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으로 꽃다발 먹기
쉰네 순 뢰에스 지음, 손화수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센스있는 표현도 돋보이고, 그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도 선명하다. 표현은 다소 진해서 배수아를 연상시킨다. 상당한 주제에 대한 제기도 이 작품을 더욱 빛나게 만든다. 부끄럽지만 나도 정신과에 갔던 이력이 있다. 병증도 그녀와 비슷하다. 그래서 말이다. 이 작품이 조금 더 와닿는 듯 싶다. (그러나 내가 갔던 정신병원엔 빠져나갈 문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 다르다는 점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예술인이다. 그는 자신이 성격이 약간 자기 주장이 강해서 그렇지 병은 없다는 쪽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알기로는 현대인의 상당수는 이미 정신질환자다. 강박증이든, 우울증이든, 불면증이든, 분열병이든 어떤 것이든 하나든 가지고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 세상은 제 정신으로 살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그러므로 이 작은 아이 하나의 행동은 그저 한 사람의 전형으로만 여겨지는 것이 아닌, 모든 이 시대가 가진 병증을 지고 가는 이 인간 세계의 전체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 것이다.
이 책을 아주 빠르게 읽었다. 단장처리때문에 빠르게 읽을 수밖에 없는 것도 있었지만, 이미지 하나 하나가 명징해서 정확히 들어오기도 했다. 이 작품 내의 표현은 무척이나 아름답기도 하다. 무엇을 생각하게 해주는 힘을 가지고 있으며, 기 죽을 수밖에 없는 정신병원에서 약동하는 이미지로 그려낸 것도 대단할 뿐더러, 이 사람의 심리상태를 묘사해내는 시적 표현도 볼 때마다 행복했었다. 뭐, 내가 주인공과 비슷해서 공감한다기 보다는, 이 작품의 문학적 완성도가 말의 거친 정도에 비해 엄청나게 뛰어났다는 것 때문이었다. 보통 말이 거칠면, 그 작품의 고상함이 떨어져보이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거친 어투에도 불구하고, 시의적절하고 아름다운 표현과 세밀한 묘사로 커버해나가고 있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작품이었다. 확실히 이 책을 처음 보고서 고를 생각을 했는데, 읽고 난 다음에도 그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나는 그녀를 많은 것을 성취한 문학가로 평가하고 싶다.
이 사람이 한국계인 것은 나중문제다. 나는 한국인으로서의 그가 아닌, 문학가로서의 그녀를 보고 그녀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인이니까 띄워주는 게 아니라, 어디에 나가도 뒤지지 않는 한 작가를 보게 되어서 기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