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의 판도라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14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 지음, 정창 옮김 / 들녘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한 권의 책과 그 책 속에 있는 한 구절로 인해, 그 책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그로인해 연관된 이런저런 많은 생각들까지 하게 된다. 나는 특히나 인상 깊은 구절이나 지금 당장, 혹은 언젠가 다시 한 번 쯤은 곱씹어 보고 생각해 봐야겠다고 싶은 구절이 눈에 띄면 포스트 잇으로 표시를 해둔다. 따라서 한 권의 책을 읽고 난 후 그 책에 얼마나 많은 포스트 잇이 붙어 있는가~에 따라 그 책이 얼마나 많은 생각거리들을 던져 줬는지 가늠하게 된다. 물론 양만으로 평가내릴 문제가 아니긴 하지만.. 『콩고의 판도라』같은 경우 생각보다 나만의 표시가 많이 있음에 살짝 놀라긴 했지만, 그 하나하나의 내용들이 전부 다른 방향으로 나의 생각을 향하게 한다는 사실에 더욱 놀랐다. 이 책의 장르가 특정지어지지 않는 것(조금 있다가 이야기 하겠지만..) 처럼, 나의 머릿속의 생각들도 특정지어지지 않은 채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느낌이 나를 지배했고, 지배하고 있다 ㅡ. 

 【콩고】는 아프리카 중서부에 위치한 나라로, 정식 명칭은 콩고공화국(Republic of the Congo)이다. 북쪽으로 카메론,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남동쪽으로는 콩고민주공화국, 서쪽으로는 가봉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라이다. 좀 더 쉽게 말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미지(?!)의 나라로 인식되는 곳이다. 【판도라】는 '모든 선물을 받은 여인'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판도라보다 더 유명한 것이 【판도라의 상자】가 아닐까?!  제우스가 판도라에게 인간의 모든 죄악과 재앙을 싸서 넣어 준 상자. 판도라가 호기심에서 이 상자를 열었을 때, 그 순간 상자 속에서 슬픔과 질병, 가난과 전쟁, 증오와 시기 등 온갖 악()이 쏟아져 나왔으며, 판도라가 급히 닫았을 때에는 마지막으로 희망만이 갇히게 되었다고 하는 판도라의 상자이다. 인류의 불행과 희망의 시작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 콩고와 판도라가 만났다 ㅡ. 

  

 

마커스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는 딱 하나의 논리가 존재하고 있었다. 

 

꼭 그것이 아닌데도 그렇게 여겨지는 일들, 

예를 들어 사랑 같은 것 말이다. 

사랑이란 정확한 컴퍼스 같은 이성으로는 잴 수 없는 것 아닌가.  - P341 

 『콩고의 판도라』는 '내'가 열아홉 살이었던 1914년 여름을 기억하면서 시작된다. 나,「토머스 톰슨」은 의뢰를 받고 글을 써주는 가난한 노예작가, 대필 작가이다. 그는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던 플래그 박사의 노예의 노예의, 그 노예의 노예의 노예로 일을 하다가 우연히 변호사인 「에드워드 노튼」을 만나게 된다. 노튼은 톰슨에게 살인죄로 기소된 「마커스 가비」의 이야기를 듣고 서설로 써달라는 의뢰받는다. 마커스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톰슨은 소설을 써나가게 된다. 콩고를 배경으로 모험이 존재하고, 판타지가 펼쳐지는 마커스의 이야기들 ㅡ.  그리고 톰슨조차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도리어 더 깊숙이 빠지게 되는 사랑이야기가 펼쳐진다. 

 음.. 이 작품의 장르는 뭐라고 해야 할까!? 거의 600페이지에 육박하는 이 책은 그 두께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리얼리티가 있는 반면에 판타지적 요소도 있고, 모험이 있고, 법적 소설 같기도 하고, 스릴러나 추리적 요소도 갖추고 있고, 거기에다가 성장 소설의 요소까지 들어가 있다. 온갖 소설의 장르란 장르는 전부 합쳐놓은 듯 한 느낌이다. 굳이 정의한다면 모든 장르의 경계에 있는 소설이라고 할까?! 

 인간의 참혹한 행위와 공포에 대해 

무엇보다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해할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 P121~122 

 『콩고의 판도라』소설 속에 소설이 존재하는 액자식 구성이다. 크게 두 가지의 영역으로 나눈다면, 대필 작가 톰슨의 몇 년간의 인생을 담은 성장 소설(성장 소설이라고 하기에 열아홉, 스무 살의 나이는 살짝 많아 보이기도 하지만..)이라는 하나의 이야기와 마커스가 들려주는 콩고에서의 모험 이야기로 정리 할 수 있을 것이다. 톰슨의 인생에서 노예작가의 서글픈 삶, 전쟁의 한 면을 보게 되고, 노튼과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대중 선동에 대한 비판, 마커스의 이야기를 통해 식민지주의와 인종차별 등의 불편한 면을 보게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콩고라는 미지의 세상과 그 속에 존재하는 지하 세상을 여행할 때는 나도 덩달아 숨 가쁘게 따라가는 것처럼 신나게 읽히기도 했고,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어느 가난한 대필 작가의 넋두리를 듣고 있는 듯 한 느낌으로 나를 귀 기울이게 만들기도 했다. 

 "사람들은 진실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대중이 원하는 건 딱 하나, 감동입니다."  - P581 

 "톰슨 씨, 이런 말 들어봤습니까? 

가장 위대한 속임수는 상대방을 가장 믿을 만한 것에 익숙해지게 만드는 것이다."  

- P584 

 
결말 또한 전혀 예상치 못한, 혹은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잠깐이나마 의심해 봤을 법한 내용으로 마무리 지어진다. 그 것으로 작가는 세상을 향한 비판을 돌려서 하는 듯 보인다. 어쩌면, 비판이라기보다는 조롱에 가까운 말들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세상을 향한 날 선 비판이 아닌 조롱으로 세상을 비웃는다고 해야 할까?! 

 판타지와 현실이 공존하고, 조롱과 진심을 담은 사랑이 공존하는  『콩고의 판도라』이다. 이제 직접 콩고라는 낯선 세상에 있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보기 바란다 ㅡ. 색다른 세상으로 당신을 안내 할 것이다 ㅡ.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