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백년 전 악녀일기가 발견되다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6
돌프 페르로엔 지음, 이옥용 옮김 / 내인생의책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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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때때로 이런 사람들을 만나고는 한다. 다른 사람들의 결점은 잘 파악하면서 정작 자기 자신의 결점은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들. 혹은 조금 다르게 봐서, 다른 이의 잘못은 정확하게 지적하고 욕하면서도 자신의 잘못은 전혀 인식하지도 못하는 사람들 ㅡ. 첫 번째 경우야 그렇다 치고, 실제로 두 번째의 경우에 해당하는 사람이 내 주변에서 있어서 그들의 그런 모습을 볼 때면 괜히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 해 볼까?! 공부한다고 독서실에 다닐 때였다 ㅡ. 같은 방에 있던 한 명은 같은 방을 사용하는 다른 이가 시끄럽게 한다고 항상 불만이었다. 책장 넘기는 소리도 시끄럽고, 너무 소리 내서 걸어 다닌다며 신경에 거슬려서 도저히 공부를 할 수 없다고 한다. 솔직히 내가 볼 땐 그 사람이 더 시끄러운데 말이다. 기침소리는 얼마나 크고, 기관지가 좋지 않다며 컥~컥 되는 소리는 또 얼마나 불편한지.. 하지만, 그건 자신이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서 괜찮단다. 다시 말해, 자신은 아무런 잘못도, 남에게 아무런 피해도 끼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말이다. 아니 어쩌면 그런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혹시 나는 나 스스로도 모르게 남에게 피해를 주게 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조용히 돌아보고는 한다.  

 

 『2백년 전 악녀일기가 발견되다』는 14살이 되는 생일날 노예를 선물로 받은 여자아이「마리아」의 일기 형식으로 되어있다. 저자는 일기 외에, 노예제도가 어쩌구저쩌구~ 모름지기 사람이란 어쩌구저쩌구~ 따위의, 전혀 다른 말을 하지 않는다. 단지 「마리아」의 일기만을 들려준다. 100페이지 정도의 부담 없는 분량에 쉽게 읽혀지는 책이지만, 읽고 난 후에 드는 생각은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2백년전 ㅡ. 사람들은 힘이 약한(그들에 따르면 비문명화된 곳이라고 할) 땅을 식민지화 시키고, 그 곳의 사람들을 노예화 시켰다. 그들이 만든 노예는 인간이 아닌 물건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 노예를 물건으로 다루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뭐, 이 정도의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2백년 전 악녀일기가 발견되다』에서 주인공 「마리아」의 일기를 보고 있노라면.. 그 애가 알고 있는 "당연함"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위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마리아가 하나씩 하나씩 배워가는 것이 이런 것들이다. "당연히" 노예는 물건이고, 말을 안 들으면 물건이니까 "당연히" 팔아 치우면 되는 것이고, 노예니까 "당연히" 바닥에 흘린 케이크는 핥아 먹어야 한다,  등등 ㅡ. 사실, "당연함"만이 판치는 사회에서 마리아가 그 "당연함"을,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조금씩 몸으로 익혀가는 모습들은 경악할 내용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라 생각된다. 제목에서 부터 「마리아」를 악녀로 지칭하기는 하지만, 그 시대에 살았더라면 누구나 그러했으리라 ㅡ. 어쩌면, 너무도 "당연히" 그러했기에 아무런 문제도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에 더 큰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당연함 속에 존재하는 당연하지 않음”이라고 할까?! “세상을 좀 더 넓게 보기 위해서는 자기사고의 틀을 깰 필요가 있다”는 말처럼 우리도 지금 주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당연함 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자..이제 세상의 틀을 깨고 날아보시라 ㅡ. 더 넓은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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