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울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한성례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소개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띈 “천 개의 시어[詩語]로 써진 한 편의 소설”이라는 글귀 ㅡ. 항상 똑같은 소설 속에서 좀 더 색다른 느낌의 책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고전적인 느낌이 물신 풍기면서도 『달에 울다』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서글픔이 나를 끌어 당겼다. 거기에다가, 최연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는 「마루야마 겐지」라는 인물에 대한 호기심도 한 몫을 했다. '아쿠타가와상'을 수상 2년 후, 세상과 단절하며 글쓰기에만 몰두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고립을 향한 자유를 찾아 떠나있다는 사실, 몸으로 글을 쓴다는 특이한 그의 철학 등이 그것이다 ㅡ.  《달에 울다》, 《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라는 그의 두 작품을 만나 본 지금, 조금은 괴이하게도 볼 수 있는 그의 생활과 철학은 점점 매력적으로만 느껴진다 ㅡ.

 





『달에 울다』는 이 책의 제목이 된 《달에 울다》《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라는 제목의 두 편의 소설이 담겨져 있다.

 

《달에 울다》ㅡ.

 시소설이라는 장르라고 한다. 솔직히 난 모르겠다. 어떤 것이 그냥 소설이고 어떤 것이 시소설인지 ㅡ. “천 개의 시어[詩語]로 써진 한 편의 소설”이라는 글을 보았기 때문일까?! 읽는 내도록, 우리말로 번역을 해 놓았기 때문에 문장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을 찾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문장으로나 내용으로는 아니지만, 뭔지 모를 어떤 느낌상으로는 충분히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과 꽃향기 때문일까?! 아님 한 남자의 사과와 한 여성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 때문일까?! 《달에 울다》는 계절별 병풍의 그림과 함께, 한 남자의 10대, 20대, 30대, 40대를 지켜본다. 나인지 아버지인지 사랑하는 한 여인인지 모를 법사의 등장으로 현실과 환상의 경계는 무너져만 가고, 쉽게 정리되지 않는 내용을 만들어 간다 ㅡ.

 

《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ㅡ.

 

“살아 있는 것은 모두 미치게 마련이지.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모두들 조금씩은 이상하니까.

...

이상하지 않으면 이런 세상을 살아갈 수가 없지.” - P111

  

  



세상은 조금씩 미쳐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 세상에 놓인 나와 당신들도 분명 미쳐있다. 그러니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는 미치지 못한 한 인물이 등장한다. 삶의 모든 것을 잃고 자신이 어릴 적 살던 곳으로 돌아간다. 늙은 개와 함께 ㅡ. 어릴 적을 그리워하며 시작된 피리새에 대한 집착이, 새로운 인생의 '후반기'를 꿈꾸는 한 남자를, 지금까지 자신의 삶과 다름없는 '후반기'를 낳고 마는 현실과 환상을 그려낸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하고, 어디선가 이야기 속의 사과 향기가 올라오는 듯 한 느낌도 든다. 피리새의 지저귐이 들리는 듯 한 느낌도 들고, 감각적인 다양한 색이 있는 듯 하면서도 무채색인 듯 한 느낌이 드는 정말 독특하고 몽환적인 느낌의 작품이다. 「마루야마 겐지」라는 멋진 작가와 멋진 그의 작품들을 향한 묘한 매력들은 한 동안 나의 머리와 가슴 속에서 계속 될 것 같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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