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처럼 나비처럼 1
야설록 지음 / 형설라이프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 

 -그녀를 위해 죽을 수 있어서··· .-   

-P325
 


 

「내사랑 내곁에」라는 영화를 봤다. 몸이 조금씩 마비되어간다는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남자 종우(김명민)는 어릴 적 알고 지내던 지수(하지원)와 우연히 만나게 되어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둘만의 결혼식을 올리고, 병원이라는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아내 지수는 항상 종우 곁에서 함께한다. 점점 종우의 상태가 나빠지고 지수를 밀어내기위해 힘을 써보지만, 그들의 사랑 앞에서 지수는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그리고 종우가 마지막을 보내는 그 순간까지 그들의 사랑은 계속된다. 어려운 순간이 다가와도 마지막까지 함께 있어줄 사람이 있다는 사실과 그런 사람을 놓아두고 세상을 떠난다는 사실이, 슬프지만 아름다운 사랑으로 다가오는 영화였다. 만약 나라면... 내 사랑하는 사람이 그런 병에 걸린다면 난 어떻게 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뜬금없이 왜 다른 영화 이야기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굳이 이유를 말한다면, 갑자기 뜨거운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어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혹은 그 영화가 던져준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더 부끄러워 할 만한 또 다른 작품을 만났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내사랑 내곁에」에서 곧 떠날 사람을 위해 마지막까지 함께 하는 사랑 이야기를 만났다면, 『불꽃처럼 나비처럼』에서는, 좀 더 극적으로 다가가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막기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는 불꽃같은, 그리고 나비같은 사랑 이야기를 만나게 될 것이다 ㅡ. 

 여흥 민씨 민자영 ㅡ. 아니 우리에게는 명성황후로 더 잘 알려진 인물이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명성황후에 대해 그렇게 좋게만은 생각하지 않는다. ‘외세를 통해 외세를 쳐낸다’는 것이, 오늘날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 잘하는, 진정한 반대가 아닌, ‘반대를 위한 반대’를 떠올리게 하기에 더더욱 좋지 않게만 보였었다. 소설로 만나는 명성황후, 민자영을 보면서 -물론 소설이지만- 지금까지 한 인물을 너무 한쪽에 치우친 시선으로만 바라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인간 민자영, 여자 민자영으로 그녀를 바라볼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ㅡ.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서는 명성황후를 너무 좋게만 표현했다는 게 아쉽기는 하다 ㅡ.) 

 『불꽃처럼 나비처럼』의 내용은 그리 어렵지 않다. 누구나 아는 명성황후, 민자영 ㅡ. 그리고 그녀의 그림자이자 그녀가 전부인 한 남자, 무명 ㅡ.  기본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에 덧붙여서 무명이라는 가공의 인물을 만들어 낸 것이다 ㅡ. 그리고 그들의 이루어지지 못하는, 하지만 목숨을 다 바치는 사랑이야기를 그려낸다. 

 「야설록」이라는 이름을 가진 저자의 작품을 직접 만나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분명 들어본 이름이라 기대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그만의 독특한 매력을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무협소설을 읽는 듯 한 섬세한 느낌의 액션이나 현대적 시선으로 그 시절을 바라보는 것들은 정말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또한 -미리 저자가 밝혔듯이- 우리 역사에서 고단하고 치열한 삶, 그리고 안타까운 삶을 살았던 한 인물에게 삶의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가상의 인물을 배치함으로써 그 한 인물을 작게나마 위로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저자의 생각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불꽃처럼 나비처럼』으로 만나기 전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으로 먼저 만날 수 있었다. 영화를 먼저 보고 난 후 만난 원작 소설은 영화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듯 했다. 물론 영화를 통해서만이 느낄 수 있는 판타스틱한 액션 장면은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지만, 짧은 시간에 화면과 대사로만 풀어내야하는 영화 속의 자영과 무명의 모습들을 책을 통해 더 깊이 있게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현실 속에서 나는 과연 무명이 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당신은 어떠한가?! 사랑을 위해 목숨까지 바칠수 있는가?! 혹은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는 그런 사랑을 하고 있는가?!그런 사랑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닌가?! 아니면 생각만 하고 있는가?! 뭐 어떻든 좋다. 이제 다시 시작해보자. 무명과 민자영 처럼 말이다 ㅡ. 불꽃처럼 뜨겁고, 나비처럼 순결한 사랑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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