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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스며드는 아침 - 제139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양이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6월
평점 :
“It's not my business.”
경우에 따라서는 아주 간편하면서도 쿨~하게 보일 수 있는 말이겠지만, 『시간이 스며드는 아침』을 읽었다면, 혹은 직접 당신이 조금이라도 저 높은 누군가(?!)를 향해서 작은 목소리로나마 뭔가를 외쳐보았다면, 정말 무책임하면서도 생각 없는 인간이 내뱉는, 화를 돋우는 말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나는, 독재타도와 민주화를 외치던 세대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독재타도와 민주화만큼이나 나를 위해, 약자들을 위해, 또는 우리 모두를 위해 외치는 많은 말들과 생각들은 어느 시대나 존재한고 생각한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때는 신자유주의라는 이름하에 공교육을 말살(?)하려는 정부의 정책을 향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야만 했었다. (나는 아직도 그래야만 했었다고 생각한다) 그 힘을 모으고자 우리 학교에서는 동맹 휴업을 위한 전교생 투표를 실시했고, 정족수 미달에 연장투표까지 해가며 겨우 동맹 휴업을 성사시켰다. 그리나 막상 동맹 휴업을 하고 우리의 뜻을 모으고자 하는 집회에는 소수의 학생들만 참여했다. 대부분 학교 근처에 있는 PC방, 당구장, 술집으로 몰려가 있었다. 그들은 정부의 정책을 향한 어떤 목소리가 아니라 단지 학교를 합법적(?)으로 하루 쉰다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었다. 이것은, 학교 교정에서 목소리 높여가며 시끄럽게 외쳐대는 나 혹은 주위 몇몇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가난하지만 학교를 다녀야 하는 많은 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돈이 없어서 공부를 못하는 사회는 만들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더 큰 목소리로 외쳐보았지만 쓸데없는 일이었다. 내 목소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돌아오는 것은 시끄럽다는 반응과 나와는 상관없는 일(“It's not my business.”)이라는 말뿐이었다. 처음으로 나의 행동에 회의가 드는 순간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어쩌면 그보다 더 심하게, “It's not my business.”가 들리는 것 같다. 그래, 더 심하게 들린다.
『시간이 스며드는 아침』은 대학시절 관료의 부정부패 타도와 민주화를 주장하는 학생 운동에 적극 가담하는 주인공 「하오위엔」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열심히 하던 민주화 운동이 『천안문 사태』로 좌절당하고, 그는 친구들과 하는 술자리에서 학생운동을 의미 없는 행동으로 몰아붙이는 사람들과 싸움을 하고 학교에서는 퇴학당하고 만다. 결국 일본인과 결혼을 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멀리서나마 조국인 중국을 위해 민주화 운동을 해보려 하지만 주위 상황과 사람들의 뜻은 하오위엔의 생각과 다르기만 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맛보는 좌절감들.. 난, 이 하오위엔의 모습에서, 행동했었지만 지금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많은 선배들을 모습이 겹쳐진다. 어쩌면 그 모습은 이상을 잃어가는, 현실화되어가는 우리 시대 모든 이들을 대변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 앞에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 우리가 이렇게 맘껏 떠들고 웃을 수 있는 이 자유와 민주 사회(아직 정확하게 그렇다고 하기엔 많이 부족하지만)는 결코 「하오위엔」과 같은 사람들이 외치던, 그 작은 외침이 없었다면 이루어 지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작은 외침의 시작으로 우리 역사에는 4.19혁명, 6.10민주항쟁,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이라는 거대한 외침으로 나타나게 되었고, 오늘날을 이루어 낸 것이다. 이름 없이 먼저 살다간, 그리고 뜻있게 사라져간 그들, 그리고 그들이 다져놓은 우리의 역사 앞에 당당해 지는 삶을 살아야 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ㅡ.
그래도, 여전히 먹고 살기 힘들다는 핑계로 “It's not my business.”라고 외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