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제일 교귀발
하오루춘 지음, 문은희.김남희 옮김 / 왕인북스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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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교귀발은 중국 청대의 상인입니다. 진상(晋商)은 중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상인 조직 중 으뜸이요, 그 중에서 교씨 일가가 산서(山西)지방 최대의 부자였다고 하는데 교귀발이 그 창업자입니다. 교귀발은 여덟 살에 아버지를 병으로 여의고 열한 살에 어머니 마저 병으로 잃습니다. 고아가 된 귀발은 외가에 더부살이를 하며 두부를 만들어 파는 일을 돕습니다만 외숙모의 차별대우를 견디지 못하고 열여섯에 다시 기현의 고향집으로 돌아갑니다. 영리하고 힘이 장사였던 귀발은 귀향 하자마자 마을의 일꾼으로 인정을 받습니다. 때마침 귀발은 어릴 적부터 오누이처럼 지냈던 이웃집 아가씨 금환과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됩니다.
 하지만 금환의 아버지 정경아는 가난을 핑계로 귀발의 청혼을 거절하고 딸을 왕부자집 반편 아들에게 시집 보내려 합니다. 귀발은 가난의 한을 뼈저리게 느끼고 돈을 벌기 위해 무작정 대처로 나갑니다. 귀발은 운 좋게도 대성괴(大盛魁)라 불리는 대상의 낙타몰이꾼으로 취직합니다. 수 천 리 길을 오가는 고된 일이었지만 귀발은 높은 임금을 받고 좋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습니다. 하지만 비교적 높은 임금을 받는다고 해도 낙타몰이꾼으로서는 평생을 일해도 큰 돈을 벌긴 어려웠습니다. 2년 여 낙타몰이꾼으로 일한 귀발은 장사를 하기로 하고 대성괴를 나와 살랍제라는 곳으로 갑니다. 가진 돈과 경험이 전무한 귀발이었지만 오랜 숙고 끝에 콩나물과 두부를 팔아 장사 밑천을 마련합니다.
 귀발은 자신과 같은 처지인 진사아란 젊은이를 만나 의기투합해 경쟁이 치열한 살랍제를 떠나 새로이 성장하는 도시인 포두로 옮겨갑니다. 귀발과 진사아는 포두에 객점을 열고 남들보다 한 발 앞선 투자로 일약 상계의 거두가 되고 하는 일마다 승승장구합니다. 큰 돈을 번 귀발은 십 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가는데 뜻밖에 금환이 홀로 자신의 아들을 키우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금환은 결혼 하자마자 허약한 남편을 잃고 과부가 되어 곧 아이를 낳았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커가면서 점점 귀발을 쏙 빼닮은 것이죠. 그 동안 금환의 눈물겨운 고생과 자신에 대한 변치 않은 마음을 안 귀발은 그녀를 아내로 맞아들여 성대하게 혼례를 치룹니다.
  꿈 같은 시간이 지난 후, 귀발은 다시 사업을 위해 홀로 포두로 갑니다. 그런데 그 동안의 승승장구로 자신감을 가진 귀발은 그만 자만하다가 대손해를 봅니다. 처음 맛 본 고배에 마음을 상한 귀발은 심하게 앓고 난 후 다시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일 년여 농사만 짓고 살던 귀발에게 진사아가 찾아옵니다. 마음을 다잡은 귀발은 다시 포두로 향합니다. 귀발은 뼈저린 실패를 거울 삼아 매사 신중을 기하는 가운데 더욱 공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합니다. 마침내 귀발은 하늘이 준 기회를 잡아 막대한 이윤을 남깁니다. 귀발은 광성공(廣盛公)이라는 대상단 조직을 만들어 진상제일의 기틀을 닦습니다.

 최근 중국의 전설적인 상인들에 대한 전기가 쏟아졌는데 교귀발은 별로 알려지지 않은 사람입니다. 중국상인 중에서는 호설암이 가장 유명한데 그는 주로 관을 상대했던 사람이라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인물입니다. 좋게 보는 쪽은 신처럼 떠받드는 반면 그렇지 않은 쪽은 비열한 돈벌레로 묘사하고 있어 진정성이 많이 떨어지는 인물입니다. 반면에 교귀발은 순수한 민간의 상인이었고 '덕(德)'을 갖춘 인격자로 후손에 이르기까지 온 집안이 사람들의 존경과 칭찬을 받았다는 점에서 다른 사람들과 다릅니다. 단지 거부(巨富)를 이루었기 때문이 아니라 이웃과 동료를 위하고 고객을 최우선 했으며 신의와 의리를 중시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도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인물입니다. "진상제일 교귀발"은 진정한 상도(商道)와 군자의 길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멋진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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