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애자 - 속수무책 딸의 마지막 러브레터
송화진 지음, 정기훈 각본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눈물샘을 자극하는 책은 봐도 그런 류의 영화는 즐겨 찾는 편이 아니다. 즐겨 찾지 않는다는 표현보다는 영화로는 그렇게 쉽게(?) 감정 몰입이 안 된다고 해야 더 정확할는지 모르겠다. 받아들이기에 따라 감정 몰입의 시간이 달라질 수 있는 책과는 달리 영화는 누구나 똑같은 시간에 감정을 이끌어 내려다보니 억지스러운 면이 엿보이기 때문일까?! 영화라도 나의 경험과 비슷한 상황이라면 물론 예외가 될 것이다 ㅡ. 뭐, 어찌 되었든, 『애자』는 여자 친구가 보고 싶어 한다는 이유로 인해 영화로 먼저 만나보게 되었다. 어김없이 여자 친구는 눈물샘이 터진다. 나?! 나는 뭐.. 사실 진한~ 감동이 마지막을 장식하지만, 영화는 내내 유쾌하고 행복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 유쾌함과 행복함이 오래도록 전해져서 그런 것일까?! 눈물은.. ㅎㅎㅎ 암튼, 그 유쾌함과 행복한 느낌, 그리고 그로 인해 전해지는 감동의 물결은 책으로 만난 『애자』역시 다르지 않았다 ㅡ. 비슷하게 나쁘지 않았다가 아니가, 영화로 만난 『애자』와 책으로 만난 『애자』 모두 좋았다고 말하는 것이다 ㅡ.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79595186485782.jpg)
여기, 살가운 구석 하나 없는 모녀지간이 있다 ㅡ. 현재 2~30대인 우리들의 엄마 모습이 이런 것일까?! 억척스럽고, 제대로 된 애정표현과도 거리가 멀지만 표현 이상의 사랑이 듬뿍 담긴 뭔가를 지닌 엄마의 모습 ㅡ. 실컷 싸우고도 “김치 가져가 이년아” 라고 말하고, 사고치고 경찰서에 있는 딸을 빼내고 등짝을 때리면서도 “야야, 온 김에 니 사는 곳도 보고 어디 가서 밥도 먹고......” 라고 하는 엄마 ㅡ. 그리고 엄마가 하는 소리는 무조건 잔소리이며, 같은 자식인데 나만 구박한다고 투덜거리는 딸 ㅡ. 서로 으르렁 거리던 딸과 엄마는 큰 병에 걸린 엄마를 딸이 간호하게 되면 서의 과정을 그린다 ㅡ. (내용을 너무 많이 이야기하면 재미없으니까 넘어가고 ㅡ.)
상당히 진지하고 슬플 수 있는 상황들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알콩달콩 티격대격 거리는 모녀의 모습이 슬프면서도 어찌나 행복해 보이는지.. 어쩌면 남들은 모두 슬프게만 느끼는 것은 난 애써 외면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난 그러지 못했으니까, 적어도 소설 속에서만은 나와 반대여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했는지도 모르겠다. 그 모든 게 너무나도 유쾌해서 행복해 보였고, 결국에는 너무나도 유쾌해서 불안해 보였다. 역시나, 오래도록 지속되는 유쾌함과 행복은 결국 슬픔으로 이어진다. "~했었더라면"이라는 가정이 머리와 가슴 속을 지배한다. 책 속에서도 나의 마음속에서도 ㅡ.
아무리 지지고 볶고 싸워도, 아무리 아무것도 없는 집구석이라도, 결국에는 내가 돌아가야 할 나의 가족이고 나의 집이다 ㅡ. 그 소중함 들을, 그 소중한 현재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ㅡ. 나와 세상 모든 이들이 말이다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