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CEO - 고전에서 경영철학을 배우는
마이클 탕 지음, 안찬수 옮김 / 굿모닝미디어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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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포르투갈 축구 대표팀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이 세간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단순히 팀을 40년 만에 4강에 올려놓은 용장으로서가 아니다. 그가 중국의 병법서 손자병법을 축구전술에 활용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동양에서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중국 병법이 서양에서는 꽤나 신기한 모양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시장독점과 특허 침해 혐의로 소송에 휘말렸을 때 빌 게이츠 회장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참고했던 책 중 하나가 <손자병법>이었다.

또 1991년 걸프전쟁을 승리로 이끈 노먼 슈워츠코프 장군 역시 <손자병법>을 전술에 응용했다고 전해진다. 서양인들이 손자병법과 같은 중국 고전을 찾는 이유는 무엇인가. 2500년 전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병서가 21세기에도 통한다는 방증 아닐까.

최근에 중국 고전에 담긴 지혜를 간추린 번역서 한권이 출간됐다. 마이클 탕의 <고전에서 경영철학을 배우는 유쾌한 CEO>라는 다소 긴 제목의 처세 책이 그것이다.

이 책은 중국 고전을 영어로 써서 서양에 소개된 점에서 흥미롭다. 원제는 < A Victor's Reflections-and other Tales of China's Timeless Wisdom For Leaders >이다. 너무 식상하다고 판단했는지 다시 우리말로 옮겨지면서 제목이 생뚱맞게 변했다.

책에는 스콜라리가 지혜를 빌렸던 <손자병법>은 물론 다양한 중국 고전이 등장한다. 귀에 익은 <논어>, <맹자>는 물론 <열자>, <장자>, <도덕경>, <육조단경> 같은 철학과 종교 서적, <전국책>, <사기>, <춘추좌씨전>, <여씨춘추> 같은 역사책, <손자병법>, <손빈병법> 같은 병법서가 등장한다.

또 교훈적인 글로는 <안씨가훈>과 <주백로치가격언>이 인용됐고 <신서>, <설원> 같은 설화집, <삼국지>, <초한지>, <삼언이박> 같은 문학작품에서 <소녀경>까지 망라하고 있다. 이 중 <손자병법>은 서양 사람들이 가장 흥미롭게 받아들이는 중국 고전이다.

왜 현대인은 고전에 빠져 드는가

저자는 중국 문화혁명 때 한학자였던 할아버지에게 고전을 배웠다고 한다. 그는 현재 뉴욕과 상하이를 오가면 중국에 대한 벤처캐피탈 투자 분야에서 활동 중인 비즈니스맨이다. 그는 독자들에게 고전을 통해 중국의 지혜를 배워 이를 비즈니스 사회에 접목시켜보라고 권한다.

이 책은 지난 2001년 <하버드생이 본 중국 고전의 지혜>란 제목으로 출간된 것을 다시 찍은 것이다. 책의 특징 중 하나는 앞서 열거했듯이 지금껏 나온 고문 해설서에 비해 고전인용 스펙트럼이 무척 넓다. 각 고전에서 가장 재미나고 교훈적인 내용 100여 편을 엄선했다.

역자인 안찬수씨는 이 책을 한마디로 이야기책이자 역사책이며 지혜의 책이라고 했다. 때문에 현대 비즈니스 세계에서 성취감을 맛보려는 사람에게 시사 하는 바가 클 것이라고 후기를 적고 있다.

고전을 풀어 놓은 책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그만큼 읽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대인은 왜 고전을 읽나. 현대의 가치관이 분명 과거와 다른데, 서점가에 고전이 넘쳐나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고전의 핵심은 객관적 불멸'이란 속성 때문일 것이다.

비근한 예로 지금은 우리에게 고전 주인공인 돼 버린 공자에게 그 속성을 찾을 수 있다. 공자는 겸손하게도 온고지신(溫故知新), 술이부작(述而不作), 학이시습(學而時習)이란 학습 방법을 통해 자신 또한 고전을 통해 지식을 얻었다고 했다.

술이부작은 옛 고전을 읽고 단지 풀어 쓴 것이지 창작은 아니라는 의미로 공자가 말한 것이다. 공자 자신도 고전을 통해 지혜를 얻었다는 의미다. 공자 시대 역시 고전을 '학이시습'하고 지식을 '온고지신'하는 것을 학습의 덕목으로 삼은 것이다.

얼마 전 외신은 중국 장쑤성(江蘇省) 쉬저우(徐州)사범대학에서 문제 학생들에게 고전을 읽힌다고 전했다. 처벌 학칙에 고전읽기를 추가해 사서삼경을 읽고 독후감을 써내면 '개과자신(改過自新)'이란 문구를 학생부에 기록, 벌을 대신하는 것이다. 개과자신은 잘못을 고쳐 새사람이 됐다는 뜻이다. 고전의 효용성을 가장 현명하게 사용하는 사례가 아닌가 싶다.

고전은 새로움을 잉태한 선현의 지혜

저자 탕 역시 이것을 바라고 책을 냈다. 그 또한 공자처럼 고전에서 지혜를 얻으며 '술이부작'을 한 것이다. 책에는 공자이야기, 맹모삼천, 적벽대전 등 우리에게도 친숙한 고전도 많다. 특히 <주백로치가격언> 같은 것은 불과 500여 자로 구성됐는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언제 어디서나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는 교육효과가 좋아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인용하는 격언 중 하나이다. 한 문장만 소개한다. '다른 사람에게 준 것은 생각지 말고 받은 것은 잊지 말라'(施因忽念 受恩莫忘). 글자 여덟 자가 지나온 수많은 시간을 생각게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과거가 현재에서 재해석 되면서 역사를 변화시킨 예로 르네상스를 손꼽는다. 알다시피 르네상스는 문예부흥이다. 중국불교는 인도에서 가져 온 고전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고 한다. 이처럼 고전은 새로움을 잉태하고 있는 선현들의 지혜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미국을 방문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손자병법>을 선물했다. 그에 대해 갖가지 해석이 난무했는데, '부전이굴(不戰而屈)'을 전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뜻풀이가 가장 가슴에 와 닿았다.

부전이굴은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을 뜻한다. 북한 미사일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북미 상황. 부시 대통령이 후 주석이 선물한 손자병법을 한번 쯤 들춰봤는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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