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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질서의 효용 - 개인의 정체성과 도시 생활
리차드 세넷 지음, 유강은 옮김 / 다시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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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정착지 문제로 인식하고 해결 방안을 찾는 사람에게, 40년 전의 리처드 세넷(방년 25세) 이 제안하는 도시 생활에 관한 이야기. 삶의 거처에서 방황하고, 그림 같은 전원생활을 꿈꾸는 이들에게 저자는 오히려 풍요로운 도시의 모호성과 불확실성을 정면으로 마주볼 것을 요구한다. 무질서함 속에서 갈등을 소화하는 것으로(청소년이 어른이 되듯) 성숙한 사회를 스스로 구성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65세에 다시 쓴 서문도 명문이지만, 읽기 쉬운 언어로 인간 사회가 당면한 혁명적인 과제를 서술하려 노력하는 젊은 작가의 의도가 매력적이다. 읽다 보면 ‘말이 심하네‘ 싶은 부분도 있는데, 설득의 강도와 상관없이 도시의 면면을 읽는 것에 있어서는 대단한 통찰력이라고 감탄하게 된다. 40년 전에 쓰인 책인데도 저자가 시사하는 것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은 고통스럽지만, 배울 점이 있었다. 그것으로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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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반복의 힘 - 끝까지 계속하게 만드는
로버트 마우어 지음, 장원철 옮김 / 스몰빅라이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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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실용서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늘 목표 달성의 가장 좋은 그림을 상상하고 일을 벌이는 나를 진정시키고 달래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위로를 필요로 하는 친구와 대화를 나눌 때 항상 ‘괜찮아‘,‘잘 될 거야‘,‘잊어버려‘ 와 같은 틀에 박힌 말 밖에 하지 못하는 이유가, 다름 아닌 나 자신이 위기에 처했을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책. ‘목표 달성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을 반복적으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잘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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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거의 책을 읽지 않고, 그야말로 아무 곳에나 널부러져 있는 것들을 그러모아 읽어 버리고 읽고 버린다. 예전에 SNS에 내가 쓴 글들도 읽고, 일기를 백업해두었던 파일들, 그것도 꺼내 읽고, 오래 된 영수증에 써있는 안내문, 같은 것들을 읽는다. 그러니까 지금으로선 이미 생기를 잃어버린 것들. 지우고 나면 두번 다시 기억나지 않을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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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사이에 일어난, 이 침묵으로 일관된 화학작용의 정체를 들여다보자.‘ - 최소한의 공감하는 능력, 그것을 믿고 행하게 되는 것들. 그것이 유일하게 내가 인간다울 수 있는 순간을 만든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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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트위터를 하다가 ‘지정 화면의 문자를 실시간으로 번역하여 텍스트 위에 바로 번역 텍스트를 입히는 프로그램의 자발적 구독권‘ 에 대한 텀블벅 프로젝트를 홍보하는 트윗을 봤다. 그 개발자는 한글화가 되지 않은 해외 게임 화면을 번역하는 데 목적을 두고 만들었다고 했다. 이제 그 프로그램이 상용화되면 유저들은 NPC가 뭘 가져오라고 시키는건지, 스토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대략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지난 주말에는 영화 ‘컨택트‘를 감상했다. 언어와 사고가 객체에 미치는 영향, 아니 그보다는 지배적 구조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겠다. 여하간에 그런 것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영화였다.

번역 서비스의 속도와 정확성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걸 실생활에서 직접 목격하는 와중에, ‘이렇게 가다간 은유법이 지구상에서 사라질지도 몰라‘ 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한때 시인을 꿈꿨던 80년대생의 언어적 수준은 한 5년만 지나도 노쇠한 것으로 취급되어 그때가 되면 손 쓸 틈도 없이 지식 계급의 가장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게 아닐까. 아마도 이런 공포를 느낀 사람 중 하나가 ‘컨택트‘ 를 썼을 것이다. 나는 ‘은유의 소멸‘을, 그는 ‘언어 개념의 소멸‘을 두려워하는 거지. 외계인이 아닌 인간으로서.

딥러닝의 가능성은 어디까지를 포함할까. 인간이 기능적으로 소통하는 것 외에 한숨의 높낮이, 웃음의 장단, 눈썹의 시각적 우울 뭐 그런 것들에도 관심이 있을까?

구시대적 인간이 되어간다는 건 실감하고 싶지 않은데, TV와 인터넷이 도무지 날 내버려두려 하지 않는다.

P15 변치 않는 진실은, 말이든 글이든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에 따라 그 형태가 선택된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떤 ‘의미‘를 어떤 ‘목적‘에 따라 어떤 ‘대상‘에게 전달하고자 하느냐에 따라 말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선택하는 어휘가 달라진다. 좋은 번역 역시 이 기준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는다. 물론 번역은 기존에 작성된 글(원문)에서 의미와 목적과 대상을 파악해내, 그것을 새로운 대상을 향해 의미와 목적을 전달해야 하는 다소 복잡하고 난해한 임무까지 수행해내야 한다는 측면에서 특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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