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류사회 - 새로운 계층집단의 출현
미우라 아츠시 지음, 이화성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첫 장 머리말에서부터 도발적인 물음과 맞닥뜨린다. 당황스럽다. 독자의 하류도(下流度)를 체크해 보잔다.

다음 중 반 이상이 해당되면 상당히 하류적 사람이란다. 몇 개나 해당되는지 독자 여러분도 스스로 평가해 보시라.

1. 연간 수입이 연령의 100배 이하이다.
2. 그날그날 편히 살고 싶다.
3. 자기답게 사는 것이 좋다.
4.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고 싶다.
5. 단정치 못하고, 모든 일이 귀찮으며, 외출하기 싫다.
6. 혼자 있는 것이 좋다.
7. 온순하고 눈에 띄지 않는 성격이다.
8. 옷 입는 패션은 내 방식대로다.
9. 먹는 것조차 귀찮게 느껴질 때가 있다.
10. 과자나 패스트푸드를 자주 먹는다.
11. 온종일 집에서 비디오 게임이나 인터넷을 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12. 미혼이다(남자 33세 이상, 여자 30세 이상인 경우)


이웃 일본의 이야기다. 그러나 가까운 거리만큼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점도 남다르지 않다. 또 한국경제가 일본경제와 엇비슷하게 연동되는 가운데 책이 정의한 <하류사회>는 우리의 현재 또는 미래의 모습을 대입할 수 있다.

현 일본사회 구성하는 4세대 욕구조사 기록

전후 일본 경제부흥을 통하면서 두텁게 형성됐던 중류벨트. 이들 신 중간층은 주로 샐러리맨이면서 특별히 재산이 많지 않지만 매년 소득이 늘어 생활수준이 점진적으로 향상되는 계층이었다. 이 시기(1950~70년대)는 하층에서 중층으로, 즉 하류의 중류화가 도드라졌던 때다.

그러던 일본의 계층격차가 근래에 들어 중이 감소하면서 상과 하로 양극화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IMF 구제금융으로 인해 중산층이 붕괴된 1990년대 우리 사회와 맥락을 같이 한다.

일본 역시 우리의 현재처럼 양극화를 맞고 있다. 책 속에는 우리 상황과 아주 흡사하게 어울리는 것을 보여주는 각종 지표가 꽉 차 있다.

이 책은 '쇼와(昭和) 4세대 욕구비교조사(2004년)'와 '여성계층화 1·2차 조사(2005년)' 결과 등을 기반으로 책으로 엮었다. 논문의 하드커버를 떼고 책 표지를 붙였다고 보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때문에 각종 지표를 도표와 그래프 등으로 나타낸 것이 많다. 이들은 본문을 이해하기 쉽게도 하지만 너무 자세한 이해를 구하는 바람에 오히려 독자에겐 과공비례다.

쇼와 4세대는 쇼와 한자리수세대(1931~37년생), 단괴세대(46~50년생), 신인류세대(61~65년생), 단괴주니어세대(71~75년생)를 말한다. 쇼와 한자리수 세대는 일본의 성장을 견인한 중심세대다. 이들의 2세가 신인류세대다.

단괴세대는 종전 직후 제1차 베이비붐 세대와 동의어다. 단괴주니어는 2차 베이비붐 세대다.

이들 계층간 욕구조사는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근대를 거쳐 현대화하는 과정이 흡사하고 인접국이란 지리적 특성이 한 경제권, 문화권으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개성' 고집은 하류사회로 가는 지름길

'하류사회'란 단어는 저자인 미후라 아츠시가 만들었다. 물론 단어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새롭게 정의를 내렸다는 표현이 맞다. 일본사회는 그동안 이른바 '1억총중류'라는 패러다임이 지배하고 있었다. 전 국민이 중산층이란 말이다. 그러나 중산층의 붕괴는 사회 계층 분화로 이어지면서 와해를 맞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앞서 하류평가에서 언급됐듯이 자기 방식대로 사는 '자기다움'을 지향한다면 하류족이 되기 십상이다. 욕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나만의 개성을 지향하는 사람이 상류의 경우 25%인데 반해 하류는 41.7%나 됐다. 자립과 자기실현을 묻는 질문에서도 상은 16.7%, 하는 29.3%였다.

이는 자기실현을 찾는 사람은 일에 있어서도 자기답게 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고수입을 올리기 어려워 결국 생활수준이 저하되는 악순환에 빠진다는 것이다. 이들의 인적 특성은 미혼에 아이가 없고 비정규직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일본은 '결과악평등 사회'였다. 악평등이란 형식적으로 평등하지만 실제로는 불공평한 상태를 의미한다. 결과악평등이란 열심히 일하나 안하나, 능력이 있거나 없거나 월급의 차이가 별로 없는 것을 말한다.

젊어서 일을 빨리하고 빨리한 만큼 많이 하지만 나이 먹고 일처리가 느린 사람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 현상이 나타난다. 결과악평등을 넘어 결과역차별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일본은 15년 정도 성과주의를 채택했다.

계층격차의 가장 큰 원인은 하류의 '의욕 부족'

그 결과 소득격차가 확대되고 장기적으로 계층격차가 고정될 위기에 몰린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회균등이라는 숙제에 부닥치게 된다. 기회균등을 완전히 이루기 위해서는 '기회악평등 구조'를 도입할 필요성에 도달한다.

기회악평등 구조는 낮은 계층이 우대를 받는 조치다. 저자는 일본 사회의 기회악평등 구조를 몇 가지 제시한다. 흡사 우리 사회를 보는 것 같았다.

소득이 낮은 가정의 학생에게는 합격점을 내려준다. 가산점을 주는 것과 같다. 반대로 소득이 높은 집 학생은 합격점을 높이는 방안이다.

부모 계층이 낮은 집은 학력이 낮은 경향이 있다는 것은 강남 출신이 서울대에 많이 합격하는 우리네 현실과 같다. 부와 교육기회는 등가로 성립하는 것이 현대교육의 산물이다.

국립대인 도쿄대학 수업료를 무료화 하는 방법도 제안됐다. 사립대학 등록금이 연간 1000만원 시대를 맞고 있는 우리나라와 많이 빼닮았다. 학비무료와 함께 대학 수업을 인터넷화 하면 가난한 지방 출신도 교육기회를 균등히 가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또 지방에서 대도시로 진학했을 때 보조금을 주는 방안 등 하류 가정을 위한 기회악평등을 구현한다면 양극화를 극복할 수도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저자는 그러나 평등을 깨트리면서까지 기회를 주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것은 하류의 '의욕 부족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이 책에 대해 양준호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IMF 이후 급속히 진전되고 있는 중산층의 몰락, 비정규직 근로자 급증, 청년실업자 양산 등으로 대표되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오버랩 된다"며 "이미 우리 사회도 하류화가 조용히 진행되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하는 등 '하류사회'를 미래 한국의 키워드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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