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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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하고 지루하기만한 현실에 지쳐갈 때 쯤, 우리는 새로운 삶을 원한다. 지금까지의 모든 것들을 지워버리고 완전 새로운 사람을 꿈꾼다. 하지만 현실이라는 장벽에 부딪혀 현실적으로 그래도 조금은 더 가능성 있는, 새로운 곳에서의 달콤한 휴식을 꿈꾸고는 한다. 나 역시 그 중의 한 명이고, 그런 휴식같지 않은 휴식(?)을 경험도 해봤다. 그래서인지 더더욱 또 다른 달콤함을 간절히 원하게 되는 것 같다. 일단은 낯선 세상의 이야기라면 사죽을 못쓰니 말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현실이 아닌,낯선곳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 ㅡ. 

『무지개 역시 나에겐 낯선 곳인 남태평양의 진주라 불리는 「타히티 섬」을 배경으로 쓰여진 이야기인지라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책을 받아보게 되었다. 타히티 섬을 배경으로 쓰여졌다고는 하지만,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름답게만 다가오는 환상같은 타히티 섬에서, 지난(혹은 지금의) 사랑을 더듬어 보는 「미나카미 에이코」라는 한 여인의 이야기라고 해야 할 것이다. 현실에서 벗어나 향한 곳이 타히티 섬이고, 몸은 낯선 곳으로 벗어 났으나 마음은 계속 현실을 향해 있는 한 여인 ㅡ. 

 

 낯선 곳에서 자신의 행복을 찾기위해 애쓰는 모습들 ㅡ.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을 통해 치유하고, 사랑의 아픔은 또 다른 사랑을 통해 치유한다 ㅡ. 그 치유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지라도 말이다. 타히티의 화려한 색감과 함께 그들의 사랑을 아름답게만 나타내지만.. 냉정히 보면 불륜이 아닌가?! 자신의 아이가 아닌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진 아내 -. 그 아내도 불륜을 저질렀기에 나도 괜찮다?! 결국은 똑같은 사람이 되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과 이미 사랑도 없는 결혼 생활, 진정한 사랑을 찾아서 다시 시작하니 문제될 것은 없다는 생각이 혼란을 가져다 준다. 과연 무엇일까?! 정답은 없겠지만.. 결론도 없다 ㅡ. 

 살아 있는 한, 언젠가는 괴로운 일도 있으리라. 

그래도 또 이렇게 아름다운 것들이 눈앞에 나타나준다. 반드시.  - P17 

 

 새로운 사랑의 시작을 나타내는 따뜻한 결말과 그 따뜻함을 더해주는 희망을 그리는 무지개 ㅡ. 하지만 과연, 그 무지개에는 희망만이 가득한 것일까?! 그리고 그에 이어질 현실은 과연 무지개 빛깔만 가득할 것일까?! 

그 낯선 곳에 놓여있는 한 여인, 그리고 그녀의 사랑 ㅡ. 

내가 느끼는「요시모토 바나나」의 글들은 복잡하지 않다는 것이다. 적어도 그 문장에 있어서는 그런 느낌이다. (막상 책을 읽고 난 후의 생각은 또 다르겠지만 말이다 ㅡ.) 적은 분량에 유쾌함을 담고, 행복을 담으며, 그로인한 치유를 노래하는 ㅡ. 『무지개』역시 치유를 이야기 한다. 불륜이라는 사실에 오늘날의 도덕성의 부재를 논할 수도 있겠으나.. 사실, 나의 경우라도 끝난 사랑보다는 진정한 사랑이라 느끼는 또 다른 사랑을 선택할 것 같다. 이미 끝난 사랑, 그리고 기만의 존재앞에 나홀로 과연 도덕이나 신의 라는 허울만 붙잡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ㅡ. 소설 속의 '나'가 그랬던 것과 같이 ㅡ. 

 책을 읽으면서 머릿 속으로 이야기 속의 공간을, 사물들, 그리고 사람들을 그려본다. 특히, 이 책 처럼 아름다운 곳을 배경으로 하는 책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고,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 생각된다. 사물이나 사람은 그렇다 쳐도.. 아름다운 해변, 수상 방갈로, 그리고 레몬색 상어가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면 책의 뒷 페이지부터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실제 그 곳의 사진들이 가득하다. 아름다운 사진들 외에도 이 책의 표지와 같은 풍의 삽화도 책의 중간중간에서 각자의 상상을 도와줄 것이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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