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트 Young Author Series 1
남 레 지음, 조동섭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단편일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었다 ㅡ. 차례를 봤을 때도 각각의 제목을 보며 단편이 아닌 큰 줄거리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각각의 소제목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나의 무지함과 무던함 때문이겠지만.. 첫 번째 단편「사랑과 명예와 동정과 자존심과 이해와 희생」을 읽고 두 번째 단편 「카르타헤나」로 넘어가서도 한참 후에나 단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밀려오는 「사랑과 명예와 동정과 자존심과 이해와 희생」이라는 작품의 뭔지 모를 허전함 ㅡ. 그 허전함과 계속해서 밀려오는 여운, 그리고 커다란 무게감이 또 다른 단편들을 하나하나 읽어나가는 내내 나를 지배했다. 아니, 지배한다. 지금도 ㅡ. 

 『보트』는 「사랑과 명예와 동정과 자존심과 이해와 희생」, 「카르타헤나」, 「일리스 만나기」, 「해프리드」, 「히로시마」, 「테헤란의 전화」와 책의 제목이기도 한 「보트」까지 모두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있다. 독특하게도 모든 단편의 장소와 시간은 동일하지 않다. 장소와 시간을 여기저기 넘나든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 레」, 그만의 독특한 느낌은 절대적으로 유지된다 ㅡ. 그 독특함은 뭐냐고?! 글쎄 ㅡ. 

 모두 짧은 단편이지만 내용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음을 보여준다 ㅡ. 전체적으로 무겁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베트남계 작가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그런 것일까?! 그가 베트남계라서 겪었을지도 모를 어떤 경험을 내가 아는 것도 아니고, 이해하는 것은 더더욱 아닐진대 왜 그런 느낌이 드는 걸까?! 어쩌면 처음부터 이런 느낌을 나는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ㅡ. 

 

 무게감이라고 표현했지만, 조금 더 들어가서 생각해 보면 그 어떤 책임감 같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 어떤 책임감이 이야기 속의 그들을 짓누르고 있는 듯 한 느낌 ㅡ. 그리고 그 짓누름은 나 역시도 피해갈 수 없다는 사실이 느껴진다 ㅡ. 그 무거움 때문일까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지문과 대화의 뒤섞임이 거역할 수 없는 어떤 힘을 전해준다. 그것이 「남 레」의 독특함인가?! 

 

 쉽게 느껴지지 않는 만큼, 진도 역시 무디게만 나갔다. 수많은 찬사가 들어갈수록 나에겐 어려운 작품으로 느껴진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경험한 작품이 아니었는가 싶다. 언제쯤이면 이 작품이 내게도 ‘감동적이고도 놀랍도록 창의적’으로 느껴질까?! 아직은 책을 읽음에도 그렇고 책을 이해함에도 너무 부족한 나를 만나는 시간이 된 것 같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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