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영하의 시칠리아 여행기입니다. (부제: 시칠리아에서 온 편지) 그는 정말 잘나가는 소설가입니다. 써내는 작품마다 갓 낚아올린 도미를 회 떠놓은 것처럼 신선하고 쫄깃했고 탱탱했고 어느 대학의 교수에다 라디오 진행까지 해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소설가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른, 도시적이고 댄디스러운 그런 사람이었죠. 그런 그가 모든 것을 정리하고 떠납니다. 아내와 함께한 시칠리아로.. 하던 일을 정리하는 이야기부터 시칠리아로 들어가는 열차페리 이야기, 시칠리아 섬의 여러 도시를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 이야기며 음식이야기, 자고 먹고한 이야기 등등등등등.... 천부적인 이야기꾼인 그가 들려주는 버리고 떠난 곳의 풍경은 아득한 이상향의 모습같이 느껴집니다. 제목이 좀 시건방져서 '이 인간이 글 좀 쓰더니...'하는 오해도 들었지만 후기에 있는 이 제목의 연유를 보면서 역시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 하는구나..했습니다. # p.292 늙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세상과 인생에 대해 더 이상 호기심을 느끼지 않게 되는 과정이다 호기심은 한편 피곤한 감정이다. 우리를 어디론가 움직이게 하고 무엇이든 질문하게 하고 이미 알려진 것들을 의심하게 만드니까
세상에는 없을 법한 사랑 이야기를 늦은 시간까지 읽었어요. 많이 가슴 아팠고, 발개 벗겨지는 느낌. 그렇게 세상은, 인간은 아무 것도 아닌 것. 작가의 그 생각들이 슬폈고, 그것을 부정할 수 없는 내가 슬펐고 그것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들이 가여운 간밤에는 쉬이 잠이 들지 않더군요. 스무살의 사랑이야기 입니다. 참 좋아하는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던 그 때에 그러지 못했던 제가 아쉽고, 지금 또 다른 이유로 그러지 못하는 제가 안타깝네요. 조금씩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별하는 방법, 내려가는 방법을 모르는 우리가 안쓰러워요.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아서, 누구에게나 너무나 큰 상처로 남을 수 밖에 없는 그것들을 도대체 시간이 약이라는 말로만 다스리기엔 우린 너무 약한 거 같아요. 소설가 박민규. 이 양반은 마이너 같지 않는 마이너의 얘기를 참 잘 쓰는 거 같아요. 제목만 달랑 알고 있는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도 대충 그런 이야기이지 않을까 싶네요. 대충 그런 이야기일 거 같아서 읽지 않았는데 '죽은~'을 읽고 나니 함 읽어봐야겠어요. 정말 오랜만에 소설에 푹 빠져봤네요. 독서하기 좋은 여름이 지나가고, 오늘은 책읽기 조은 완연한 가을아침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