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맨발로 걷다
이희영 지음 / 브리즈(토네이도)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여행이 좋은 이유는 합법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때문이 아닐까?! 멍때리기(?!)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도 있을 것이고, 결국에는 여행이라는 여유로움과 나태함 속에서 또 다른 나를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고는 또 한 걸음 성숙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고 ㅡ.  

 『서른, 맨발로 걷다』라는 제목에서 부터 나는 이 책에 이끌린 것 같다. 「나이 첫머리에 '3'이라는 숫자가 붙어 있는」어색함을 올해 처음으로 느꼈기 때문인지 왠지 공감되기도 하면서, 「맨발」에서 풍기는 자유스러움이 나를 사로잡는 듯 했다. 그리고 실제 내 손에 이 책이 들어와서 읽고 난 지금, 비슷한 나이로 인해 느꼈던 공감대는 삶 전체에 대한 공감으로 확대되었고, 자유스러움은 그 이상의 설렘따뜻함으로 다가온다.

 

말과 글은 슬픔과 기쁨을 확대하고 축소한다는 사실을.

하지만 가장 읽고 싶은 것

진정으로 읽어야 할 것들은

그들의 표정에 있다.   - P137
 


 

그래서일까?! 『서른, 맨발로 걷다』에서 만나는 사진들은 유난히 사람들의 얼굴이 많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진보다 글로써 더 많은 말들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봤던 모습 그대로의 이야기를 꾸밈없이 들려주고 싶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많은 사람들의 따뜻한 눈빛과 웃음을 담아냄으로써, 여행을 이야기하고 삶을 이야기 하는데 더 많은 따뜻함사랑을 담아낸다는 느낌이었다. 

 『서른, 맨발로 걷다』는 단순한 여행의 기록이 아니라 삶의 기록이다. 새로운 세상을 관광하기 위한 떠남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을 낯설게 바라보고, 익숙했던 세상의 힘이 될 새로운 빛을 찾아서 돌아오기 위한 떠남이었다. 다양한 여행의 흔적들이 나타나지만,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 그 속에서 찾아내는 그녀의 울림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울림은 나에게 더 크게 다가오는 울림이 되었다 ㅡ. 

 저자는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위해 낯선 곳을 향해 떠났고, 맨발로 걷듯이 낯선 거리를 걸으면서 느꼈던 많은 것들로 인해 성공적인 여행이었다고 한다. 성숙해져 돌아왔다고 한다. 나 역시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위해 (그것을 만들기 위해서 인지, 만들어갈 준비를 위해서 인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홀로 떠났던 기억이 있었기에 공감되는 부분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내가 홀로 떠났던 기억이 그렇게 성공이라고 단언할 수 는 없다. 그로인해 성숙해졌다고 단언하기는 더더욱 어렵게만 느껴진다. 아직도 혼란이 -여행에 대한 혼란이 아닌, 삶에 대한 혼란- 머릿속에 가득해서 일까, 확실한 어조로 성공이었다, 성숙해졌다라고 말하는 저자에 대한 부러움은 더더욱 크게만 느껴진다. 

 지금까지 가진 건 개뿔도 없으면서, 손에 쥐고 있는 그 몇 개를 -아무 의미도 없는-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며 살았던 것 같다. 『서른, 맨발로 걷다』에서도 나오지만, 「삶은 여행」이라는 말을 요즘 들어 더 많이 실감을 한다.  이제는, 의미 없는 무언가가 아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들을 찾아 새롭게 돌아보는, 삶이라는 여행을 떠나야 겠다. 그래, 여행이 그렇듯 삶도 결국에는 떠나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다. 일단, 떠나야 한다. 그리고 도전해야 한다, 내 삶을 ㅡ. 언젠가 맞이할 진정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을 위해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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