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웰의 도깨비가 알려주는 열과 시간의 비밀
한스 크리스찬 폰 베이어 지음, 권영욱 옮김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맥스웰의 도깨비'는 열역학 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자주 인용된다. 여기서 도깨비는 스코틀랜드 물리학자 제임스 클럭 맥스웰(James Clerk Maxwell, 1831~1879)이 수수께끼 같은 열역학 법칙을 시험할 목적으로 고안한 상상의 존재다. 실험 불가능한 이론을 검증하기 위한 가설 도구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도깨비는 열역학 제2법칙, 즉 에너지의 비가역적 흐름을 나타내는 엔트로피의 개념을 확인시켜주는 도구인데, 안타깝게도 그것을 발견한 맥스웰은 도깨비가 요술 방망이질을 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요술 방망이질이란 도깨비가 열역학 제2법칙을 위배할 수 있는지 여부다.

에너지보존법칙인 열역학 제1법칙처럼 예외 없이 어느 경우에나 성립하는가, 아니면 거스를 수 있는가가 이 책의 주제다. 동시에 도깨비의 실체를 찾는 과정에서 발견된 E=mc2에 대한 찬미이기도 하다.

E=mc2은 각 나라의 언어마다 다르게 읽히겠지만 값을 나타내는 것은 언어와 상관없이 고유하다. 1905년 스물여섯 살 된 특허국 직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E=mc2이란 공식을 물리학에서 에너지의 양을 계산하는 공식 목록에 올렸다. 20세기 물리학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순간이다.

이전까지 에너지는 운동, 위치, 열에너지의 발견으로 공식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물리학자들은 압축된 스프링, 궤도를 도는 천체, 대전된 전도체, 전자석, 물결파, 빛, 소리, 전지, 생리화학 등 움직이거나 움직임을 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갖는 계에 들어 있는 에너지 양을 찾느라 분주했다. 여기에 E=mc2가 첨가되면서 에너지 공식은 간결하고 아름답게 정리됐다.

이 공식은 우리가 알고 있듯이 극적으로 발견된 것은 아니다. 특수 상대성 이론에서 유도된 공식이지만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에 대한 첫 논문을 발표한 1905년까지 이 공식을 발견하지 못했다.

물론 잠재된 중요성은 알아차렸지만 소심증으로 인해 학계에 발표하진 못했다. 자칫 영원히 묻힐 뻔한 '아름다움'은 아인슈타인의 뒤늦은 용기에 의해 세상의 빛을 보게 된다.

물리학자이자 역사학자인 제럴드 홀턴은 물리학의 궁극이론은 최대의 함축에 있다고 표현했다. 최대한의 함축원리는 최대한의 정보를 최소한의 표현으로 압축시킬 수 있는 이론의 능력을 중요시한다. E=mc2 공식이 명성을 얻은 이유는 간단한 공식에 놀라울 정도로 많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은 번역서다. 원저자들 모두 미국·영국의 저명한 과학자들이다. 우리는 가끔 과학자가 쓴 전문적인 글이 단순 번역가에 의해 비과학적으로 해석되는 오류를 접한다. 그러나 이번엔 그런 걱정은 접어도 될 듯싶다. 옮긴이가 쟁쟁한 전공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품질보증’이 된다. 공학도들 손을 한번쯤은 거쳐야 할 책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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