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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들의 음모
파트리스 라누아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9년 8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79595186487796.jpg)
“현실은 우리가 보지 않아도 존재하는 것이고,
상상은 우리가 생각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죠.” - P196
과학과 철학의 경계에 놓여 있고, 유한과 무한의 경계에 놓여 있고, 현실과 상상의 경계에 놓여 있고, 진실과 거짓의 경계에 놓여있다.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한없이 단순해질 수도 있을 것이고, 그 반대로 하자면 한없이 복잡해질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우리는 우리의 삶과 존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해야 할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ㅡ.
파란색의 바탕에 반짝이는 작은 나비들이 들어있는 표지가 무척 아름답다. 하지만 그 속에 들어있는 『나비들의 음모』의 내용은 어둡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거대한 바다와 자연을 배경으로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가 머릿속에 깊숙하게 각인되어서 일까?! 어둡다는 표현보다는 무겁다는 표현을 써야 더 정확할지 모르겠다. “천재 물리학자가 쓴 철학과 과학을 넘나드는 몽환적 미스터리”라는 띠지의 문구대로 물리학적, 철학적인 주제와 소재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가며 집중력을 잃지 않기 해 마지막부분에는 살짝의 반전을 더하기도 한다.
“조용한 밤에 귀를 기울이면 소리가 들릴 거야.
그들의 작고 빠른 움직임은 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멈추지 않는단다.
나는 그것을 ‘나비들의 음모’라고 부르지.” - P56
천체물리학자 「로익」은 「클라라」와 자폐증을 앓고 있는 소년「솔」을 그의 작은 요트인 ‘모르포 호’ 에 태워 바다로 나간다. 붉은 일몰에 빠져있는 바다를 감상하다가, 발동기의 고장으로 그들은 먼 바다를 표류하기 시작한다. 이야기의 거의 대부분이 바다 위에서 (정확히 말하자면 넓은 바다 위 좁은 요트 위라는 넓으면서도 좁은 묘한 공간에서) 세 사람이 겪게 되는 일들로 채워져있다. 표류하는 ‘모르포 호’ 만큼이나 「로익」의 정신도 과거와 현재를 표류한다. 지난 기억 속의 사랑과 실수, 죄책감과 끊임없이 그를 사로잡는 혼란함 ㅡ. 그와 동시에 자폐증을 앓다가 갑자기 제정신(?!)으로 돌아온 「솔」과의 철학과 과학, 존재와 존재하지 않음을 사이에 두고 오고가는 심도 깊은 대화들이 내용의 주를 이룬다. “나는 질문을 좋아하지 않아요. 질문을 해봐야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요.” (P43) 라고 말하던 솔은 로익과의 대화를 통해서 거대한 자연과 그 앞에 존재하는 자신, 그리고 세상을 받아들이는 힘을 생각하게 된다.
“너의 눈은 결국 너를 속인단다 ㅡ.”당신은 지금 어떤 눈으로 어떤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가?! 마냥 아름답게만 보이는 행복한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는가?! 아니면, 온갖 범죄로 인한 두려움 가득한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고 있는가?! 당신의 눈에 보이는 세상은 어쩌면 당신 스스로가 만들어낸 세상일지도 모른다. 당신이 살아 갈 세상 또한 그럴 것이다. 이제는 선택이 필요하지 않을까?! 내가 원하는 세상, 내가 살아가고픈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한 선택 ㅡ. 그 선택은 오직 나만이 할 수 있을 것이다 ㅡ. 마음 깊은 곳에서 움직이는 그 무언가를 쫓아서 말이다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