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을 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문제들과 많이 맞닥뜨리는 것같다. 사실 선생님이라고 해서 모든 일들에 대처를 잘 할 수 있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 아는 것은 아니다. 학부모님과 마찬가지로 당황스럽고 난감하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 더 황당하다. 집을 나가고 사고를 치던 아이는 (물론 태도가 공손해지고 수그러든 것은 아니지만) 지각도 하지 않고 일단은 내 앞에서나마 내 말들을 인정하는 듯하다. 여전히 큰 목소리로 교실을 휘젓고 뛰어다니며 노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그 아이에 대한 시름을 조금 놓으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
우리반 아이가 아프다. 마음이... 병원서는 우울증이라고 하는데 좀 심각할 정도이다.
우리반에서 항상 열심히 하고 착실한 아이인데 너무 열심히고 착실해서... 항상 자신을 그래야 한다고 심하게 다독거리다 보니 그 생각만 남았나보다. 그래서 자신의 실수를 용서하지 못하고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굉장히 많이 느꼈었나보다. 그래서 지금은 손을 가만히 있지 못할 만큼 불안해하고 울기만 운다.
멍해지고 수업이나 무엇이나 아무것도 받아들일 수가 없고, 열심히 해야 한다고 다짐하면 할수록 그렇게 안돼서 더 불안하고 눈물만 나고...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고 아무것도 혼자 못할 것같고...
좀 쉬어주면 괜찮아질거라고.... 마음을 편안히 하고 지금 당장 무언가를 할 수 없으면 가만히 쉬어주고 괜찮다고 생각하라고. 이럴 수 있다고 생각하라고, 그리고 모든 것을 꼭 완벽하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두번 실수해도 괜찮다고 ... 이런 이야기를 해 줄 수 밖에 없었지만 그렇다고 사람의 마음이 한순간에 제 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기에 아이는 그게 잘 안된다고 다시 불안해했다.
오늘은 어머니랑 여기 저기 다니면서 맛있는 것도 먹고 머리를 쉬어주라고 학교에 오지 말라고 했다. 그 아이는 그럼 수행평가는 어떻게해요? 수업을 그렇게 많이 빠지면 어떻게 해요? 하며 불안해했다. 수업 좀 빠지고 숙제 좀 안 낸다고 세상이 망하는 거 아니라고, 큰 일 나는 것 아니라고 걱정하지 말고 아무 생각없이 좀 쉬라고 해주었다.
내일은 학교를 올 지 모르겠는데 그렇게 가벼운 상태가 아닌 것같아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