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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들의 도시
데이비드 베니오프 지음, 김이선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책을 가장 재미있게 읽는 방법은 제3자의 입장에서 지켜보는 것이 아닌, 내가 책 속의 인물이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꼭 주인공이 될 필요는 없다. 내가 가장 닮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나 닮고 싶은 인물, 혹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매력적이거나 독특한 인물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되어보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이런 재미를 안고 책을 읽어 나간다면 '지켜보는' 것이 아닌 '경험하는' 것이 되면서, 더 많은 느낌들을 얻어 갈 수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음.. 모두가 당연히 하는 책읽기 방법인가..?! ㅎㅎㅎ 어쨌든, 이번에는 전쟁 속의 한 인물로 나를 소설 속으로 밀어넣어본다 ㅡ.
전쟁은 모두를 변화시켰다. - P362
전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너무 뻔 한 질문을 했나?! 그렇다면, 전쟁이 잔혹한 이유는 무엇인가?! 부터 질문하고 답해야 겠다. 전쟁이 잔혹한 이유는 역시 모두를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그 어디에도 승자는 없이 말이다. 흔히 치열한 전투나 대결을 치르고 나서 별 소득도 없이 이겼을 때,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말을 쓰고는 한다. 하지만, 전쟁은 그런 영광조차도 남아있지 않은 「처절한 패배」의 다른 말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도둑들의 도시』에서도 나를 가장 화나게 하는 부분으로 나오기도 했었지만, 누군가의 이념을 위해서, 혹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이런 저런 권력만을 탐하는 자들로 인한 전쟁은, 그 따위 것들과는 상관없이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아픔과 상처만을 남길 뿐이다. 대다수 사람들의 생명은 관심 없다는 듯 ㅡ. 전쟁터로 내몰려 직접 싸워야만 하는 군인들은 총알받이 아니면 살인기계가 되어야 하는 선택의 길에 놓이고, 가만히 숨어있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전쟁을 통해 평생을 트라우마에 빠져 살아가야 한다. 결국엔 삶을 파괴하고, 인류 자체를 파괴시킬지도 모르는 전쟁 ㅡ. 그 어디에도 승리의 기쁨은 보이지 않고, 상처와 아픔만을 간직해야 할 인생들이 놓여진다. 그 어디에도 승자는 보이지 않는 전쟁이라는 것 ㅡ.
이런 잔혹한 전쟁에 열일곱 소년 "레프"와 스무 살의 탈영병 "콜야"가 만나 어이없는(?!) 여정을 떠나게 된다. 때는 1942년 겨울, 러시아의 레닌그라드는 독일 군에 의해 포위되어 있다. 모든 생물들은 사람들의 음식이 되어버리고, 심지어 사람마저 먹히는 레닌그라드. 우연히 하늘에서 떨어진 독일군의 물건을 훔치다 잡혀온 "레프"와 탈영으로 잡혀온 "콜야"는 비밀경찰 소속의 대령이 딸의 결혼식에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계란 열두 개를 며칠 내로 구해오라는 임무를 받게 된다. 당장에 죽을 수도 있는 목숨을 면하게 해준다는 조건이 있기는 하지만, 정말 어.이.없.는 임무가 아닌가?! 당연히 먹을 것이 없는 레닌그라드를 벗어나, 두 사람은 독일군이 점령하고 있는 곳을 향해 떠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삶과 죽음을 아슬아슬하게 경계 짓고 있는 찰나의 순간들과 끔찍함, 그리고 잔인함 ㅡ.
"밤은 왜 어두운 거야?"
"뭐?"
"별들이 수억 개고, 대부분 태양처럼 밝고,
빛은 영원히 날아가는데 왜 늘 밝지 않은 거냐고."
- P272
그냥 하는 생각들로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이 세상에는 많이 존재한다. 다 똑같은 인간인데, 인간이 인간위에 선다는, 자연에 상반되는(이 자연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행동을 계속 해야만 하는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극단적이지만 언제나 공존하는 삶과 죽음, 공포와 용기를 담고 있는, 그리고 이해와 사랑, 웃음과 감동이 담겨있는 『도둑들의 도시』ㅡ. 그 이야기가 펼쳐지는 레닌그라드, 그 책 속의 세상을 (혹은 현실 속의 세상일지도 모르는..) 직접 경험해 보길 바란다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