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두려운 메디컬 스캔들 - 젊은 의사가 고백하는
베르너 바르텐스 지음, 박정아 옮김 / 알마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2005년 독일의사협회 외르크 디트리히 호페 회장은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자비가 아닌 이윤'으로 규정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말 속에는 이 시대 올바른 의사상(像)에 대한 고민이 숨어 있다.
 
자본의 논리 속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인술을 베푸는 의사는 과연 소수일까 아니면 다수일까? 의료정보는 법률정보보다 더 비대칭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언제나 환자는 '을'(乙)의 입장을 벗어날 수 없다.

이 같은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의료계는 끊임없이 내부 고발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번엔 임상현장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책이 나와 의료계의 자기성찰에 또다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어느 젊은 의사의 고백
 

독일의 의사 출신 신문사 의학 편집자가 쓴 <읽기 두려운 메디컬 스캔들>. 저자는 "의사들의 '무능력과 미숙함'을 다룬 책"이라고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내용은 제목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환자 입장에서 두렵기 짝이 없는 의사들의 오만과 냉혈, 무능과 실수투성이로 가득 차 있다.

"부인의 골반저는 해먹처럼 축 처졌네요. 별로 좋은 상태가 아니에요."
"세상에, 부인의 다리는 압축기(다리에 불거진 정맥류가 압축기 노즐처럼 보기 흉하다는 의미)처럼 생겼네요!"

의사들의 말 한마디가 환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실로 막중하다. 병을 이기게 하는 용기를 북돋는 말을 하는 의사가 있는 반면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말로 환자의 투병의지를 꺾어버리는 나쁜 의사가 있다. 물론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의사는 오직 자신의 의학적 진단과 충고를 위해 목청을 높이다가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철저히 유린하기도 한다. 

"이건 위생상의 문제예요. 환자 분께서 국부를 좀 더 깨끗이 관리하신다면 병은 깨끗이…"

커튼을 뚫고 들리는 의사의 목소리와 너풀거리는 그 사이로 보이는 반라의 여자 환자. 그리고 그녀의 절망적이고 수치스러운 눈빛. 저자는 이 같은 의사들의 언어에 대해 직업적인 대화지만 좀 더 세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호자 없이 일반병동에서 죽음을 앞두고 있는 환자를 다용도실로 옮기거나 뇌졸중 환자를 구급헬기로 이송했지만 환자 수용을 거부하는 병원의 사례 뒤에는 냉혈한 의사들이 도사리고 있다. 

수술 부위를 지혈하는 복대를 채우지 않은 경우, 어깨 수술을 하다가 수술용 드릴을 부러뜨리는 바람에 이를 빼내기 위해 거짓 핑계를 대고 재수술을 하는 경우, 사진연장 수술용 고정 장치를 잘못 박아 넣는 등 의료사고의 전후에는 무능과 실수투성이 의사들이 망령처럼 도열해 있다.           

저자는 환자를 진심으로 대하고 맡은 바 직무를 충실히 하는 의사는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환자에게 안부편지를 보내거나 "당신에게는 엄청난 힘이 있습니다. 당신은 병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는 말로 환자를 격려하는 의사가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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