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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자 - 속수무책 딸의 마지막 러브레터
송화진 지음, 정기훈 각본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눈물샘을 자극하는 책은 봐도 그런 류의 영화는 즐겨 찾는 편이 아니다. 즐겨 찾지 않는다는 표현보다는 영화로는 그렇게 쉽게(?) 감정 몰입이 안 된다고 해야 더 정확할는지 모르겠다. 받아들이기에 따라 감정 몰입의 시간이 달라질 수 있는 책과는 달리 영화는 누구나 똑같은 시간에 감정을 이끌어 내려다보니 억지스러운 면이 엿보이기 때문일까?! 영화라도 나의 경험과 비슷한 상황이라면 물론 예외가 될 것이다 ㅡ. 뭐, 어찌 되었든, 『애자』는 여자 친구가 보고 싶어 한다는 이유로 인해 영화로 먼저 만나보게 되었다. 어김없이 여자 친구는 눈물샘이 터진다. 나?! 나는 뭐.. 사실 진한~ 감동이 마지막을 장식하지만, 영화는 내내 유쾌하고 행복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 유쾌함과 행복함이 오래도록 전해져서 그런 것일까?! 눈물은.. ㅎㅎㅎ 암튼, 그 유쾌함과 행복한 느낌, 그리고 그로 인해 전해지는 감동의 물결은 책으로 만난 『애자』역시 다르지 않았다 ㅡ. 비슷하게 나쁘지 않았다가 아니가, 영화로 만난 『애자』와 책으로 만난 『애자』 모두 좋았다고 말하는 것이다 ㅡ.
여기, 살가운 구석 하나 없는 모녀지간이 있다 ㅡ. 현재 2~30대인 우리들의 엄마 모습이 이런 것일까?! 억척스럽고, 제대로 된 애정표현과도 거리가 멀지만 표현 이상의 사랑이 듬뿍 담긴 뭔가를 지닌 엄마의 모습 ㅡ. 실컷 싸우고도 “김치 가져가 이년아” 라고 말하고, 사고치고 경찰서에 있는 딸을 빼내고 등짝을 때리면서도 “야야, 온 김에 니 사는 곳도 보고 어디 가서 밥도 먹고......” 라고 하는 엄마 ㅡ. 그리고 엄마가 하는 소리는 무조건 잔소리이며, 같은 자식인데 나만 구박한다고 투덜거리는 딸 ㅡ. 서로 으르렁 거리던 딸과 엄마는 큰 병에 걸린 엄마를 딸이 간호하게 되면 서의 과정을 그린다 ㅡ. (내용을 너무 많이 이야기하면 재미없으니까 넘어가고 ㅡ.)
상당히 진지하고 슬플 수 있는 상황들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알콩달콩 티격대격 거리는 모녀의 모습이 슬프면서도 어찌나 행복해 보이는지.. 어쩌면 남들은 모두 슬프게만 느끼는 것은 난 애써 외면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난 그러지 못했으니까, 적어도 소설 속에서만은 나와 반대여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했는지도 모르겠다. 그 모든 게 너무나도 유쾌해서 행복해 보였고, 결국에는 너무나도 유쾌해서 불안해 보였다. 역시나, 오래도록 지속되는 유쾌함과 행복은 결국 슬픔으로 이어진다. "~했었더라면"이라는 가정이 머리와 가슴 속을 지배한다. 책 속에서도 나의 마음속에서도 ㅡ.
아무리 지지고 볶고 싸워도, 아무리 아무것도 없는 집구석이라도, 결국에는 내가 돌아가야 할 나의 가족이고 나의 집이다 ㅡ. 그 소중함 들을, 그 소중한 현재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ㅡ. 나와 세상 모든 이들이 말이다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