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피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49
시몬느 드 보봐르 지음, 전채린 옮김 / 범우사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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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주아 가정에서 자란 장 블로마르는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동자로 일하는 한편 부르주아의 사람들과 어울리기도 합니다. 폴을 사랑하던 엘렌은 그런 그를 사랑하게 됩니다. 그는 자본주의에도 반기를 들지만 공산주의자들도 비판합니다. 81쪽의 "공산주의자들은 인간을 장기판의 졸(卒)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판을 이기는 것이 제일 중요한 문제지요. 졸 그 자체로서는 아무런 중요성도 가지고 있질 않습니다."에서 말하는 바처럼. 장에게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사는 것 같이 보입니다(146쪽).

하지만 장의 생각대로 세상이 돌아가지 않습니다.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오스트리아와 폴란드를 침략하고 프랑스까지 진군하고 장은 군에 입대하게 됩니다. "내 삶은 바로 다른 사람들과 나와의 관계로 이루어져 있어. 오스트리아도 내 삼 속에 있고 이 세계도 내 삶 속에 있어."

파리의 함락으로 레지스탕스가 된 장은 지도자가 됩니다. 그 동안 개인만 중시하던 엘렌은 사랑하는 장을 위해 레지스탕스로 활동하다가 침대에서 거의 다 죽게 됩니다. 장은 타인의 피를 통해 유지되던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는데 회의하다가 엘렌이 죽게 되자 다시 생각을 고쳐먹고 새로운 용기를 가지며 장비를 갖고 오게 하며 "우리는 행동함으로써만 존재합니다."를 실현합니다.

이것은 비단 전쟁(2차 세계대전)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조금 더 확장해서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80년대에 학생운동을 할 때 소위 머리라는 사람들은 선동만 하고 팔 다리 역할을 하는 학생들이 경찰에 잡혀가 고문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직장에서 과장, 부장급의 사람들이 자신은 최대한 휴식을 취하면서 아랫사람에게 모든 일을 전가하려는 사람이 있는 것도 자신 대신 타인을 희생시키는 것이 되지요.

또한 이라크 전, 팔레스타인에서 목숨을 잃는 군인(팔레스타인군이든 미국을 포함한 다국적군이든)들을 생각해 봅니다. 그들은 대통령과 고위 공무원들을 지키기 위해 희생하고 있습니다. 굳이 싸우고 싶다면 대통령이나 국가의 원수가 나가서 싸워야 할 것입니다. 대통령이나 원수 자신이 전쟁에 나가야 한다면 싸우지도 않을뿐더러 대통령이나 원수가 싸우다가 죽더라도 그를 대체할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을 겁니다.

이 소설에서 하나 재미있는 것은 각 장(章)마다 인칭의 변화입니다. 홀수 장(章)은 1인칭 장 블로마르의 시점이고, 짝수 장(章)은 3인칭 시점입니다. 이는 소설의 중심인물이 되는 장의 심리를 깊이 있게 볼 수 있는 역할을 하면서, 3인칭을 통해서 엘렌이나 드니즈를 포함한 전쟁하에 있는 많은 사람들의 상황을 다양하게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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