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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여자들이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 라틴여성문학소설선집
이사벨 아옌데 외 지음, 송병선 옮김 / 생각의나무 / 2002년 11월
평점 :
품절
라틴 아메리카여성의 삶은 우리나라 여성과 얼마나 다를까?
《난 여자들이 예쁘다고 생각했는데》(생각의 나무)를 보면 전체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을 것이다. 결론부터 미리 말하자면 상상력만 다를 뿐 지리적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 보편적인 고민이 공감간다.
이 작품은 이사벨 아옌데, 크리스티나 페리 로시, 안드레아 마투라나 등 13명의 작가들의 작품들을 보는 기회를 접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한 가족으로서 사는 것에 대한 고민, 여성으로 사는 것에 대해 고됨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꼽을 수 있다.
「새집」의 어린 주인공은 부모님과 함께 구템베르그 지역에 간다. 전에 살던 산라파엘의 집은 사생활도 보장되지 않고 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곳이었다. 그러나 구템베르그에 있는 새 집은 다른 누이와 함께 방을 쓰지 않아도 되고 화장실에서 물도 잘 나온다. 그런데 갑자기 그 집에서 나가야 한다는 말을 듣고 나서 그 이유를 물어보니, 아빠는 복권이 당첨돼야 비로소 가질 수 있는 집이라고 얘기해 준다.
표지 제목이기도 한 안드레아 마투라나의 「난 여자들이 예쁘다고 생각했는데」는 여성에 대한 편견을 얘기한 소설이다. 가령 "엄마는 여자지만 아랫배가 불쑥 튀어나온 뚱보다. 나는 그런 이유로 아빠가 집을 떠났고, 엄마를 혼자 놔두었다고 생각한다. 남자들이 좋아하는 여자들은 금발의 여자처럼 예쁜 여자들이다"(153쪽). 또한 차나가 뛰다가 원피스 밑으로 피가 가득 묻은 헝겊 쪼가리가 떨어진다. 그녀는 울게 되고 나머지 아이들은 깔깔거리고 웃으며, 그녀에게 손가락질을 한다. 이 작품은 여자가 된다는 것이 축복이 아니라 고통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2차 성징 이후 엄마가 되었을 때는 더 힘들다. 아나 마리아 슈아의 「훌륭한 어머니처럼」에서 세 아이의 엄마인 주인공은 아이들 뒤치다꺼리를 하는 내용이다. 엄마는 톰이 아기의 입과 코에 배를 대고 있는 것을 본 후 아기를 자주 돌보게 된다. 씻을 일이 있어서 화장실에 가니 아이들이 바닥을 온통 비눗물 투성이로 만들어 놓았다. 그걸 치우다가 아기의 방에 가니 두 아이가 아기를 못살게 굴어서 아기를 데리고 화장실에 안고 뛰어 들어가니 아기의 오른쪽 둘째 손가락이 엄마의 눈 안으로 들어와 각막에 심한 상처를 입힌다.
이런 여성으로서 살아가야 하는 삶의 고단함에 대한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정치에 대해 비판하는 소설도 있다. 크리스티나 페리 로시의 「독립 영웅」은 말을 타고 있는 영웅 조각상이 말에서 내려 신문을 읽는다. '그는 길모퉁이에서 신문을 샀지만, 글을 읽자 토할 것만 같았다. 그는 경찰이란 노인들이 길을 건널 때 도와주려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신문에는 경찰이 학생을 곤봉으로 때리는 사진이 실려 있었다.'(85쪽)
그는 광장에 가서 청년을 만난다. 영웅이 왜 광장에 탱크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청년은 '질서를 지키기 위해 감시한다'고 말한다. 또한 "불법적인 정부는 항상 몇몇 사람에게만 득이 되지요."(89쪽)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아라비안나이트》를 변용한 「독이 있는 이야기」와 '오늘 이후로 당신을 좋아하는 남자 팬들 목록에서 내 이름을 지워야 합니다'로 시작하는 수감자가 여배우에게 편지를 보내는 그로테스크한 소설인 「시네 프라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