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자유로운 현대의 원시인 vs. 소심한 관념주의자
: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문명화된 사회의 사람들의 삶을 살펴보면 다들 비슷비슷합니다. 태어나 교육받고 직장을 갖고 결혼해서 다시 애를 낳고. 성인이 된 남자는 얼마나 더 많은 월급을 받고 얼마나 좋은 집에서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 있으며 어떤 문화적 혜택을 더 잘 받고 있는가의 경쟁 정도 밖에 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기에서 조금 벗어난 사람이 있습니다다. 그는 바로 조르바입니다. 조르바는 스무 살에 산투리라는 악기소리에 반해 아버지의 "거지 깡깽이가 되겠다는 것이냐(20쪽)?"라는 말에도 불구하고 터키 인 레트셉 에펜다를 찾아가 산투리 연주하는 법을 배웁니다. 또한 그는 도자기를 빚을 때 검지손가락이 자꾸 걸려 손가락 마디를 자릅니다. 그리고 여자가 3,000명이라고도 말합니다. 조르바가 말하는 천국이란 것도 참 소박합니다. 벽에는 예쁜 옷이 걸려 있고, 비누 냄새가 나고 물렁물렁한 침대가 있고, 옆에는 암컷이 하나 누워 있는 향긋한 방 말입니다(234쪽). 그는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경험하며 겨우 그가 원하는 것이라야 음악과 춤 정도인 듯 보입니다.
 
이 소설에는 또 하나의 등장인물이 등장합니다. 책벌레이자 소설가이며 탄광주인인 조르바칭 '두목'이지요. 그는 불교 서적 읽기를 즐기며 여자가 유혹해서 마음이 흔들려도 소심하게 물리치고 말지요. 그리고 사람들을 다음과 같이 몇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살고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돈 벌고 명성을 얻는 걸 자기 생의 목표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또 한 부류는 자기 삶을 사는 게 아니라 인류의 삶이라는 것에 관심이 있어서 그걸 목표로 삼는 사람들이지요. 이 사람들은 인간은 결국 하나라고 생각하고 인간을 가르치려 하고, 사랑과 선행을 독려하지요. 마지막 부류는 전 우주의 삶을 목표로 하는 사람입니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나무나 별이나 모두 한 목숨인데, 단지 아주 지독한 싸움에 휘말려 들었을 뿐이다(429).'라고 합니다.
조르바의 먹고 마시고 춤과 여자를 사랑하는 행동은 어쩌면 '자유'의 소중함을 몸소 실천하며 사는 것인지 모릅니다.(25) 그러나 단지 이렇게 자유롭게 살게 된 이면에는 아픔이 있습니다. "내 몸은 상처와 흉터와 옹이투성입니다."로 시작하는 그의 말을 살펴보면 조르바는 불가리아 마을의 신부를 죽였으며, 불가리아 인 마을에서 죽을 뻔한 조르바를 도와준 여자가 사는 마을에 파라핀 통을 들고 들어가 마을에 불을 지르기도 합니다(346~351). 그 이후로 그는 "조국 같은 게 있는 한 이간은 짐승, 그것도 앞 뒤 헤아릴 줄 모르는 짐승 신세를 벗어나지 못합니다…….(중략) 나는 그 모든 걸 졸업햇습니다. 내게는 끝났어요.(251)"라고 말하며 그 이후로 감정에 충실한 자유로운 삶을 살기 시작한 겁니다.
 
사람 살해라는 극단적인 경험 후에 얻은 자유를 얻은 사람과 모든 것에서 한발짝 물러서서 우주에 대해 사색하는 사람 중에 누가 더 가치있는 삶을 산 것일까요? 두목이 '조르바는 내 내부에서 떨고 있는 추상적인 관념에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살아 있는 육체를 부여했다(241).'라는 것처럼 두 존재 다 가치있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제 주변에 관념주의자는 많으니 조르바 같은 사람을 만나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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