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돌의 도시 - 생각이 금지된 구역
마누엘 F. 라모스 지음, 변선희 옮김 / 살림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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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이디오크러시(Idiocracy)라는 영화의 소개 글을 본적이 있다. 아주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고 있길래 시간이 되면 봐야지 하고 묻어두고만 있다가, 『둥근 돌의 도시』를 읽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다시 한 번 확실히 말해두지만, 그 영화를 보지는 않았다.ㅋ) 영화의 내용은 대충이랬다. 군인 한 명과 창녀 한 명이 실험을 위해 냉동이 되었다가 1년 후 깨어나야 했는데, 어이없는 일(?)로 인해 500년 후에나 깨어나게 된다. 깨어난 그 세상은 뚱뚱한 멍청이들로만 가득찬 세상이다. 모든 세상이 멍청하게만 보이는, 아니 멍청한 세상 ㅡ. 결론을 찾아보니, 이 똑똑한 군인과 창녀가 결국에는 대통령이 된다는 내용이다. 왜 갑자기 보지도 않은 이 영화가 생각이 났을까?! 영화『둥근 돌의 도시』나 결국 인간은 멍청함(?!)을 향해 달려 나간다고 보는 것일까?! 아니면, 지금의 이 세상이 멍청하다는 것일까?!


머리를 써야 하는 일은 사라진 세상 ㅡ. 버추얼 비전이라는 오늘날 TV에 정복당해버린 세상 ㅡ. 지도자와 정치가를 제외하고는 20년 전 부터 음악은 금지를 당했고, 이웃의 종교를 거부하는 일이 종교를 믿는 것 보다 더 성스러운 일이 되어버린, 종교가 금지를 당한 세상 ㅡ. 『둥근 돌의 도시』에서 그려지는 미래의 세상, 49세기의 세상이다.

 

'행성간 업무부' 장관의 아들이자, '선행과 사회보건부'의 공무원인 「카르멜로」는 달리는 것을 좋아한다. 경사진 길을 보면 뛰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로 달리는 것을 좋아하는 그는 어느 날 우연하게도 자신이 좋아하는 달리기를 하다가 도둑을 잡게 된다. 그것도 '세계 대통령'의 핸드백을 훔친 도둑을 ㅡ. 그 일로 그는 국민적 영웅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과거나 현재에도 존재하고 미래에도 존재할, 대통령이라는 자리로 대표되는 권력을 탐하는 자들에 의해 음모에 빠지고, 국민적 영웅에서 우주 최고로 흉악한 살인범으로 몰리게 된다. 그리고「카르멜로」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ㅡ.

 

살짝 언급한 부서의 이름부터 당황스럽지만 우습게 들리지 않는가?!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이 그렇다. 당황스럽지만 우습고, 우습지만 그렇게 웃기지만은 않은 이야기 ㅡ.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미래를, 아니 현실을 또 비웃는 이야기 ㅡ. (아~ 이 힘들게만 느껴지는 '블랙 유머'를 함께 해서 인가 나 역시도 책 속의 한 인물이 된 듯 한 느낌이다. ㅎㅎㅎ) 권력을 얻기 위해 평범한 한 인물을 희생시키는 과거, 현재와 다름없는 미래의 권력자들(혹은 권력을 탐하는 자들) ㅡ. 차라리 『둥근 돌의 도시』에서는 귀엽기나 하지.. 지금 우리의 이 현실에 답답함이 밀려온다.

 

처음 접하는 작가 「마누엘 F. 라모스」『둥근 돌의 도시』낯선 책이라고 표현해도 될 만큼 파격적이기도 하고, 친절한 책이라고 표현해도 될 만큼 자세한 설명을 해주기도 한다. 갑자기 책 속의 인물이 작가와 함께 이야기하는 낯선 장면이 등장하고, 그 이후 작가는 아예 대놓고 독자들을 향해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자세한 설명과 함께, 친절하게 말이다. 미래의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친절하게 이야기들 들려주는 것은 사실이다.

 

『둥근 돌의 도시』에서는 '블랙 유머'를 통해 세상을 비웃고 있다. 스페인이라는 나라와 우리의 정서적 차이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수준이 낮아서 그런 것일까?! 책을 읽어 가는데 약간의 어려움은 있었다. 아니, 책은 쉽게 읽혀 가는데 생각거리들이 많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우습지만 우습지만은 않은 세상을 말하는 『둥근 돌의 도시』ㅡ. 그래서 내리는 결론!! 과연, 우리의 사회는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가?!

 

결론이 생뚱맞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직접 이 책을 읽어보시라 ㅡ. 그리고 스스로가 결론을 찾아보고, 숫자만 나오면 등장하는 49라는 숫자에 대한 해석도 내려주기를 바란다. 나는 이미 책 속의 인물이 되어 멍 때리는 것 같은 기분이니까 ㅡ. 벌써 이 세상이 나를 생각을 금지 시켰나?! 윽.. 끔찍한 세상이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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