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여행
다나베 세이코 지음, 신유희 옮김 / 북스토리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최근 들어서 일본 작가의 작품들을 많이 접하다가, 「나오키상」「아쿠타가와상」을 알게 되었다. 뭐, 좀 유명하거나 인기 있다 싶은 책에는 대부분 둘 중 하나는 수상한 작품이라는 광고가 먼저 붙게 되어있으니 모르는 게 더 이상하기도 하겠지만.. 어쨌든, 「나오키상」과 「아쿠타가와상」을 알게 되면서, 또 이 상들의 수상작을 읽게 되면서 신기하게도 나만의 선입견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오키상」은 조금 대중성에 가깝고, 「아쿠타가와상」은 조금 더 작품성에 가까운 듯 한 느낌 ㅡ. (미리 말하지만, 이건 순전히 나만의 생각이며 느낌이다!!) 감상여행』은 그런 나의 이상한 선입견을 한층 더 강화(?!)시켜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연히,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이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생각 없이 우연히 본 영화였는데 아무런 기대가 없었기 때문일까 상당히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난다. 어떤 잔상을 남기면서도 아련하고, 재미도 있고.. 보통의 영화와는 다른 색다른 느낌이었다. 그 후 한참이나 지나서 그 영화의 원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작가가 「다나베 세이코」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원작을 읽어보지도 못하고, 그냥 소설과 작가의 이름정도만 알고 있었다 ㅡ. 

또 다시 우연한 기회로 인해 만나게 된 「다나베 세이코」ㅡ. 영화를 보고 난 이후부터 꼭 봐야지 했던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이 아닌 『감상 여행』으로 만나게 되었다. 50회「아쿠타가와상」수상작이라고 한다. 따져보니 1964년이다. 그리고 「다나베 세이코」라는 작가가 1928년생이라는 사실 또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을 볼 때도 그랬고, 『감상 여행』을 읽어갈 때도 역시 전혀 느끼지 못하던 세월의 흔적을 숫자 몇 개를 보고서야 실감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세월의 흔적과 상관없는 이야기를 담아낸다는 사실이 ㅡ. 

 『감상 여행』은 책의 제목과 같은 「감상 여행」, 「당신이 대장」, 「시클라멘이 놓인 창가」세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감상 여행」은 방송 대본 작가인 '나''유이코'를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진행시켜나간다. '유이코'의 사랑이야기를 애증이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나'의 모습을 그렸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까?! 떠나지 못하는 여행을 감상하는 그들의 모습이 삭막하다는 느낌으로 그려진다. 어쩌면 우리의 삶속에서 진정한 꿈을 찾는 여행을 떠나지 못하고, 현실이라는 핑계로, 그리워만 하고, 감상만 하는 나(혹은 우리)에게 던지는 날카로움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두 번째 등장하는 「당신이 대장」은 「감상 여행」과는 반대로(?) 유쾌하게 그려진다.  자신의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아내 '에이코'가 하얀 화장대 하나로 인해 변해가는 모습을 남편 '다츠노'의 시점으로 그려낸다. 결국 아내에게 '바보' 같다는 소리 까지 듣게 되는 다츠노. '당신이 대장'이라는 소리를 듣기만 하다가, 아내를 향해 '당신이 대장'이라는 말을 해야 할 것만 같은 상황에 까지 놓인 다츠노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마지막 「시클라멘이 놓인 창가」는 '전쟁 때 이야기'를 추억삼아 이야기 한다는 공통점을 가진 60대 남녀, '루리' '츠카다'의 이야기이다. 창가에 놓인 시클라멘을 전철에서 바라보게 되는 인연으로 맺어지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앞서 「나오키상」과 「아쿠타가와상」에 대해 내 멋대로 말했듯이, 『감상 여행』은 작품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말하면, 『감상 여행』이라는 작품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큰 고민이 되었다는 말이다. 읽히기는 쉽게 읽히지만, 쉽지만은 않은 이야기이다. (물론 나의 이해력이나 사고력의 딸림에 문제가 있겠지만..) 그렇다고 전혀 재미없는 이야기도 아니다. 유머를 겸비해 쉽게 읽히면서도 단순한 생각은 저~ 멀리 던져버리게 만드는 것이 어쩌면 「다나베 세이코」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감상 여행』은 소용돌이 치는 고민 속으로 나를 던져버린 작품이자, 앞으로도 지금까지와는 색다르게 기억되는 작품이 될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계속해서 찾아가야 할 그 뭔가를 「다나베 세이코」의 다른 작품들을 좀 더 살펴보게 된다면 찾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빠져본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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