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손의 의사들 - 의사와 기업의 유착관계를 밝힌다
제롬 캐시러 지음, 최보문 옮김 / 양문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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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미국신장학회 학술대회장. 후원 제약사의 회사명이 인쇄된 이름표를 목에 걸고 다니는 움직이는 광고판 의사들이 커다란 가망을 둘러매고 학회장을 휘젓고 있다. 그들의 가방 속에는 인체 모형, 부채, 약 샘플, 사탕, 볼펜, 야구모자, 마우스패드, 손전등 등이 아무렇게나 담겨져 있었다.

2001년 3월 뉴욕 버펄로의 알레르기 전문의 로버트 라이스만 박사는 총 13개 제약사로부터 초청을 받았다. 아스트라제네카, 아벤티스, 쉐링, 노바티스, 3M 등이 학회기간 중 박사에게 저녁식사를 초대한 것이다. 돌아갈 때 현찰 1000달러를 얹어주는 곳도 있다.

세계적인 의학저널 <뉴잉글랜드의학저널> 편집장 출신인 제롬 캐시러의 <더러운 손의 의사들>은 의사들이 제약사와의 결탁이 얼마나 은밀하고 치밀하게 이뤄지고 있는가에 대해 고발하고 있다. 식사대접은 가장 일반적인 제약사의 판촉 방법. 부부동반 여행권, 스포츠 경기 입장권, 수련의나 전문의의 식사, 현금 등 제약사는 여러 형태로 의사들에게 편의를 제공한다.

이러한 행위는 자사제품을 처방하고 홍보해 달라는 암묵적인 로비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제약사의 이러한 편의제공과 관계없이 소신 있는 처방을 내린다지만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은 동서양이 다르지 않다.      

수많은 의사들은 제약사의 자문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별다른 활동 없이도 정기적으로 제약사 명의의 입금액을 확인 할 수 있는 것이 의사와 제약사 간의 현실이다. 심지어 환자와 의사 간의 소송에서 자사 제품이 들어 있을 경우 소송지원까지 서슴없이 행하는 제약사가 있을 정도다 보니 소비자는 암울하기만 하다.        

의사들은 제약사가 순수한 동기로 선물을 주는 것이 아니란 것을 잘 알고 있다. 의사들은 '뇌물'은 받지만 자기는 성실성을 지킬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저자는 매수되고 있다는 인식과 매수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은 욕구 사이에 존재하는 모순 앞에서 의사들은 자기기만을 한다고 지적했다. 부정을 부정하는 상황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환자치료에 전념하지 못하는 상황이 야기되는 순간이다.

이 책은 가톨릭의대 북클럽 회원들에 의해 국내에 소개됐다. 의사로서의 자기성찰과 미래에 대한 약속이 담겨 있는 책인 셈이다. 옮긴이 최보문 교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핵심을 가르치는 데 반면교사의 역할을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 책의 출판을 결정했다"고 서문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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