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3
선우휘 지음 / 민음사 / 199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주인공 현의 아버지는 독립투사였다. 할아버지 고 노인은 일본에 대해 우호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현의 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하다 숨을 거둔 것을 못마땅히 여긴다.
 현의 아버지가 죽고 난 후 며느리는 9개월 뒤에 손자인 현을 낳았다.
 고 노인은 며느리가 현을 놔두고 재혼하기를 바라지만 현의 어머니는 현을 기르고자 했다. (고 노인은 새 장가를 들어 두 명의 아들을 더 낳았다.) 현은 아버지를 일찍 여의였으므로 아비 없는 자식이라는 소리보다 고 노인에게 달린 혹을 욕하는 소리를 더 싫어했다.
 어느 날, 현은 할아버지의 혹을 두고 조롱하는 아이들을 혼내주었다. 그리고 할아버지에게 들을 칭찬을 기대하지만 할아버지는 오히려 현이 김 주사의 아들과 싸웠다는 이야기에 질책을 하고 사과하기 위해 가게를 박차고 나간다.
 현은 그런 할아버지의 행동에서 일종의 무멸감과 환멸을 느낀다. 그리고 그 후부터는 모든 일에서 소극적으로 행동한다.
 현의 모는 고 노인이 현의 몫으로 남겨 놓은 싸전을 일구기 위해 매일 혹독한 생활을 한다. 현은 자신의 생활에서 회의를 느끼고 모친과 함께 밭을 일군다.
 현의 모는 고 노인의 아들이 대학에 간다는 얘기를 넌지시 하며 현 또한 공부를 더 하기를 바랬다. 현은 모친의 뜻에 따라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다. 그 곳에서 사귄 친구가 후에 전쟁에 참가한다는 소리를 듣고도 현은 담담히 보내준다. 그리고 현이 나중에 그런 처지가 되자 현은 한국으로 도망쳐 온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죄의식 속에 결국 일본 군대에 입대하고 마구간 당번을 하게 된다.
 현은 다른 것은 다 참을 수 있었지만 전혀 감정이 없는 사람들끼리 서로 때리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현은 후에 중국으로 파견되고 보초를 보는 사이에 도망쳤다.
 현은 만주에서 헤매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간다. 이미 한국은 해방되어 있었다.
 현은 학교의 선생이 되었다. 그리고 조 선생이라는 여인에게서 사랑을 느낀다. 조 선생은 현이 소극적이라는 것을 새삼 다시 알게 해 준다. 하지만 현은 현 나름대로 황금률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현은 교사를 그만두었다.
 현은 자신이 어떤 껍질 속에서 30년을 보내왔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조 선생의 부친이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두들겨 맞는 것을 보지 못하고 소총을 들고 구하려다 산으로 도망친다.
 고 노인은 현을 꾀어내어 죽이려 한다. 그러나 갑자기 자신이 살아온 생애를 생각하다 현을 구해주려다 아들의 총에 맞아 숨을 거둔다. 현은 자신의 어린 삼촌을 쏴 죽였다.
 현은 왜 이런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생각해 본다. 그리고 산다는 것에 대해 돌이켜 본다. 그리고 현은 더 이상 회피하거나 외면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는다.
 어찌 보면 현의 삶의 방식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현명한 방식인지도 모른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로 하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세상은 내가 마음먹은 대로되지 않는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일지라도 시켜야 할 때가 있다. 그런 면에서 현은 세상을 회피하며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몽상가이다. 30년의 생을 보낸 후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나 역시도 나도 모르게 현처럼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이 힘든 세상과 피할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피하려고 하는 것!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 현실을 피하는 것만이 최선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이제부터는 회피하려고 하기보다는 부딪혀서 극복해 나가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절실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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