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사는 나라 못사는 나라 - 석혜원 선생님의 지구촌 경제 이야기
석혜원 지음, 고상미 그림 / 다섯수레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원-달러 환율이 IMF 구제금융 이전인 97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요즘, 도대체 환율 변동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심을 두고 파고들지 않고서는 뭐라 설명하기조차 힘들다.


이런 허점이 알려질 새라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을 알았는지 아이들이 엄마에게 기습적으로 질문한다. 달러에 대한 환율이 내려가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아뿔싸! 이를 두고 '머피의 법칙'이라 했던가. 엄마는 뼈아픈 일격을 당하고 폐지 뭉치에서 아침나절에 버린 신문을 뒤적인다.


옛날에는 경제도 모르는 이가 대통령을 하기도 했는데 엄마 노릇 하기가 이리 힘들어서야, 하며 한숨을 쉬면서 신문을 펼치지만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오늘따라 원-달러 환율 기사가 어디에 숨었는지 보이질 않는다.


이런 소동이 벌어질까 걱정이 됐을까? 석혜원은 엄마이자 선생님으로서 경제 용어, 원리, 행위를 쉽게 설명한 지구촌 경제이야기 시리즈 <잘 사는 나라 못 사는 나라>를 최근 출간했다.


필리핀계 은행인 메트로은행 서울지점 부지점장인 석씨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경제를 전문분야로 하는 선생님이다. 그럼 석 선생님이 엄마로서 어떤 답을 내놓는지 들어보자.


"달러에 대한 환율이 내려가면 우리 돈의 가치가 더 올라갔다고 한단다. 1달러에 1000원 하던 환율이 900원으로 낮아지면 1달러를 바꾸는 데 필요한 우리 돈이 100원 적어졌으므로 그만큼 가치가 올라간 거야."


이를 경제 용어로 '원화절상'이라고 한다. 원화가 절상되면 수입보다는 수출업체가 힘들어진다. 수출대금을 원화로 바꾸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급기야 수출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간다. 듣고 보니 참 쉬운 설명이지만 막상 설명하려다 보면 꼬이기 십상이다.


책은 환율과 같은 알쏭달쏭한 경제상식을 비롯해 잘 사는 나라 못 사는 나라의 척도인 국민소득, 국내총생산, 국민총소득 등의 용어 정의, 경제성장과 경제발전의 개념, 무역 및 수출입, 국제수지 등에 대해 실례를 들어 꼼꼼히 설명하고 있다.


딱딱하고 복잡한 경제 분야라서 아이들이 쉽게 식상해 할까 봐 문답식으로 풀어가는 구성이 재미있다. 책 전체가 문어체 아닌 하나의 묻고 답한 내용을 옮겨 놓은 모양이다. 책이 담고 있는 용어나 범위 등을 따져보면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생들 눈높이에 알맞다. 그 아래 또는 그 이상 연령대에서는 너무 어렵거나 다소 심심하게 느낄 만하다.


중간 중간 어른들도 알아두면 좋은 정보들이 나와 어른들도 심심찮게 손이 가는 책이다. 외환보유액이 많을수록 좋을까란 질문에 독자는 어떻게 대답겠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적정 외환보유고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외환보유액이 많으면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고 국가신인도를 높이는데 도움을 주지만 외환을 투자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포기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외환 위기를 겪은 우리나라의 경우 피해의식 때문인지 국민이 외환보유액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정보다. 고상미씨가 그린 삽화도 내용과 잘 어울리면서 볼거리를 제공한다.


책은 끝으로 변화에 적응해야 잘 살 수 있다고 잘라 말한다. 공룡의 멸종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결과요, 경제의 세계 역시 동물의 세계와 마찬가지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퇴행한다고 지적한다. 예로 코카콜라와 노키아는 변화에 빠르고 능동적인 대처했기 때문에 100년 이상 장수하는 기업이 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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