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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새 ㅣ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15
마르턴 타르트 지음, 안미란 옮김 / 들녘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지금 당신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과의 관계는 어떠한가?! 처음 그 느낌 그대로 여전히 사랑하는가, 아니면 이제는 멀어지려 하는가!? 영화 속 한 장면 같이 만난 사랑에도 현실에서는 그 사랑에 부딪히고 상처받기 나름이다. 그 사랑이 결혼까지 이어졌다면 더더욱 말이다. (물론 아직 결혼도 안한 내가 이해하거나 감히 말하기에는 힘든 부분도 많겠지만..) 거기에다가 사랑이 결여된, 결실만을 맺기 위한, 의무로만 느껴지는 섹스만이 남아있는 관계라면..?!
동물 실험실 연구원으로 있는 「토마스」에게 두 명의 남자가, 아니 두 명의 경찰이 찾아온다. 아름다우면서도 도발적인 도서관 사서「제니」가 사라졌다고, 마지막으로 함께한 사람이 토마스 당신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목격자에 의해 마지막으로 함께하던 순간 그가 제니와 말다툼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그는 제니의 살인 용의자로 체포된다. 증거가 조금씩 나오면서, 소문까지 토마스를 압박하는 순간에도 토마스의 아내 「레오니」는 토마스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조금씩 그의 행적들을 따라가면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고, 많은 고민에 휩싸인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또는 이해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하나씩 다가오고, 밝혀진다 ㅡ.
『검은새』는 독특한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토마스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가, 토마스와 그의 부인 레오니가 주고받은 편지로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그 다음에는 레오니의 일기 형식으로, 그리고 마지막에는 레오니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란스럽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충분히 매끄러우면서도 충분히 빠져들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치밀한 묘사와 상상을 불허하는 극적인 결말이 돋보이는 심리 추리소설”이라고 책의 뒷면에 적혀있다. 물론 맞는 말이다 ㅡ. 연구실에서의 실험 과정을 설명하는 장면을 비롯해 순간순간 드러나는 묘사는 사실적이면서도 잔인하게 느껴지며, 계속되는 새로운 상황의 등장과 함께 그 상상력은 끝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 나간다. 그와 더불어 함께하는 추리들 ㅡ.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사랑(또 다른 입장에서는 외도가 될 것이다 ㅡ.)을 이야기하기도 하며, 결혼을 이야기하고, 가정을 이야기 한다.
“... 중요한 건 여러분이 고통과 근심과 아픔과 수고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점점 현명해 진다는 거예요.
더 행복해지는 게 아니고요. 행복에서 얻는 건 없으니까요. ...” - P168
고통과 근심, 아픔과 수고, 어려움을 통해 점점 삶이 강해진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사랑의 결실이 아닌 생물학적 결실만을 원하는 아내가 지겨워져 새로운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 한 남자와 그 남자의 결백을 증명하기위해 그리고 여전히 희망을 놓치지 않는 한 여자를 통해서 말이다 ㅡ. 물론 소설 속에서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왔기에 그러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이렇게 긴장감 넘치면서 어려움 속에 놓여있어야만 하는 것일까?!
사람과 사람사이에 필요한 것은 결국 “이해”와 “신뢰”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 과정에 놓여있는 것이 “대화”이고 ㅡ. 마주한 상대에게 좀 더 진솔하게 한 걸음 다가선다면 삶의 현명함에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사람에게 진솔하게 다가가는지, 얼마만큼의 대화로 이해와 신뢰를 주고받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이 소설은「마르턴 타르트」가 쓴 1983년도 작품이라고 한다. 20년도 훨씬 지난 이 소설이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작가의 예지력에 감탄을 해야 하는 것일까?! 변함없이 이기적인 사람들의 마음을 탓해야하는 것일까?! 출판계에서는 이 책을 ‘추리소설’로 분류하지만, 작가 자신은 ‘결혼소설’이라 정의 했다고 한다. 이 소설이 어떤 장르이냐가 중요한 것은 물론 아니지만, 단 한 권의 소설에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사실은 틀림이 없다. 개인적으로 들녘의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시리즈」중에서 두 번째 만나는 작품이다. 이 책처럼 독특한 책을, 이 독특한 책을 쓴 네덜란드의 작가 「마르턴 타르트」를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할 것 같다 ㅡ. 그리고 더 멋지고도 다양한 책들을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시리즈」를 통해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데, 이 소설의 제목인 『검은새』가 가지는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검은새와 이 내용들의 연결고리는 과연 무엇일까?! 이 책과 함께 했던 시간 동안, 그리고 지금까지 아직도 내가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