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축구에 열광하는가
장원재 지음 / KD Books(케이디북스)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글은 문장으로 쓰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글은 가슴으로 쓴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지난 2002년 월드컵 기간, 우린 좀 특별한 축구전문가 한 사람을 TV에서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작은 키에 왜소한 체격, 큰 머리, 짧은 팔다리...아무리 봐도 인상 좋고 머리 좋게는 생겼어도 운동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 것 같은 사람, 장원재! 그러나 현재 숭실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라는 이 사람은 참으로 해박했습니다. 뭐에? 축구에 말입니다.
 
 뭐, 축구 좋아하면 그럴 수도 있겠지 싶어도 막상 그의 열정적인 말을 듣거나 글을 읽으면 이건 감탄이 절로 나오는 겁니다. 도대체 나이는 저보다 두 살 밖에 안 많은 사람이 제가 태어나기도 전 축구 시합을 지금 바로 모니터를 보며 생중계하는 아나운서처럼 정확하게 묘사해대니 말입니다. 또 묘사는 얼마나 열정적이며 그 눈빛은 얼마나 반짝반짝 빛나던지요!
 
 다섯 살 때 아버지 손을 잡고 축구장에 처음 간 후 지금까지 식지 않는 축구사랑으로 축구를 연구해 왔다는데,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그 많은 정보들을 알아냈으며, 복습은 또 얼마나 했길래 그렇게 비디오를 돌리 듯 정확하게 묘사할 수 있는지 정말이지 입이 떡 벌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나라 최초로 선수출신도 아니면서 2003년에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까지 역임하지 않았겠습니까!
 
 일필휘지! 한 호흡에 쓴다는 건 이 책을 두고 한 말입니다. 이 책은 불과 한 달 전 상황이 실려 있을 정도로 펄펄 살아 뛰는 신선함이 있습니다. 2006년 월드컵 전에 책을 내기 위해 출판사에서 얼마나 서둘렀는지 여기저기 오자 투성이지만 그게 더 장원재 교수의 열정을 대변하는 것 같아 기분 나쁘지 않았습니다. 문예창작과 교수 답게 과연 명문장을 구사하지만 이 책을 쓸 땐 문장 따윈 신경도 안 쓴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문장이 안 좋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과연 숨은 쉬고 썼을까 싶은 장쾌함이 느껴져서 하는 말입니다.
 
 오가는 출퇴근 만원 버스 안에서 읽다가 몇 번이나 눈물을 글썽글썽이기도 하고 킥킥 미친 놈처럼 웃기도 했습니다. 2002년 월드컵 장면을 묘사하는 부분을 읽을 땐 저도 모르게 "대~한민국!" 하고 외치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2006년 월드컵은 끝났지만 월드컵은 다시 우리 곁을 찾아오겠죠. 또 한 번 2002년의 감동을 느낄 수 있길 기대합니다. 아무리 바빠도 월드컵은 봐야죠. 그 전에 이 책 한 번 읽고 보십시오.진짜 축구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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