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톨른 차일드
키스 도나휴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가끔씩 “너 뭐냐?!” 라는 말을 하고는 한다. 물론 친한사이에서 장난으로 하는 말이지만 말이다. 아무런 생각없이 장난으로 주고받는 말이긴 하지만, 뒤돌아서서 조용히 생각해 보게 된다. ‘난 진짜 뭔가?!’ ㅡ. 단지 그 순간만이 아니라, 우리는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서 “난 누군가?!” 라는 어려운 질문에 항상 다다르게 된다. “'나'와 또 다른 '나'의 엇갈림과 마주침” ㅡ. 낯섦과의 엇갈림과 마주침으로 인해 우리는 조금씩 성장해 간다. 여기, 이 성장의 낯선 길위에 놓여진, ‘나’를 찾아가는 두 소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ㅡ. 

 파에리들은 -그들은 스스로를 그렇게 부른다- 세상에서 한 아이를 훔쳐오고, 대신에 그들의 아이를 그 세상에 데려다 놓는다. 다시 말해, 숲에 사는, 유령인지 요정인지 모를, 파에리들은 아이들을 숲으로 납치해가는 것이고, 똑같은 모습의 파에리를 대신 두고 감으로써 아이를 “바꿔치기” 하는 것이다.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 신중하게 인간 아이를 선택하고 계획 또한 치밀하게 짜며 보다 조심스럽게 행동으로 옮겨진다. 『스톨른 차일드』는 일곱 살 아이 「헨리 데이」가 숲에 사는 파에리에게 납치되고 「헨리 데이」라는 이름과 삶을 파에리에게 도둑맞은 후 삼십 년에 걸쳐 일어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애니 데이」가 되어버린 원래의 헨리 데이와 파에리에서 지금의 「헨리 데이」가 된 두 소년의 이야기이다 ㅡ. 애니 데이와 헨리 데이 각자의 시선으로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들려준다. 

 

 원래의 헨리 데이나 지금의 헨리 데이나, 둘 모두가 원하는 것은 진정한 「나」를 찾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애니 데이는 원래의 헨리 데이가 된 자신과 지금의 헨리 데이인 피에리는 진짜 인간인 헨리 데이가 된 자신을 갈망한다. 스스로에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품고 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들, 그 성장 ㅡ. 그들이 겪게되는 새로운 그들은 삶은 무엇이며, 그들이 가고자 하는 삶은 어떤 것인지를 찾아떠나는 이야기들, 그 성장 ㅡ. 

 『스톨른 차일드』는 요정이 인간의 아이를 바꿔치기하는, 때로는 인간 아기 대신에 못생긴 요정의 아기를 놓고 가기도 한다는, “체인즐링 신화” 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한다. 『스톨른 차일드』라는 제목에서부터 살짝 느끼긴 했었지만, 초반에 나오는 요정과 어린이와의 바꿔치기를 눈치챈 많은 부모들의 모습에서는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했던 「체인질링」이라는 영화가 더 많이 생각났다 ㅡ. 물론 「체인질링」에서는 아이 엄마의 모성애를, 『스톨른 차일드』에서는 엄마(혹은 그 부모들)보다는 아이의 성장 과정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직접적인 비교대상은 아니지만, 또 다른 입장에서 또 다른 생각들을 해보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하든, 부모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하든..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나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것이겠지만, 그 대답이 나오는 과정은 절대 나 혼자만이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지금 이 순간 숨쉬며 살아가고 있는 것도, 나라는 존재를 찾아 숨쉬는 이 순간도 결국에는 나 혼자만이 아닌 주위의 무엇인가가 있기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것이 가족이든, 친구이든, 음악이든, 책이든 ㅡ. 과거의 내 모습, 혹은 미래의 내 모습이 아닌 지금의 내가 바로 “나”이다. 당신의 지금은 과연 어떤 “나”인가?! 주위를 한 번 돌아보게 된다면 보다 더 가까이 자신에게 다가가게 될 것이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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