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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마크
요시다 슈이치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나는 이 작가의 글 스타일을 좋아한다. 시적 제시와 통찰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분이 말씀하신 것을 얼핏 봤는데, "일본 소설은 재미는 있는데 머릿속이 텅비는 느낌을 감출 수 없다"고 하셨다. 그 점에 공감을 느낀다. 문학상을 탔다는 작품도 일정한 울림은 있으나, 사물에 대한, 인간 감정에 대한 통찰이 부족한 것으로 느껴진다. 나는 일본작품을 많이 사봤으면서도 그렇게 많이 읽지도 않았다. 하루키는 아예 읽지도 않았고, 가쿠다 미쯔요와 에쿠니 가오리, 요시다 슈이치, 미야모토 테루, 가와카미 히로미 등의 작가를 약간씩 읽은 정도다. 나는 책을 일부만 읽고 그 성향을 재단하는 습성이 있다. 상당부분 맞아떨어지긴 한다. 나는 글을 읽을 때 문장 외에는 읽지 않는다. 그런 면 중에서 눈에 띈 사람들이 '온다 리쿠(제일 많이 샀지만 한권도 읽지 않았다)', '가쿠다 미쯔요(그나마 많이 사서 많이 읽었다)', '가와카미 히로미(별로 이력은 안되지만 느낌은 좋았다)', 특히 '요시다 슈이치'였다. 맨 처음의 만남은 "7월 24일 거리"였다. 그 책이 눈에 띄어서 읽어보게 되었다. 감이 오는 느낌에서 샀지만, 사고난 후는 전형적인 지름병의 후유증이었다. 제대로된 이 작가의 의도를 뚫지 못하고 그저 그렇구나... 하는 식으로 넘겨짚기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지름병은 나를 가만놔두지 않았다. 지금도 책장 한 줄이 가득차고 넘칠 정도의 일본 소설들이 있다. 그것도 못 읽은 것들이 말이다. 그래서 산 것이 '카라멜 팝콘'(아직 별로 읽지 않았다)이다. 그래서 안되겠다 싶어서 하나씩 읽어치우기 시작한 것이 이 책이다. (지금은 '나카사키'를 읽고 있다).
이 책의 장점을 말하자면, 약간의 무게도 있을 뿐더러, 다른 책보다 편하게 읽힌다. ("타르 베이비"를 읽다가 이 책을 읽으니 책 읽는 속도가 무척 달랐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게다가 문장 구사의 스타일도 마음에 든다. 일본 작가라서 '재미'만 있겠지라는 생각을 버리고 보느라 한참을 애먹었다.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은 책이었다. (딱 무겁다와 가볍다 중간의 느낌일까?) 가쿠다 미쯔요는 있는 대로의 풍경을 그대로 그려놓은 느낌이고, 가와카미 히로미는 묘한 유사성이 느껴지는 느낌만 감도는 데 비해, 요시다 슈이치는 표현의 시적 선택을 잘 했음을 곳곳에서 느꼈다. 아마도 한국에서 인정받는다 싶은 글의 스타일과 비슷한 느낌으로 읽혔다. 뭔가 다르다는 것은 확실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