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산길을 걷다가
바람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바람, 그 자체로서 그를 본 것은
아니었습니다. 길섶에 우뚝 선 나뭇잎이 살랑대거나
목이 긴 원추리가 흔들거리는 것을 통해 비로소 바람을
보았던 것이지요. 땀으로 젖은 내 살갗에 바람이
닿았을 때 이윽고 그가 바람이 되었듯이 사람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나 이외의 또 다른
사람이 있어야만 그제야 나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겠지요.


- 이지누의《우연히 만나 새로 사귄 풍경》중에서-


* 사람도 바람입니다.
때론 솜털처럼, 때론 태풍처럼 불어와
살갗을 건들고 마음을 흔드는 당신이 나의 바람입니다.
당신을 통해 사랑을 배웠고 아픔과 그리움을 알았습니다.
당신이 내게 불어와 비로소 내가 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바람입니다. 무시로 나를 흔들어 떨게 하는
모진 마력의 바람입니다.

 

- 고도원의 아침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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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아이들에게...

아이들아, 시험은 잘 치뤘니? 음... 분명히 게중에는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를 얻거나 그 이상을 얻어 기분이 좋은 아이들도 있고, 노력은 했는데 이런 저런 실수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거나 남보다 나은 결과가 아니어서 실망하고 낙담하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고, 아예 공부라는 것이 싫어서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시험을 쳤고 아예 생각하고 싶지 않은 아이들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모두모두 시험에 부담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일 것이고 사흘동안 시험을 치느라 수고했단다.

시험이라는 거, 참 부담스럽지?......  하지만 우리는 평생에 걸쳐 시험이라는 걸 치게 되어 있는 것 같다. 학교시험 뿐만이 아니라 사회에 나가더라도 그 외 비슷한 것들을 많이 접하면서 살게 되지...  왜 그럴까? 왜 우린 계속 시험 비슷한 것들을 쳐야 할까?

무엇이든 좋은 것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린단다. 다 좋은 것을 하고 싶으니까....  좋은 직업들, 좋은 사람들, 좋은 자리 등...  하지만 그 좋은 것들은 한정이 되어 있어서 모든 사람들에게 다 기회를 줄 순 없단다. 또 어떤 것에나 자격과 책임이 따르니까....  그래서 몇몇을 가려내어야 하고 그러자니 그 사람에 대해 평가를 내려 볼 수 밖에 없지. 그래서 시험이라는 것을 만들어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지. 정말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그것을 할 만한 능력이 되는지.... 

이런 이유로 시험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리고 원하는 것이 있다면 시험에 대비를 해야 하고. 그리고 다음을 위해 한창 배우는 때에 열심히 배워야 하고.

열심히 시험을 준비하는 모습들이 다 예쁘다... 하지만 얘들아,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시험이 단지 우리가 사는 동안 꼭 거치게 되는 것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단다. 흔히들 돈이 많다고 해서 꼭 행복한 것이 아니라고 하는 것처럼, 꼭 공부를 잘 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인생에서 행복한  것은 아니란다.

그럼 우리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얘들아, 선생님이 생각하기엔 아마도 이 세상을 즐겁게 살아가는 것,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인 것 같다.  우리 삶은 우리에게 귀하게 주어진 선물같은 것이잖아. 상상해보렴. 우리가 사람이 아닌 개미로 태어났다고... 그리고는 무심한 사람에게 밟혀ㅠㅠ.... 또는 지렁이로 태어나서 땅 속에서 살고 또 비오는 날 사람에게 수난을 ....  하지만 우린 자유롭게 원하는 곳에 갈 수 있고 반짝이는 햇살까지도 느낄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며 행복감을 느낄 수 있고, 원하는 것을 시도해 볼 수 있고, 누릴 수 있는 사람으로 이 세상에 태어 났잖니. 그건 특별하게 선택된 것이고 다행인 것이지.

우리에게 이렇게 귀하게 주어진 삶을 너희들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공부말고도 너희는 무엇에서 행복을 느끼는지 자신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하고 행복을 느껴야 한단다. 그리고 이 세상에 있는 너희 한명한명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달아야 한단다.

그러니 너희가 시험을 못 보았다 하더라도 이 일로 너희가 남보다 덜한,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나 크게 낙담하지 않았으면 한다. 너희는 그 외에도 다양한 면에서 장점이 많은 아이들이니까. 그리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회는 언제나 다시 오게 되어 있다. 그리고 오늘 한 실수는 다음에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라고 느긋하게 생각했으면 한다. 그리고 그 실수들에 괴로워하기 보다는 다음에 실수하지 않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현명한 아이들이었으면 한다. 

하지만 얘들아, 선생님의 이 말이 시험으로 자신을 괴롭히지 말하는 것이지 열심히 하지 말라는 말은 아니란다. 시험결과가 남보다 못한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지만, 자신이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부끄러운 것이다. 중요한 건 자세다. 어떤 일을, 상황을 대하는 자세. 성실한 자세.... 공부든 맡은 일이든 사람들 사이의 관계든 성실하게 고민하고 풀어가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런 사람이 아름답다.  선생님은 너희들이 게으름피우고 해야 할 일을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미루는 그런 사람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은 어느 누가 보더라도 그리 좋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이니까. 주어진 일에 성실한 많은 것을 배우려는 의욕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으면 한다.

