짝 언급을 하고 가야하는데, 『올림포스』의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솔직히 막막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책을 읽기 전의 막막함 보다 조금 더 한 듯하다 ㅡ. 이런 대작을 읽고 나의 부족한 글로 표현하려는데 대한 부담감도 더 크게 다가오고 말이다. 그래도 살짝은 해야겠지?! 『올림포스』는 호메로스의 양대 서사시 중 하나인 「일리아드」를 틀로 삼아 이야기를 진행 시켜나간다는 -작가 「댄 시먼즈」의 전작- 《일리움》의 후속편이라고 한다. 《일리움》에서의 신들, 인간들, 그리고 로봇들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이다 ㅡ. 잠깐!! 신화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로봇들의 이야기라고 해서 당황스러운가?! 「댄 시먼즈」는 전작 《일리움》에서 그랬듯이 『올림포스』에서도 단순히 신화적인 요소만으로 이야기를 진행시켜나가는 것이 아니라, 많은 SF적 요소를 첨가(?!)해서 이야기를 진행시켜나간다. 신화와 과학의 어색하지만 절묘한 만남이랄까?! 그만큼『올림포스』의 시공간은 단순하지 않다. 과거-현재-미래라는 시간이 그렇고 지구와 우주라는 공간이 이리저리 얽히고 섥혀서, 때로는 시간과 공간의 뒤틀림으로 나타난다. 그 중심에 신의 손에 의해 부활된 -트로이와 올림포스 산을 오가는 기록요원- 스콜릭, 호켄베리 박사가 있다. 그와 함께 올림포스의 신들, 아카이아인(그리스인), 트로이인, 고전인류와 모라벡까지 수많은 캐릭터가 등장해 우리를 무한 상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올림포스』를 읽은 후,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본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할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 거대함과 그 속에 있는 세심함에 대해 감탄을 그치지 못할 것이다. 신화와 함께하는 고대 작품들이 자연스레 엮여져 있고, 그와 함께 공존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양자 이동이나 QT 등과 같은- 각종 첨단 과학 용어들이 등장함에도 따로따로 노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셰익스피어와 프루스트의 작품들도 현재와 이어준다. 어떻게 보면 딱딱해 보일수도 있는 많은 것들에 작가는 유머-잘 살펴본다면 의외로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이 등장한다- 또한 잊지 않는다. 결국 「댄 시먼즈」라는 작가의 수많은 찬사 중에 ‘파괴와 탄생, 그 어울림의 미학’을 실현하는 작가라는 말을 하나 더해도 어색하지 않으리라 ㅡ. 

 

  미래를 가지고 과거를 보는 것인지, 과거를 통해서 미래를 바라보는 것인지 여전히 혼란스럽다. 그 혼란스러움에 현재의 우리가 놓여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과거와 현재의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것들, 그리고 앞으로 알게 될 많은 것들 ㅡ. 그 어느 것이 과연 진실이고 그 어느 것이 과연 우리의 진짜 모습일까?! 그렇다면 인간의 도대체 무엇인가?! 아직도 무한 상상의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다. 어쩌면 무한 상상이 아니라 현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함부로 상상하고 함부로 단정 짓지 마라 ㅡ. 그저 받아들여라 ㅡ.  

  《일리움》의 떠들썩한 혼돈이 올림포스』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고?! 난 이제 시작인데?! 솔직히, 한 번 읽고 이 책을 이야기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더더욱 막을 내린다는 표현은 금해야 할 것이다. 이 대서사시는 책을 덮는 순간에 끝나는 것이 절대 아닐 것이다. 결코  ㅡ. 끝이 언제가 될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일리움》으로 돌아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것이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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