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견문록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음식기행 지식여행자 6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평소에 맛집을 찾아가거나 인터넷 맛집 사이트 방문하기를 즐기는 나로서는 ‘미식견문록’이라는 제목은 흥미로웠다. ‘세계음식기행’이라는 부제가 있어 외국 음식을 먹어본 후의 역사적 유례나 감상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보다 훨씬 더 내용이 깊이 있었다.  

 

예를 들어 서곡의 23쪽에 ‘먹는다는 것과 산다는 것, 이는 어찌 이리도 잔혹하고 죄 많은 일인가. 살생과 죄책감과 맛있는 것을 먹고자 하는 강렬한 욕망. 이 모순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어른이 된다는 것일까.’라는 부분이 참 와 닿았다. 나는 인간으로 태어나 누군가에게 먹힐 일은 먹는 가축에 비하면 확률이 미미하다(책에도 나오지만 고립된 사고 지역에서 인육을 먹기도 하니까). 그렇기에 먹는다는 것이 유쾌한 일만은 아니지만 대신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고 음식을 남기지 않기 위해 너무 많이 만들거나 주문하지 않으려 한다.

일본 출신의 저자가 유럽 음식, 특히 러시아 음식을 잘 아는 이유는 그녀의 직업이 러시아 동시 통역사로서 러시아를 200번 이상 갔다 온 경험이 있다. 게다가 체코에서 산 경험도 있어서 유럽 음식을 접했다. 그러나 그녀는 먹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언어를 다루는 사람이라 어원을 찾는다거나 한 나라의 음식이 어떻게 다른 나라의 음식에 영향을 주었는지 찾아본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1장, 2장이 아닌 서곡을 시작으로 1악장부터 4악장까지 구성돼 있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음식으로 정치적인 부분까지 다룰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냥 음식이라는 것이 입맛과 경제적 사정을 고려할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청어 통조림에 캐비어가 들어있는데 정치가와 어업장관까지 관련되어 있다거나 감자가 러시아 전역에 퍼지기까지의 에피소드. 특히 러시아에서의 감자 재배 역사는 왕이 농민 앞에서 직접 먹으며 목숨을 위협(71쪽)해도 전국에 보급되지 않았다. 대신 귀족에게 감자를 재배해 먹는 자에게 주겠다(75쪽)고 하자 농민에게 금화 한닢 이상의 실익을 가져다주었다고 한다. 모스크바에 있는 후배가 ‘단무지 베어 먹기’라는 책으로 고국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데 음식이 많은 걸 담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 다음으로 2악장에 전설이나 동화 속에 등장하는 음식들을 직접 맛보는 부분이 좋았다. 하이디가 맛있게 먹은 염소젖은 별로였으며, 기장경단은 밍밍하다며 기대와는 달랐음을 보여준다. 음식이 무조건 맛있다고 한다거나 맛있는 음식만 소개하는 것보다 글에 더 신뢰가 갔다.

이 책이 에피타이저-메인-디저트가 아니라 악장으로 구성돼 있는 이유는 음식을 통해 그 문화를 알려주기 때문이었다. 훌륭한 식당에서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처럼 이 책을 음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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