아직 너희는 학생이고 배울 것이 많거든. 지금은 그것을 왜 하는지, 왜 배우는 지 모르지만 크고 나서 그것을 알게 되는 것이, 그때 열심히 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게 하는 그런 것들이 있단다.

너무 많은 말을 해 버렸구나. 나이 든 사람은 걱정이 많단다. (노파심이라고 하지...^^)

너희에게 관심 많고 사랑하는 담임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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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에는 오랜만에 불면증에 시달려 봤다... 새벽 2시 가까이 깨어있었던 것같다. 또 생각할 꺼리들이 많아진 걸까? 그래서 어제는 지나간 대학 시절을 떠올리며 시간들을 흘려보냈다.

아무튼 어제 잠이 오지 않은 것이 그리 괴롭진 않았다. 왠지 내가 무기력하게 생각하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생각하려고 하는 것같아서. , 내가 깨어 있을려고 하는 것같아서.

오늘도 시외버스를 타고 먼 길을 달려 출근했다. 대개 아침 버스를 타면 아침에 다 못 잔 잠을 자는 것이 보통인데 오늘은 이상하게 잠이 안 왔다. 창 밖을 열심히 봤다. 느리게 지나가는 풍경들을 보며 새삼 검붉은 대지를 촉촉히, 따뜻하게 감싸고 있는 풀잎들과 콘크리트 사이를 메우고 있는 제각각의 연녹색 풀잎들이 얼마나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지, 얼마나 감사한지를 생각했다.

내가 다시 깨어 나려 하나보다. 그래서 다시 활기를 되찾을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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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친구들 모이는 날이었다. 이제 같이 공부도 하고 여행도 하는 괜찮은 친구들이 되어 있다.

한 친구가 뭔가 새로운 일이, 가슴 설레이게 하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도 그렇다. 기쁨이 되는 일, 가슴이 뛰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봄이지만 아직 날이 춥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밖은 찬 기운 속에서도 환한 햇볕으로 가득하다.

벌써 , 이미 봄은 와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봄에 다시 가슴이 뛰는 아름다운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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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2월 22일 

 5시 20분 '나쁜 남자'를 봤다.

  '한기'라는 창녀촌 깡패가 '선화'라는 여대생을 창녀로 만들고 자기 곁을 떠나지 못하도록 만드는 이야기. 처음은 한기의 계략에 의해 창녀촌에 강제로 오게 되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는 자기의 의지로 그곳에 남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로 한기와 함께 떠난다.

  한기가 처음 만난 '선화'에게 길에서 무례한 행동을 한 것은 선화가 '한기'를 격멸의 눈초리로 봤기 때문이다. 상큼하고 예쁘장한 그녀에게 한눈에 반해 넋을 빼고 바라보는 한기에게, 검게 그을린 피부에 스포츠 머리, 지저분한 누추한 옷차림, 매서운 눈빛의  낯선 남자에게 '선화'가 느낀 것은? 고귀한 자신과 다른 차원의 인가... "어딜 쳐다봐. 건방지게" 이 정도일까.

  그런 그녀에게 한기는... 개끗한 벽을 보면 마구 항칠을 하고 싶은 것처럼... 맑은 물을 보면 마구 휘젓고 싶은 것처럼. 귀여운 너무 귀여운 아기를 보면 꼭 꼬집어 울려 버리고 싶은 그런 마음을 느꼈을까. 그녀에 대한 앙심과 동경심으로 한기는 그녀를 자신과 같은 하류인생으로 만들어 버렸다.

  선화. 그녀는 자신을 타락시킨, 자신을 창녀촌에 오도록 만든 장본인이 한기라는 사실을 알고 그를 증오한다. 그러나 그녀도 쇼윈도의 마네킹처럼 수동적으로 손님을 끌던 소극적인 모습에서 차츰 '놀다가'라며 호객행위를 하는 능동적인 모습으로 바뀌어 가고 그곳에 적응해 간다. 그러면서 문득 자신이 이제는 겨우 6만원짜리인 어두운 뒷골목 삶을 살고 있음을 느끼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살아가며 슬픔을 느낀다. 그러나 또 하나의 감정... 어두운 뒷골목 삶을 살게 되면서 살기 위해 눈에 독기를 품고 맨주먹에 피묻히고 살아가야하는 한기에 대한 동병상련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선화는 한기에 대한 애증과 다시 돌아가기엔 너무 먼 길을 왔기에 한기와 함께 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녀를 사랑하지만 감히 근접하지 못하고 이중유리 사이로 훔쳐 보기만 하던... '깡패새끼가 무슨 사랑이냐'고 자신을 다그치던 한기도 결국 그녀를 찾아 함께 하기로 한다.

  이렇게 둘은 서로에 대한 동정과 사랑으로 어둠으로 얼룩지고 불안정할 지 모를 , 결코 곧지 못한 구부러진 길을 함께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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