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의 꿈이 담긴 조선 최초의 신도시, 수원화성 - 신나는 교과서 체험학습 53
김준혁 지음, 양은정.이종호 그림 / 해피북스(북키드)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해피북스의 '신나는 교과서 체험학습 시리즈' 53번째 <수원화성>이 나왔다. '정조의 꿈이 담긴 조선 최초의 신도시'라는 멋진 부제만큼 재미나고 유익한 책이다.

<조선 오백년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곳, 경복궁>에 이어 두 번째 책을 접하고 느낀 점은, 사진과 삽화가 훨씬 보기 좋아졌다는 것이다.

글은 수원시 학예연구사인 김준혁씨가 썼다. 오래전부터 정조와 화성을 연구한 전문가답게 꼼꼼하고 세심하게 어린이들에게 수원화성의 역사와 안팎을 열어 보인다.

특히 수원화성에 담긴 정조의 숨은 뜻을 재미나고 역동적으로 풀었다. 또 한편으론 정약용으로 대표되는 조선의 실사구시 실학정신도 만나는 재미가 있다.

체험학습 시리즈라는 이름에 걸맞게 책을 펼치면 천연색 사진과 삽화가 시선을 단박 이끈다. 현장을 최대한 많이 보여주려는 집필진의 땀 냄새가 느껴진다. 궁금증을 자아낼 만한 것이 나오면 어느새 부분사진에 친절한 설명을 달아 놨다.

수원화성은 기존의 성과 달리 치밀한 계획에 의한 공사였고 새로운 공법과 공사도구를 선보이면서 조선조 건축술을 한 단계 끌어 올린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원래 공기를 10년으로 잡았는데 거중기, 유형거, 녹로 등 기기를 이용해 2년 9개월 만에 마쳤다고 한다.

과학적인 공사 기구 덕분에 공기를 3분의 2나 단축할 수 있었다. 정조는 공사에 동원된 백성들과 강제 이주를 해야 했던 이들에게 노임과 이주비를 넉넉히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공기 단축으로 절감한 예산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책은 역사의 정신과 유물을 바라보는 시선을 씨줄과 날줄처럼 짜임새 있게 엮었다. 유물이 만들어진 역사적 배경과 유물에 담겨져 있는 선조들의 정신까지 보여준다. 가끔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보여주려는 욕심 때문에 한정된 지면이 버거울 때도 있지만 그리 나쁘진 않다.

수원화성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 세계가 앞장서 보호하고 보존할 가치가 있는 유산이다. 자칫 수원화성은 역사 속에 묻힐 뻔했다. 일제의 훼손에 이어 한국전쟁 때 일부만 남고 대부분 폭격에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옛것과 같이 복원했을까.

그것은 바로 '화성성역의궤'라는 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일종의 공사보고서인 이 책은 공사의 처음과 끝을 10권 9책에 소소히 기록했다. 일정과 경비, 건축도구, 자재 단가, 심지어 회식 기록, 기술자 이름 등 모든 사항을 촘촘히 기록했기 때문에 이를 보고 1975년 3년 만에 완벽하게 복원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과연 정조는 수원화성을 왜 지었을까. 비운의 아버지 사도세자를 기리기 위해서? 아들인 순조를 도와 부강한 조선을 만들기 위해서? 이 두 가지 목적을 모두 충족하는 것은 물론, 총애하던 정약용으로 대표되는 실학의 실사구시를 제대로 한 번 구현해 본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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