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거나 혹은 버리거나 in 부에노스아이레스
정은선 지음 / 예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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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 땅 밑으로 지구의 중심을 뚫고 계속가면 나오는 곳이 어디인지 아느냐고 ㅡ. 그곳이 바로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란다 ㅡ. 지구 정반대에 있는 곳이라서 가장 먼 곳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생각해 보면 가장 가까운 곳이기도 하다. 여행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가장 먼 곳에 있을지 모르는 또 다른 나를 찾거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나를 다시 찾는 것 ㅡ. 혹은 지금의 나를 버리는 것 ㅡ. 어떤 여행을 할지, 그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갑자기 사라진 여자 친구를 찾아 지구 반대편의 낯선 곳으로 떠난 남자, OK김 ㅡ. ‘너는 나에게 운명이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한 여자 때문에 방황하는 남자, 원포토 - 드라마 작가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불륜 전문 작가가 되어있는 여자, 나작가 - . 사랑하는 여자를 찾기 위해, 사랑한 여자의 기억을 버리기 위해, 일상을 버리기 위해 떠난 그들이 OJ여사와 그녀의 아들 아리엘이 있는 「게스트 하우스 OJ」에서 만난다 ㅡ. 

 ‘OJ에서는 손님이 왕이 아니라 주인이 여왕입니다. 

OJ여사에게 복종하지 않으면 체크아웃도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그랬다가는 신고 들어갑니다.’  - P167 

 「게스트 하우스 OJ」ㅡ. 정말 매력적인 곳이다. OJ여사가 매력적이라고 해야 하나?! OJ여사는 엉뚱하면서도 유쾌하고, 그러면서도 사람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또 은근히 해결책을 던져주는 사람이다. 아르헨티나 스타일을 강조하며 일상을 떠난 낯선 곳의 기운을 팍팍 전해준다. 마테 차와 그냥 담배가 아닌 아르헨티나 담배를 권하면서 말이다 ㅡ. 그런 그녀가 있는 게스트 하우스 OJ 또한 오죽하겠는가?! 쉽게만 생각했던 사랑을 어렵게 어렵게 찾아가면서 '첫사랑'이라고 부를 만큼의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게 하는 공간이 되고, 사랑의 기억을 놓아버리지 못해 점점 밑으로만 떨어져가는 사람이 삶의 끝에서 또 다른 시작을 찾아갈 수 있는 공간이 되고, 타인을 늘 두려워만 하던 사람이 이제는 타인의 호의를 거리낌 없이 받을 수 있게끔 만들어 버리는 공간이 바로 게스트 하우스 OJ이다 ㅡ. 


 “여기, 지구 반대쪽 끝까지 오는 사람들은 둘 중 하나야. 

필사적으로 뭔가를 찾으려 들거나, 아니면 모진 마음을 먹고 뭔가를 버리려 하거나

어느 쪽이든,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의 행복을 찾기 바라는 마음에 그 고생을 하며 여기까지 온 거지.” 

- P200 

 결국은 행복이다 ㅡ. 결국, 그 행복을 찾기 위해 사람들은 여행을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찾거나 혹은 버리거나』라는 책의 제목에서처럼 뭔가를 찾는 것이 행복일수도 있고, 뭔가를 버리는 것이 행복일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이 되었든 사람들은 여행을 통해 자신을 비움으로써 풍요로움을 느낀다. 삶과 사람, 그리고 사랑을 느낀다. 뭔가를 버림으로써 또 다른 뭔가를 찾아간다는 사실을 알아간다. 끝은 진짜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의 다른 말이라는 사실을 알아간다. 

 OJ여사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ㅡ. 그녀라면 내 마음속에 차지하고 있는, 나도 모르는, 나의 아픔까지도 분석하고 제대로 봐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아픔의 치유도 가능하지 않을까?! 마테 차를 앞에 두고, 그녀가 권하는 아르헨티나 담배 한 모금 빨아들이고 그녀를 마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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